5월 3일 월요일. 더울 줄 알았으나 바람이 강했다.
오전 9시 배를 타고 15분경 우도 천진항 도착.
천진항->홍조단괴 해수욕장->하고수동 해수욕장->비양도->검멀레 해수욕장->망동산->우도봉->천진항. 16.1km
톳 말리기 작업이 한창
천진항부터 하고수동 해수욕장 전까지는 희한한 동반자가 있었다.
바로 요녀석
목걸이도 했고 깨끗한 게 주인없는 개 같지는 않은데, 천진항부터 올레길로 가는 사람들과 함께 걷더니 어느새 맨 뒤에 처진 우리를 돌보기로 결심이라도 한 듯, 우리 앞을 걷다가 한 번씩 돌아보고, 우리가 뭔가 다른 짓이라도 하고 있으면 되돌아오며 안내를 시작. 갈림길이 나올 때마다 정확히 올레길로 가는데 얜 도대체 뭐지 싶었다.
올레견인가! 그러나 사진기만 들이대면 고개를 피해서 정면은 저 위 사진 한장 뿐
우수에 찬 뒷모습?
빵을 조금 나눠주자 잘도 먹더라. 감귤은 안먹고. 우리가 앉으려고 쉬자 옆에 누워서 자더니, 우리가 일어나니 더 따라오지 않았다. 동물을 지극히 사랑하고 그 중에서도 개를 사랑하는 E양은 내가 바람 때문에 추우니 일어나자고 채근하는데도 잠든 개를 깨우기 싫다며 버티기까지... ㅋ
그런데 진짜 저 녀석 정체는 뭘까? 그냥 먹을 것을 탐내어 관광안내를 하는 걸까?
어쨌든 헤어지고 해광식당에서 칼국수로 점심.
청보리밭...이 맞겠지? 바람부는 보리밭은 눈에도 귀에도 아릅답다. 유채밭보다 훨씬.
인증샷 두 장. 휴양나온 E양과 탐사나온 아스?
하고수동 해수욕장을 배경으로
비양도 끝자락에 있는 망탑
바람은 점점 강해지고, 검멀레 해수욕장까지 지나서 슬슬 길이 위로 올라가기 시작하니 우도의 논밭과 집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제주 특유의 논밭담(땅을 일구다가 나온 돌로 쌓는단다) 구획도 예쁘지만 높은 건물이 없고, 보기흉한 리조트나 모텔 건물도 없고, 집과 지붕들이 통일성이 있어서 더 보기 좋았다.
망동산 오르는 길
이쯤부터 E양 컨디션 난조. 여행 중에 내가 체하거나 반나절쯤 아픈 일은 많았어도 E양이 그러기는 처음인데, 전날 무리했던 건지 뭘 잘못 먹은 건지 힘들어하기 시작했다. 그래도 나처럼 아예 못움직이고 멈추는 일은 없었지만;
등대공원 쪽으로 바로 가면 우도봉 정상인데, 올레길은 다시 아래로 내려가서 목장을 가로지르게 되어 있다. 잠시 망설이다가 길을 따라갔다. 목장을 둘러간 건 좋았지만... 그 덕분에 우도봉 정상은 포기해야 했다. 중턱까지 올라가면서도 바람에 너무 시달리는 바람에 더 올라갈 의욕을 상실. 무슨 우도봉 바람이 한라산처럼 부냐;
우도봉 중턱에서
쉬엄쉬엄 터덜터덜 내려가서 4시 배를 타고 숙소 귀환. E양은 아예 저녁을 거르고 일찌감치 잠들었다. 혼자 충남식당에 가서 밥을 먹는데 사장님이 오세훈을 칭찬하고 싶어해서 곤란... 그나저나 사장님, E양과 같이 갔던 두 번은 난감할 정도로 말을 많이 거시더니 나 혼자 갔을 때는 몇 마디 안했으니, '일루와봐'의 주범은 E양일까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