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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코스

한국/제주

by askalai 2010. 5. 10.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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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일.

픽업을 부탁하러 내려갔더니, 사장님은 바로 가실 수가 없고, 일요일이라서 남편분이 계셨다. "내가 해주는 픽업은 (마누라와) 차원이 다르다"며 큰소리 치시더니 가는 길 내내 진짜 올레가 남은 집을 가리키며 설명도 해주시고, 퇴직 후까지 올레길 찾는 사람들이 꾸준히 오면 오름 투어라도 할까 한다는 이야기도 하시고... 재미있는 분이다. 고향에 대한 자부심이 딱 맞게 차있다는 느낌이 좋다.

어쨌거나 그래서 3코스. 온평포구-> 난산리(8km)-> 통오름-> 독자봉-> 삼달리-> 김영갑갤러리 두모악(14km-> 바다목장-> 하천리 배고픈다리-> 표선해수욕장 당케포구. 총 22km.

코스 전체가 좋았지만 바다목장이 최고. 표선의 드넓은 모래밭도 신기했고 김영갑갤러리는 들어가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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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 초반에는 멀리 풍력발전소가 보인다


10시경 고정화할망네 들어가서 국수를 먹었다. 할머니가 국수를 말아내놓고 앉아서 몇 마디 하시는데 이번 일정에서 이야기를 나눈 제주도 분들 중에 가장 편안했다. 유독 3코스에 잘곳이 마땅치 않아 올레이사장이 민박을 해달라 부탁했다는데, 묵는 사람들 중에 참 염치없는 사람들도 있나보다. 딱 봐도 남는 장사 하자는 집이 아닌데 하룻밤 2만원 내고 픽업까지 받으면서 반찬투정이 왠말이람; 국수 한그릇에 3500원, 별로 들어간 거 없는데 맛있다.

그래서 든든한 배로 점심시간 무렵에 통오름 도착. 다른 사람들 다 길표시를 보고 바로 내려가는데 그래도 정상에 가보자며 화재감시초소까지 갔다가 자리 펴고 술 마시던 어르신들께 걸려서 (일루와봐 일루와봐 2nd. "여기서부터 코스 얼마 안돼! 시간 넉넉하네!") 따끈한 볕에 앉아 막걸리를 넙죽넙죽 세 잔이나 받아먹고 갓 꺾은 양하(제주에서는 양해라고 부른다)에 김밥에 과일까지 우걱우걱. 심지어는 가면서 먹으라며 말린오징어까지 주시는 걸 끝내 사양을 못하고 받아서 내려갔다. 2코스에 있던 화재감시초소와는 극과 극 + 해병대 전우회의 위력을 확인한 시간.

점심을 때운 정도가 아니라 너무 배가 불러져서 김영갑갤러리까지는 또 비몽사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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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은 바깥 정원이고, 갤러리 안에는 사진 작품들이 걸려 있다. 관람료 이상을 하는 곳이다. 게다가 표 대신 사진엽서를 준다!

갤러리를 다 살펴보고 뒤편에 있는 까페에 갔는데, 무려 무인까페였다. 커피 3천원, 차는 2천원. 컵은 쓰고 씻어놓을 것. 그런데 커피는 네스프레소 머신인 데다 홍차 티백이며 코코아며 싸구려가 하나도 없다! 애초에 돈 벌자고 만든 곳은 아니지 싶은데, 무인이라고 돈을 안내고 가는 사람들 때문에 적자라는 호소문이 붙어있어서 마음이 안좋았다. 얼마나 한다고 그걸 안내고들 가십니까 그래;

기분좋게 마시고 기분좋게 쉬고 다시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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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라이트! 바다목장으로 가는 길


말을 풀어키우는 넓은 초원과 바다가 맞닿은 바다목장. 최고다... 그런데 꼭 이런 곳은 사진에 잘 안잡혀서 분위기를 전할 수가 없다. 들어가는 길과 나가는 길만 올린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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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목장에서 아래쪽으로 이어지는 바당올레. 해병대길과 비슷하다.


표선 백사장에 도착했을 땐 이미 해가 저물어간다. 다른 코스보다 길기는 했지만, 8시반에 출발했는데 6시가 다 되어서 종점에 도착해주는 이 느릿함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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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백사장은 처음 봤다. 보통 백사장은 바다를 따라 넓게 펼쳐지는 게 아니었던가. 이건 모래밭으로 이루어진 갯벌 느낌.


저녁은 당케포구 다미진에서 초밥. 먹고 나서는 근처 시가지에서 빵을 사들고 버스를 타고 돌아갔다. 보통 20분에 한 대는 온다던데 하필 일요일이라 한시간은 기다린 듯. 다른 곳에서라면 이렇게 버스 기다리는 시간이 짜증스러울 텐데, 올레길 걸을 때는 그러려니 하는 마음가짐이 되는지 별로 힘들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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