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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베트] 301번 버스투어 1

아시아-중앙/티벳

by askalai 2007. 8. 2. 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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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1일. 나를 뺀 숙소 전원이 남쵸로 몰려갔다. 아니, 전날 저녁에 도착한 두 사람이 쉬고 있기는 했구나 참.

아무튼 느긋하게 아침을 먹고 느긋하게 한 블록을 걸어서 버스를 타러 갔다. 숙소에서 가까운 큰길에서 타던 200번이나 201번이 아니라 바코르 쪽으로 바로 가는 301번을 타기 위해서다. 셋 다 미니버스여서 요금은 2위안. (참고로 제대로 된 큰 버스는 1위안이다. 왜 작고 불편한 버스가 더 비싸냐? 사설이거든...)

날이 잔뜩 흐렸다. 사실 새벽에 비가 하도 세차게 와서 어렴풋이 걱정하기도 했다. 티베트는 건조한 나라라서 이 계절에도 비는 주로 밤에만 온다 했었고, 낮에 비가 오는 날은 일주일에 하루나 있을까 말까 하다 했었다. 그런데 전날 낮에 비가 오고 밤에 또 비라니. 덕분에 해가 약해서 걷기는 좀 나았다. 게다가 바보같이 난 우산을 챙겨가지 않았고, 그렇다고 사지도 않고 계속 모자와 행운으로 버티고 있었다. 우산 없이 여행갈 때마다 비가 오는데 왜 매번 똑같은 짓을 할까?

301번을 타고 야크 호텔 앞에 내렸다. 하루 혼자 움직이는 김에 다른 사람과 같이 있을 때는 못가던 골목길을 돌아볼 생각이었다. 바코르 광장 주변 상가 말고 동네 사람들이 이용하는 시장 골목으로 빠져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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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을 돌아보고 바코르 광장으로 나왔다가 다시 골목길로 빠졌다. 어슬렁 어슬렁. 그러나 그렇게 가벼운 마음으로 볼 게 아니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마니차. 한 번 돌릴 때마다 경전을 한 장 읽는 것과 같은 공덕을 쌓는다 한다. 글을 읽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개발된... 물질적인 '나미아무타불'인 셈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작은 사원이 이리 많건만, 하나같이 사람이 가득하다


라싸 어디에서나 한족과 장족(티베트인)의 다른 상황이 느껴지지만, 바코르는 그 정점이었다. 조캉을 둘러싼 큰 길은 넓고 깨끗하고 관광객이 아니더라도 사람들이 살기 괜찮아 보인다. 한 골목만 빠지면 갑자기 관광객은 하나도 없고, 한족도 없다. 장족들이 같은 장족에게 구걸하고 있다. 관광객인 게 분명한 내가 들어가자 공동 주택 앞에 힘없이 앉아있던 사람들이 관심없다는 눈으로 쳐다본다. 끝에 앉아있던 지저분한 여자아이가 벌떡 일어나더니 내 앞에 달려와서 손을 내민다. 내가 그냥 지나가려고 하자 양손으로 가방을 잡고 매달린다. 아찔했다. 아마 주머니 속에 조금만 작은 지폐가 있었어도 도망치기 위해서 내줬을 것이다. 하필 그 순간에는 잔돈은커녕 10위안짜리조차 없었다. 힙겹게 아이를 뿌리치고 도망치듯 큰 길로 빠져나가자 갑자기 다른 세상으로 이동한 느낌이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공동주택, 탁발승, 장족 공안(경찰), 사람들.


아마 그 기억 때문이었나보다. 남쵸에서나 다른 곳에서 구걸하는 아이들에게 꽤 심한 곤욕을 치르면서도 돈을 주지 않고 버티고는, 넌더리를 내면서 캄보디아에서도 여러 번 줬는데 유독 이번에만 이렇게 버티는 이유가 뭐지? 의아해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 아이에게 돈을 못줬기 때문이었나보다. 남쵸 가는 관광객에게 돈을 잔뜩 긁어낸 게 뻔히 보이는 애가 우는 척 가증을 떨던 모습은 생각만 해도 짜증이 치민다. 그 아이한테가 아니라......

그런 순간에는 정말로 내가 티베트에 괜히 왔나 싶어졌더랬다. 잘 사는 나라로 여행을 갈 때 장점은 몸이 편하다는 것만이 아니다. 내가 생각이 많아서 더 그런지도 모르지만.

그렇게 바코르 한 바퀴 돌고 점심 약속 장소로. M과 J는 대학 친구로, 둘 다 혼자 여행을 많이 다녀본 아가씨들이었다. 이야기가 잘 되어서 다섯 명이 랜드크루즈 한 대로 1박 2일 성사. 코스도 마음이 딱 맞았다. 티벳 전통음식이라는 '모모'(만두와 비슷)를 먹고 포탈라 가는 두 사람을 보내고 다시 301번을 찾았다.

안내책자에는 301번 버스 종점이 데뿡 사원이라고 적혀 있었다. 실제로 301번 미니버스가 지나갈 때마다 안내원이 고개를 내밀고 '데뿡 데뿡 데뿡~'이라고 외친다. 종점이라니 맘쓸 것 없겠네~ 하고 편하게 탔다. 훗. 역시 마음을 놓으면 곧 삽질이다.

쓰다보니 길어져서 일단 끊기. 다닌 데도 별로 없는데 왠 말이 이리 많이 나오나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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