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캉사원에서 고픈 배를 안고 뛰쳐나간 곳은 조캉 입구를 등지고 광장 오른쪽으로 나가는 길(라싸에서 제일 유명한 호텔+게스트하우스 야크빈관으로 가는 길이기도 하다)에 있는 스노우랜드 레스토랑! TGH에 묵어가는 사람이라면 필히 한 번은 가는 필수 코스다. 사연인즉, TGH에 혼자 왔다가 고산증으로 죽도록 고생하고 회복한 다음에도 죽어라 라싸에만 있다가 떠난 사람이 있었단다. 이 사람은 관광도 안하고 매일매일매일 야크 스테이크를 먹으러 다녔다. 바코르 주변에 있는 관광객 상대 레스토랑은 다 돌았다고도 한다. 그리고 결론: 스노우랜드가 제일 맛있다! 를 내리고 남은 이틀 동안은 스노우랜드에만 전념했다 한다.
하여, 그곳으로 야크 스테이크를 먹으러 갈 수밖에 없었다.
안으로 들어가자 그날 다른 숙소로 옮긴 A팀, B팀, C팀이 모두 긴 테이블에 앉아 있었다. 전날 먹고 또 먹으러 왔던 것-_-
야크스테이크 2번(버섯소스). 맛있다 *_* 근데 나중에 또 가서 다른 걸 먹어보니 1번인가 3번인가 암튼 후추 스테이크가 더 낫더라. 힛.
땡볕에 잠시 돌아다니니 확 피곤해진다. 며칠 가볍게 먹고 다니다가 이렇게 거하게 점심을 먹고 나니 더 졸리다. 잠시 길거리를 헤매다가 차라도 마시면서 조금 쉴 요량으로 이 거리에서 역시 유명한 음식점인(론리플래닛 추천업소?) 타쉬1에 들어갔다. (숙소가 부근이었다면 들어가서 눈을 붙이고 나왔을 텐데, 그놈의 교통 하나가 TGH의 아쉬운 점이긴 하다) 버터티는 그리 쉬운(?) 맛이 아니므로 편하게 먹을 수 있는 티앤차(짱 아모)를 시켰다. 머그잔 하나에 2위안. 데자와를 조금 진하게 한 것 같은 맛이다.
쉬고 나서 오후 3시가 다 되어갈 무렵, 어디로 갈까 하다가 노블링카로 향했다. (버스 타고 내려서 또 갈아타고...결국 둘이 버스비로 8위안 썼으니 택시탄 것보다 나은 건 없다 쿨럭)달라이라마의 여름궁전. 라싸에서 가장 녹음이 우거지고 꽃이 많이 핀 아름다운 궁전이란다. 과연. 문에 들어서자마자 녹음이 우거져 있다. 한국의 숲에 비교하면 한참 모자라지만 라싸에서 이만큼 녹색을 보기는 처음이다. 게다가 작은 건물들은 모두 라싸에서는 비싸고 귀한 꽃들에 둘러싸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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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참, 체력을 아끼고 또 아끼기 위해-_- 노블링카 안에서 건물과 건물 사이는 걷지 않고 카트 비슷한 걸 탔다. 1인당 10위안이나 받아먹지만... 그걸 다 걸어다니다간 하루 종일 걸리겠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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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에 보는 건물 앞에는 원래 달라이라마가 타던 자동차가 전시되어 있었다는데, 지금은 없다. CH님이 가이드에게 중국어로 물어보니 대답이라고 돌아온 것이 "고장나서 고치러 갔다"는 건데... 진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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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 저 건물 안에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책을 읽으면 참 좋긴 하겠더라. 달라이라마가 포탈라궁에 거할 때마다 손꼽아 여름을(즉 노블링카에 갈 날을) 기다렸다는 말이 이해가 간다. 한쪽 그늘에 앉아서 초콜렛을 먹는데도 참 좋더라. 관광객처럼 호된 요금을 낼 필요가 없는 티벳 사람들은 소풍도 많이 와 있던데.
그나저나 지금 보니 살짝 기운 사진이 많네;;; 역시 컨디션이 안좋아지면 사진이 약간씩 이렇게 되더라;
조금 지쳐서 택시를 타고 숙소에 돌아갔다. A팀, B팀, C팀이 빠지고 조금 있다가 성도에서 비행기를 타고 온 D팀 도착.
등장인물 3. D팀, 또는 전투식량팀. 중학교 1학년이 포함된 남자 넷 한 팀이라더니 다들 한 덩치 해서(중학생도 너무 커서 흠칫) 들어오는데 움찔했다; 나중에 익숙해지니 이 분들도 좋은 사람들이더라. 왠 회사 부장님과 같은 회사 다른 부서 직원들에 부장님 아들이라는 괴상한 팀 구성에다가, 서울<->북경, 북경<->성도, 성도<->라싸 비행기 이동이라는 경로도 희한하고, 4박 5일 티벳 일정에 어른 셋이 전투식량을 네 개씩 싸짊어지고 오셔서(...) 많은 사람에게 즐거움을 주셨지. 아, 그 전투식량은 생각만 해도 웃음이... E팀. 북경에서 열차로 온 30대 부부. 4박 5일 일정에 최대한 많은 걸 보겠다고 기를 쓰고 다니던 D팀에 비해 여유자작하면서도 체력은 월등하셨다. 특히 남편 분! 고산증은 눈곱만큼도 없고 엄청난 강골. 이 두 분과 넷이 한 팀으로 많이 다녔더랬다 ^^
그리고 그날 밤...난 울면서 자야 했다.
조캉 사원에서 사진 찍다가 인증(?)
이 커~다란 챙모자(정말 잘 썼어요 선물해주신 모님 정말 감사해요 굽신굽신)만 믿고, 자외선 차단이 들어간 안경만 믿고 선글래스를 안쓴 댓가였다. 내가 티벳의 햇빛을 과소평가했던 것이다 크흑 아 왠지 또 눈이 아픈 것 같아 ㅠ_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