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0일. 오전에 빈둥거리다가 포탈라궁을 보러 나섰다. 눈은 계속 아팠고.
열심히 열심히...
내려다본다. 모형 같다.
할아버지부터 3대가 같이 참배를 왔던데 손자에게 1마오짜리 다발을 쥐어줬더라. 가는 데마다 돈을 바치는 게 재미있었던가. 남은 돈을 쥐고 우리에게 한장씩 주려고 해서 당황스러웠다.
지금 뒤쪽으로 보이는 저 시가지는 라싸 신시가지... 그러니까 중국인 구역일 게다.
이곳에도 다르쵸와 룽다가 걸려 있었다. 어디든 영험한 기운이 있다고 생각하는 곳은 어김없이 오색 천이 나부낀다.
점심은 어찌할까 고민하다가 중국인 구역에 가서, 창밖의 무시무시한 햇살을 내다보며 훠궈를 먹었다. 창사보다 비싸다고 놀라시던 CH님, 창사에서 시키던대로 주문하고 나오는 것을 보니 가격이 비싼 게 아니라 양이 많은 거였다며 다시 당황. 너무 많아서 2시간 동안 천천히 배터지게 먹고 결국 두부는 남겼다.
오후 시간에는 뭘 할까 하다가 버스 투어에 나서기로 했다. 무엇인고 하니, 91번 버스를 타면 기차역으로 가는 길에 라싸강(얄룽창포) 기슭을 따라 빙 돈다는 말을 들었던 것. 어차피 길이 하나라 아무데나 멈춰서 강가에서 놀다가 다시 오는 91번을 타도 된다 들었으니. 어딘가 사원에 갈까 하던 창원 커플 두 분도 따라 나섰다.
그러나 91번 정류장을 찾지 못하고 헤맸다. 그 사이에 가짜 승려라는 게 너무나 뻔히 보이는 불량스러운 젊은이 셋이 축복을 해줄 테니 돈을 내라고 손을 내밀었다. 고개를 젓자 뭔지는 몰라도 욕일 게 분명한 말을 뱉고 가버린다. 승복을 입고 그러고 싶냐. 결국 91번을 포기하고 일단 86번을 타고 기차역으로 가서, 거기 서 있을 91번을 타고 돌아오기로 했다. 모로 가도 목적만 이루면 되는 것.
86번은 시내를 가로질러 곧장 다리를 건넌다. 기차역을 보았다. 91번 버스를 탔다. 그러나 날이 급격히 흐려지더니 비가 오기 시작했고, 버스는 쏟아지던 비가 왠만큼 약해지고 기차에서 내린 사람들이 탈 때까지 하염없이 서 있었다. 쏟아지는 비를 보며 졸았다. 마침내 버스가 달리기 시작했고, 한참이나 강가를 달렸다. 강 건너 어디에나 포탈라 궁이 보였지만, 강변에서 공사를 너무 많이 하고 있었다. 모래를 퍼내고 벽돌을 굽는다. 라싸 외곽 강가에도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서 포탈라 궁 전경을 가렸다. 옛 라싸에서 포탈라는 지금보다 웅장해 보이지 않았을까. 여전히 고층건물은 없다 해도, 새로 지은 건물들 사이로 보는 포탈라는 조금 피곤하고 초라해 보인다.
비 때문에 창을 닫은 채 찍어서 이 모양이지만, 강물은 옥색이었다. 여름에도 뼈가 시리게 차갑다던데, 비 때문에 내려서 손을 넣어보지는 못했다.
91번 종점에 내리자 건너편에 200번 버스가 지나간다. 숙소 가까이 가는 버스다. 그러나 역시 비 때문에 일단은 택시를 타고 돌아갔다.
너무 여유롭게 다녔나. 피곤하지가 않다. 저녁을 먹고, 피곤해하는 CH님을 두고 셋이서 야경을 보러 나갔다. 원래는 밤에 포탈라 앞 신광장에서 분수쇼를 한다기에 나간 것이지만 비 때문인지 분수는 움직이지 않았다. (분수쇼는 나중에, 택시를 잘못 타서 한 바퀴 돌다가 봤다-_-) 끝까지 1박 2일을 고집하던 나만 빼고 세 분은 다음 날 남쵸 1일 코스에 합류하기로 했으니, 같이 다니는 것도 오늘이 마지막이라는 기분.
야경은... 평면에 그려놓은 그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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