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3일 일요일.
변함없이 날씨는 쾌청.
아침식사는,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숙소 바로 앞에 있는 맥도날드에 가보기로 했다. 대부분 가게가 10시는 되어야 문을 여는 와중이라 별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바로 그날 밤에 알게 되지만 이점에서는 우리가 틀렸다. 선택의 여지가 없지는 않았다)
대만에선 맥도날드를 비롯한 패스트푸드점이 온갖 사람들의 휴식공간으로 기능한다. 새벽부터 오전까지만 아침식사를 파는 가게들을 제외하면, 다예관이 10시 넘어야 문을 여는 반면 패스트푸드점은 보통 7시부터 시작하고, 냉방이 잘 되어 있으며, 넓고 깨끗하니... 차 한 잔 시켜놓고 하루종일 시간을 보내는 전통이 있는 곳에서는 패스트푸드점이라도 이런 전략을 택할 수밖에 없겠지. 공부하는 사람들은 아예 한쪽에 몰려 있고, 오래 앉아있다고 눈치를 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하루종일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을 위해 신문과 잡지까지 비치해 놓았다.
그런데 아침메뉴는 별로였다(...)
왜 대만 사람들은 야채는 안넣고 계란은 꼭꼭 넣는 걸까 의아해하며 아침을 먹고, 중례츠/충렬사로 꾸물꾸물. 국민혁명과 대일전쟁 중에 사망한 군인들의 영령을 모신 사당이다.
충렬사 정문 앞 위병
지붕도 없고 선풍기도 숨어있지 않은 곳에 긴팔옷을 입고 서 있는 모습이라니. 중정기념당이나 국부기념관의 위병들과는 비교도 안되게 힘들고 덥게 생겼다! 위병교대식이 한시간마다 이루어지는데, 그 동안은 누가 옆에서 무슨 짓을 해도 꼼짝도 하지 않는다. 표정도 안바뀐다. 이 더위 속에... 그래서인지, 아마도 고참 아니면 교대할 위병인 듯한 청년들이 한번씩 옆에서 땀도 닦아주고 하더라 ~_~
정문
녹음이 우거진 충렬사 전경
안쪽은 아직 한적해서 슬슬 돌아볼 수 있었다. 사당의 성격이 성격이니만큼 조용한 분위기이기도 하고. 바로 옆에 위병들이 사는 막사가 붙어있는 모양이던데, 갑자기 자전거를 타고 쏜살같이 어딘가로 달려가는 빡빡머리 졸병이 보이더니 돌아올 때는 뒤에 수박 반쪽을 싣고 있어서 자지러지게 웃었다 :)
위병교대식 중에 한컷.
맨 앞에 한 명은 지휘자(?), 둘은 이쪽 교대자, 둘은 정문 교대자.
힘든만큼이라고 해야 할지, 위병교대식은 오히려 중정기념당보다 멋졌지만, G양이 체해서 당황했다. 다행히 토해내고 금새 나아져서 점심을 먹으러 갈 수 있었다... (역시 여행가서 맥도날드 따위를 먹는 게 아니라는 결론)
점심은 다시 한 번 식도락 코스. 가까운 위안산다판뎬(원산대반점) 안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11시부터 2시까지 얌차타임으로 싸게 딤섬을 판다는 정보를 보고 점찍어두고 있었다.
위안산다판뎬
무식하게 커다란 중국식 건물로 원래 대만 정부에서 외교관들을 접대하려고 만든 곳이란다. 강을 내려다보는 언덕 위에 있어서 시내에서도 꽤 눈에 띈다. 엄청나게 화려한 외부나 내장과는 달리 관광객들이 심심찮게 보였고, 식당 분위기는 아주 소란스럽고 서민적이었다;;
위안산다판뎬에서 내려다본 시내.
여기서 먹은 것들의 사진은 식도락 3탄에 올리련다.
*
느긋하게 밥을 먹고 쉰 다음 갈 곳은 고궁박물원. 세계 5대 박물관 중 하나(그 다섯을 누가 뽑는지는 모르지만), 갑자기 대만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던 바로 그곳이다.
박물관까지 가는 버스를 타는 데 좀 삽질을 해서 남은 시간이 많지 않은 상태로 도착. 서둘러 들어갔는데... 이럴 수가... 대규모 공사중이었다!! ㅜ_ㅜ
전시실의 3분의 1밖에 열려있지 않아서 표를 살 때 아예 "2006년 12월 전에 다시 오시면 공짜로 보실 수 있습니다"를 붙여놨더라. 비행기표까지 주면 모를까 무슨 소용이야! 휴우. 그래도 옥기, 불상, 청나라 황실 물건들이 꽤 볼만하긴 했다. (특히 짐 크노프에 나온 것 같은 겹겹이 상아 조각과 천연옥을 깎아서 만든 배추 조각이 아주 인상적(...)) 나중에 혼자 남은 뒤에 알게 된 일이지만 유물 일부는 타이페이역과 공항에 나뉘어 전시하고 있어서 열심히 돌아다니며 봤다는. 그런 정보는 좀 널리 알려줘야 하는 거 아닌가!
고궁박물원 옆, 10NT면 들어갈 수 있는 정원인 즈산위안(至善園). 음료수나 간식을 들고 들어갈 수 있어서 소풍온 사람들이 많다는 느낌. 우리나라 고궁이나 일본의 정원에 비해 한참 떨어진다. 사진발만 좋다 여긴.
어쨌거나 즈산위안에서 6시 정도까지 쉬며, 고궁박물원의 공사에 실망한 마음을 달래려면 저녁시간을 어떻게 보내는 게 제일 좋을까 궁리한 끝에 결정한 곳은 타이페이 101. 완공된 지 얼마 안되어 여행책자에는 제대로 나와있지 않지만, 지금은 타이페이에서 제일 높은 건물이자 시내 어디에서나 눈에 띄는 건물로... 명물이 되어 있는 듯 하다. 시정부(시청) 역 근처에 있는데, 타이페이 101 건물만 있는 게 아니라 그 주위에 큼직큼직하게 새로 지은 백화점과 쇼핑몰들이 모여있어서 야경이 제법이다.
타이베이 101. 이름 그대로 101층짜리 :)
생각보다 볼만해서 감탄하며 다시 한번 E양의 결정을 칭송. 여기 4층 식당가에서 밥을 먹고,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아이쇼핑을 하다가 신광모텐 백화점 지하에서 천인명차 발견, 차 좀 사고... 친구들과 보내는 마지막 밤이니 역시 맥주를 사서 숙소로 돌아갔다. 이렇게 사흘째도 종료.
그나저나 위안산다판뎬을 봐도 그렇고, 타이페이 101 주변에 있던 어마무지하게 큰 백화점을 봐도 그렇고... 우리나라보다 땅도 작고 수도도 작건만 왜 이리 스케일이 큰지 원. 역시 하던 가락이라 그런가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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