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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국부기념관 - 화롄으로

아시아-동남/대만

by askalai 2005. 8. 15.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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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4일 월요일. 친구들이 떠나는 비행기가 오후라, 아침에 국부기념관을 보러 가기로 했다. 예전에 비해 확실히 일어나는 것도, 준비하는 것도 굼떠서 8시에야 숙소를 나섰다.

국부기념관의 국부는 쑨원(손문)을 가리킨다. 중정- 장개석은 아무래도 권력자에 사실상 독재자인 데다 군인이었으니만큼 경직된 느낌이 있지만, 손문에 대해서는 그런 느낌을 받을 필요가 없다. 그래서 그런지 국부기념관도 중정기념당과 전혀 다른 편안한 분위기였다. 그야말로 시민공원이랄까, 우리가 갔을 때 마침 육, 해, 공군을 다 동원한 퍼레이드 연습이 한창이었는데 그 옆에서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볼륨 댄스 연습에 태극권에 칼춤까지 추고 있었다. 중정기념당도 주변 공원은 그런 편이었지만 건물 자체는 엄격하고 날선 느낌이었건만, 국부기념관은 건물 그늘에서들 노는 분위기. 개인적으로는 이쪽이 훨씬 좋았다 :)


국부기념관에서 보이는 타이페이 101






국부 쑨원(손문) 동상 앞을 지키는 위병들의 교대식


동상


국부기념관 앞. 건물 정면이 특이하게 생겼다.

퍼레이드도 구경하고, 위병 교대식도 보고 기념관 안을 어슬렁 어슬렁. 아침식사를 하고 싶었으나 안에 있는 카페는 10시 넘어야 문을 열 분위기였다. 할 수 없이 잠시 쉬고는 숙소 부근으로 돌아가서, 무려 쉐라톤 호텔 1층에 있는 까페에서 아점을 먹었다. 사실 이건 사소한 실수였다. 그 까페 옆에 있는 제과점에 갔어야 하는 건데 그만. 아무튼 맛은 있더라. 사진은 식도락 3탄에.

아침을 먹고는 서둘러 숙소에 돌아가서 짐을 챙겨 나왔다. E양과 G양은 공항으로, 나는 타이페이역으로.

며칠간 붙어 다니다가 혼자 움직이려니 기분이 이상했다. 그것도 혼자서 낯선 도시에 가려니... 덕분에 외롭기보다는 긴장감이 강했다.

타이페이 역에서 터벅터벅 표 파는 곳으로 걸어가다보니 원래는 고궁박물관에 있었어야 할 유물들이 눈에 띄었다. 목조상과 황실의 장난감 상자 등을 살펴봐주고... 별다른 정보도 없고 말도 안통하니 몸짓과 필담(...)을 동원해서 화롄으로 가는 가장 빠른 열차 표를 샀다. 후우. 줄이 어찌나 안 주는지 초조하기도 하고, 혼자 우두커니 서 있으려니 그냥 타이페이나 더 볼까 싶은 생각이 모락모락 나더라.

그래도 결국은 화롄행 특급열차표(445NT)를 무사히 사고, 그 다음엔 또 열차 타는 곳을 찾느라 한바퀴. 알고보니 아래층, 그러니까 지하에서 탑승해야 했다. TRT, 설마 계속 지하로 가나 싶을 만큼 한참을 통로로 달리다가 겨우 지상으로. 특급이라더니 내부는 새마을호와 무궁화호 중간쯤의 느낌이었고, 냉방이 잘 돌아갔다. 새벽에 좀 춥더니만 아침부터 목이 아팠는데 빵빵한 냉방이라니, 전혀 반갑지 않다. 타이레놀 콜드를 찾아서 먹고 달게 잤다.

한잠 자고 일어나자 창밖에는 우리나라와는 확실히 다르고, 그렇다고 아주 이국적이라고는 할 수 없는 풍경이 흘러가고 있었다. 타이페이 근교 도시에 갔을 때도 느꼈지만 대만도 정말 수도와 지방의 격차가 심하다. 그리고 화롄에 다가갈수록 차 안에도 타이페이에선 많이 볼 수 없던, 동남아 계통에 더 가까워보이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당시에는 현재의 대만 정부 수립 이전부터 이 섬에 살던 하카족이리라 추측했는데, (타이페이 지하철에서도 공식 방송은 북경어, 광동어, 하카어를 차례로 방송한다) 그 외 다른 소수민족들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타이완 동북쪽, 바닷가 가까이 자리한 화롄은 타이베이에서 특급 열차로 3시간 거리. 그리고 이 도시에서 버스로 50분 거리에 타이루거 협곡이 있다. 내 목적도 바로 그곳이었다.


화롄역. 다음날 찍은 사진이지만 :)

역에 내리니 오후 햇살이 몽롱하다. 잠시 멍해 있다가 역에 붙은 인포메이션 센터에 가서 다음날 타이루거 협곡 투어를 신청하고, 숙소 추천도 받았다. 여행책자에 숙소 정보가 별로 없어서 어떨까 싶었는데 역시 이 도시에도 유스호스텔이 있기는 했다. 그러나 찾아가기 애매한 장소에 있어서 과감히 패스, 무작정 역 부근을 걷다가 눈에 띈 호텔에 들어갔다.

비즈니스 호텔이었다. 그러니까, 값이 그리 싸지는 않았다. 하룻밤에 800NT. 하지만 감기에 걸린 데다가, 혼자 낯선 도시에 와서 긴장해 있었고, 다음날 온종일 투어하고 바로 타이페이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에 그냥 묵기로 했다. 영어는 전~ 혀 통하지 않았지만 주인 아주머니는 친절했고, 방은 꽤 괜찮았다. 우리나라 여관급 정도? 무엇보다도 뜨거운 물을 마실 수 있다는 점이 보너스.

씻은 다음, 뜨거운 물을 마시고 약을 한 번 더 먹고 제일 긴 옷을 찾아 입고 이불 덮고 한 잠 잤다.

자고 일어나니 6시 20분. 밖이 어두워져 있었다. 슬렁슬렁 나가서 다음날 저녁에 돌아갈 차표를 사고 (다음날엔 미리 사두길 잘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택시를 타고 시내로 들어갔다. 흠. 거리 감각이 없어서 택시를 타긴 했는데, 걸어서 갈 만한 거리는 아니었다. 아, 물론 버스는 너무 드물게 다녀서 교통수단으로 이용하기엔 좋지 않았다.

운전사가 몹시 친절하더라.

시내에 내려서는 역시나 어슬렁거리며 거리와 가게들을 구경했다. 말이 소룡포지 그냥 만두라고 할 수 있는 물건으로 저녁 끼니를 때우고, 화롄 명산이라는 과자 가게에서 펑리쑤와 녹차 과자 등을 사서 먹고(화롄 과자는 타이페이에서 먹은 것보다 맛있었다. 이후 일정이 잔뜩 남지만 않았어도 사갔을 텐데), 에어컨 대비용으로 소매 있는 티셔츠를 하나 싸게 사고는 숙소로 돌아가서... 여행책을 뒤져서 '체크 아웃'과 '시간', '짐 맡아 주실 수 있나요' 등을 조합한 필담으로 주인 아주머니와 의사소통에 성공했다.

결국 다음날 짐은 숙소에 맡기지 않고 들고 나가서 버스에 싣고 다니긴 했지만(...) 그래도 의사소통에 성공하니 참 기쁘더라는 얘기.

아참. 자기 전에 숙소에 있던 TV를 이리저리 돌렸는데, 대장금과 상도 더빙판이 방영되고 있어서 아주 유쾌했다. 흠. 우리나라 사극은 '대인' '대형'이 난무하는 더빙도 제법 어울리더라. 그런데 주제가는 왜 다 바꾼 걸까 몰라.

몸상태도 상태고, 바닷가라 그런지 타이페이보다 훨씬 시원해서 에어컨은 끄고 잘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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