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처에 뭐가 있냐 하면, 제일 유명한 건 역시 키질 천불동이겠지.
그리고 원래 내가 쿠처에 가고 싶어했던 이유인 신비대협곡이 있다.
이것 때문에 날씨에 신경을 써서 바이두로 날씨 검색을 하고 (네이버 검색으로 나오는 중국 날씨는 안맞더라) 고심했던 건데, 결국 신비대협곡에는 가지 못했다. 택시 기사는 눈이 녹지 않아서 위험해서 못간다고 주장했는데, 내가 돈을 더 내지 않으려고 해서 그랬나 살짝 의심이 남는 건 어쩔 수 없고...
혹시 이 포스팅을 보고 가실 분을 위해 적어두지만,
신비대협곡만 따로 가려면 택시 대절할 필요 없이 싸게 가는 방법이 있다. 버스터미널에서 아침에 한 번, 신비대협곡에 가는 버스를 운행한다고 한다.
나는 그 사실을 너무 늦게 알았고; 나가는 김에 천불동까지 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 해서 큰 마음먹고 300위안이나 내고 택시를 대절했다.
겨울이라 손님이 없으니 더 싸게 해줄 줄 알았는데 역으로 다들 한 번에 제대로 벌어야 한다고 동맹이라도 맺은 모양 -_-;
아마 이것도 일행이 있거나, 여름이었다면 다른 여행자들과 함께 움직일 수 있었을 테니 부담이 적었을 터. 고려해볼 만한 선택지이기는 하다.
풍경 하나는 정말이지...
아침, 시내 밖으로 나가는 길. 아무도 아무 것도 없다.
차 안에서 찍었더니 길이 유리처럼 찍혔다.
잔설이 남아 있기는 하다. 춥기도 하고.
이 위치에서 보이는 암벽이 '리틀 포탈라'라고 불리던데... 사실 잘 모르겠다.
뒤를 돌아보니 해가 뜨고 있었는데, 사진 오른쪽 위에 찍힌 흰 선은...? :)
다시 황무지를 달린다.
여기가 다 홍산대협곡이다.
신비대협곡은 이보다 더 좁은 길에, 더 험하다고 하니... 하이킹은 무리라는 택시 기사의 말이 아주 거짓말은 아니었을 수도 있겠다고 마음을 달래본다.
여기저기 여행을 다니다보면 가보고 싶은 곳이라고 다 갈 수 없고 그래도 괜찮다는 사실을 체득하게 되는데, 왜 천산대협곡에는 자꾸 미련이 남나 모르겠다.
거기 가보자고 쿠처에 다시 갈 마음은 없어서 더 그런가.
화염산이 생각나는 풍경
키질 천불동 가는 길.
구마라습 왕의 조각상이 서 있다. 산스크리트어 불경을 처음으로 번역한 인물이라 한다.
천불동이라고는 하지만 지진으로 꽤 많은 동굴을 잃었고, 사람이 덜 찾는 만큼 관리의 손길도 부족한 느낌이 든다.
아무래도 이미 돈황 석굴을 보고 왔더니...
하지만 여기가 돈황보다 더 오래된, 아마도 가장 오래된 석굴일 테고 그만큼 인도풍이 강하게 남아있다는 중요성이 있다.
다시 황무지를 달려
이번에 들어간 곳은 키질 야승경.
한나라 때 세워진 봉화대인데 허허벌판에 홀로 잘도 남아 있다.
주위를 좀 걸어다녀보고... 다시 차에 오른다.
그 다음에 간 곳은 쿠처 고성이었나, 스바스 유적이었나... 아, 스바스 유적이었나보다.
구자국 최대 유적으로 한때는 만 명의 승려가 머물렀다 하며, 혜초와 현장의 기록에도 남아 있다는데,
보다시피 지금은 폐허일 뿐.
여기도 무척 마음에 들기는 했다. 물론 돌아다니는 사람은 나 말고 아무도 없다;
아마 저 아래 보이는 강이 쿠처 강이었을 테고, 건너편이 동 스바스 유적이었을 것이다.
멀리 보이는 산 그림자는 천산 산맥이고, 저 위 사진에 보이는 산은 천산 산맥이 아니라 초르타크 산자락인 듯 싶다.
햇볕은 좋았지만 날은 내내 추웠다.
여기까지 보고 쿠처 시내로 돌아가니 오후 3시쯤.
점심도 먹지 않고(쿠처 시내로 돌아가지 않고는 먹을 곳이 없다!) 총 6-7시간 걸렸나보다.
은근히 지쳐서 간단하게 먹고 쓰러져 쉬다가 시내를 돌아보고, 다음날에는 오전에 바로 비행기를 타러 떠났다.
쿠처에 대해 계속 불평을 늘어놓았지만, 그래도 직접 이 풍경을 마주하고 느낀 기분을 떠올리면...
나쁜 기억이 다 희미해진다. 그래, 쿠처도 가볼 만한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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