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슈가르 거리 포스팅에서 스쳐 지나갔던 백년 찻집을 한 번 가봐야지, 가봐야지 하다가
정전이 길었던 어느 날 오후에 갓 구운 양파 낭을 사들고 올라가 봤다.
보다시피, 간판에도 백년 된 찻집이라고 선전. 카슈가르에서 유일하게 예전 방식대로 운영한다고 한다.
들어가보고 아차한 게, 엄숙하고 격식을 따지는 분위기는 결코 아니지만... 보다시피 손님 중에 여자가 단 한 명도 없다.
나이 많은 아저씨와 할아버지들이 주로 와서 찻주전자를 가운데 놓고 이것저것 가져온 음식을 먹으며 한담을 나누는 곳이다.
그래도 나는야 관광객! 모르쇠 모드로 주문을 했다.
영어 메뉴판이 있길래 밀크티를 주문했는데 할아버지가 뚱한 얼굴로 티? 그러더니 잠시 후에 그냥 홍차 한 주전자를 갖다주시더라...
그 메뉴판은 대체 왜 있는 건가요...
어쨌든 차는 맛있었다. 주전자가 굉장히 무겁고, 그래서 온기가 오래 간다.
서너 명은 마실 양이다보니 10위안인가 했던 듯. 일행이 없으면 이래저래 아깝다.
내 쪽을 흘긋흘긋 보는 동네 분들의 시선을 무시하고 꿋꿋하게 차 마시고 빵 뜯어먹으며 수첩을 적다가 바깥 구경.
내다보면 이런 거리가 보인다.
여름이라면 이 자리에 앉는 것도 괜찮겠지.
*
떠나기 전날 밤에는 그래도 그럴싸한 음식점에 가보자고 결심, '알툰 올다'를 찾아나섰다.
세만 호텔 근처라는데, 지도를 보면서 걷다가 응 여기쯤에 있어야 하는데 왜 없지 하고 지나가는 카슈가르 미인을 붙잡아 물어봤더니
아 알툰 올다? 그러면서 팔짱을 끼고 음식점 앞까지 데려다줬다. 다시 한 번 고맙다.
앞까지 가기만 하면 몰라볼 수가 없는 외관
'알툰 올다'는 위구르어로 '황금 궁전'이란 뜻이다.
내부도 화려하기가 아주...
그렇다고 아주 고급스러운 식당이냐 하면, 또 그렇지는 않아서 사람들이 꽤 편하게 입고 편하게 떠들면서 식사를 한다.
저 초록색 옷이 여기 제복이고... 여기저기 가족 아니면 친구들이 앉아서 먹고 마신다.
쭉 둘러보는데 혼자 온 사람은 나밖에 없었다. 여기도 한국과 비슷한 분위기이려나.
여러 가지 먹어보고는 싶고 그렇다고 남기기는 싫다보니 양고기요리를 포기하고 빤미엔과 디저트를 주문.
나중에 가서야 비둘기 요리를 먹어볼걸 그랬나 했지만... 이것도 완전 맛있었으니 됐어...
론리플래닛에서 꼭 먹어보라고 했던 미히리직 삼사(아몬드 패스트리). 왜 권했는지 알겠더라.
식기도 예쁘고. 여러 모로 카슈가르에 가면 꼭 가보라고 하고 싶은 식당이다.
기왕이면 일행과 함께 ㅠ_ㅠ
*
마무리는 에덴 호텔 1층의 터키 레스토랑. 여기도 상당히 괜찮은 음식점이다.
볶음밥이 몇 번을 칭찬해도 부족할 정도로 맛있다. 뭐 볶음밥이 맛있는 건 신장 전역이 다 그렇긴 하지만.
다만 단점(?)이라면 양이 너무 많다는 것. 양이 적은 사람은 둘이서도 먹겠더라.
알툰 올다나 이 터키 레스토랑이나 가격은 비슷하다. 물론 거리에서 사먹는 것보다는 훨씬 비싸지만, 여행자에게 많이 부담스러운 가격은 아니다.
가볍게 밥이나 국수요리만 먹는다면 20에서 30위안이면 충분.
여러 명이 가서 푸짐하게 시키고 먹는다고 해도 인당 100위안을 넘기기는 힘들지 않을까...? 술도 없고 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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