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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슈가르 3 - 일요 가축시장

중국/실크로드

by askalai 2015. 1. 29.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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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비묘 앞에서 "카슈가르를 보지 않고 신장을 논하지 말라"는 말을 보았다고 했던가.

내가 킨들에 다운로드 받아서 들고 다닌 론리플래닛 중국판에는 "가축시장을 보지 않고 카슈가르를 말하지 말라" 비슷한 말이 적혀 있었다. 

물론 이런 말은 원래 가본 사람이 가보지 않은 사람에게 뻐기면서 하는 소리지만, 이번만은 나도 동조하겠다. 

토요일 하루 종일을 투자해서 카슈가르까지 가고, 일요일에 눈발이 날리는데도 돌아다녀서 겨우 '가본 사람'이 됐으니 말이지 :) 


일요일에 열리는 카슈가르 시내의 일요시장과 시외 가축시장은 한때 실크로드 최대 규모 시장이었다.

중국정부가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것을 싫어하여 제한을 많이 걸었고, 가축시장 같은 경우는 자리를 옮기기도 해야 했다는데,

거기에 진눈깨비 뿌리는 겨울날이라는 점까지 감안하면, 아직도 이 정도 규모라니 놀랍기만 했다.


그림으로만 보던 진짜 실크로드 시장을 조금은 맛본 기분이랄까. 날씨가 궂어도 정말 들뜨고 신났다. 지금 사진을 다시 봐도 마음이 좋다.


**살아있는 동물 판매와 갓 잡은 동물 도축 장면 등이 있으니 이런 데 약한 분은 보지 말 것! 



시내에서 꽤 떨어져 있는 데다가, 이 계절에는 일요시장은 가도 가축시장 가겠다는 여행객은 별로 없는 모양.

직감상 꽤 괜찮은 기사였는데도 택시비 흥정하기가 쉽지 않았다.

나중에 생각하니 시내에서 택시를 몰면 무조건 합승을 하는데 (나중엔 나도 익숙해졌고), 여기 나가면서는 그게 안되니 손해다 싶을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주차장에 내려서 슬슬 사람들 많은 쪽으로 걸어간다. 



들고 나는 온갖 차량에 사료와 짐승과 사람이 실려 있고, 사람이 모이니 먹거리를 파는 상인들이 또 모인다.


여기까지는 아직 바깥이다. 이제 입구로 들어가면 더 번잡해진다. 



입구 바로 안쪽. 시장통 먹자골목같은 공간이랄까... 그 자리에서 양을 해체하고 고기를 토막내어 만두, 볶음밥, 꼬치구이를 판다.



(이런 식이다) 



가축시장이다보니 밧줄과 올무도 종류별로 다양하게 판다. 



아마 팔려고 데리고 나온 말이겠지. 사람들에게 보여줄 겸 산책을 시키기도 하고 달리기도 시킨다.






양 한 마리 데리고 구석에 앉은 아주머니. 

이런저런 상상을 해보며.



중앙아시아답게 낙타도 나온다. 다들 순하다. 



낙타가 잔뜩... 사실 저쪽에 더 많은데 거기까지 기어들어가서 사진을 찍을 순 없었다. 아무리 길이 잘 들었어도 저 발에 한 번 채이면 중상...



물론 소도 빠지지 않는다. 생각보다 작다. 저 멀리 사람 많은 곳에서는 분주하게 경매가 이루어지고 있다.

여기부터 안쪽은 숨돌릴 틈도 없이 사람이 빽빽하게 모여서 경매를 진행하는데, 차마 비집고 들어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여자도 별로 없다. 아무래도 가축을 사고파는 건 주로 남자들의 일인가보다.  



소도 종류별로.



시장 한쪽에서는 여전히 음식을 판다. 여기는 볶음밥. 



볶음밥은 중앙아시아가 제일 맛있다는 사실을 여기에서 처음 알았다; 

이렇게 사람들 다 보는 데서 양을 잡고 요리를 한다고 위생을 걱정하는 사람도 있을 법 한데...

율법 때문에 이슬람 음식의 청결도는 높다. 중국 사람들도 회족 음식은 안심하고 먹는다고 할 정도니까. 


사진에 올리진 않지만 그 외에 빵도 굽고 순대도 만들고 탕도 끓여서 판다. 이 사람들은 술을 먹지 않으니 차와 함께 수다삼매경. 



양...이라고 생각했는데 양 맞으려나. 이렇게 굴비처럼 엮어놓은 모습을 보니 기분이 썩 좋지는 않은데,

동물원 구경보다는 오히려 낫다. 이건 생활이고, 여기 있는 사람들 대부분은 여기서 거래되는 소, 말, 낙타, 양을 나보다 훨씬 더 아낄 테니까; 



다시 바깥. 아직 안에서 거래가 한창 이뤄지고 있지만, 목적을 이루고 일찌감치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도 보인다. 

앞서 말했듯이 겸사겸사 이것도 사가라는 듯이 과일과 채소도 팔고 있다. 

우룸치보다는 따뜻하다지만 그래도 겨울인데 여기는 귤만이 아니라 수박 포도 하미과 다 나와 있어서 신기. 



돌아갈 때 택시를 새로 잡기가 힘든 곳이다 보니 기다려달라고 해야 했고, 

그러다보니 아주 느긋하게 돌아보지는 못했다. 동행만 있었어도 어떻게 뻗대어봤을 텐데. 

아쉽기도 하지만, 기회가 있을 때 본 것만도 만족스럽기는 하다. 언제 또 볼 수 있을지, 본다한들 지금 같을 지 알 수 없는 노릇. 


카슈가르에 일요일을 끼워서 갈 수 있다면 꼭 가보라고 추천하겠다.  

다만 택시기사에게 그냥 '바자'라고 하면 일요시장이라고 생각하고, '애니멀 마켓'같은 말은 거의 안통한다.

어디서 가축시장을 가리키는 위구르어를 적어서 나가든가 하는 게 제일 좋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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