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처, 한자로 고차(库车)라고 쓰고 고대 불교왕국 구자국이 있었던 곳이라고 하는데,
타클라마칸 사막 북쪽을 따라가는 카슈가르와 우룸치(정확히는 투루판) 선로 중간쯤에 위치한다.
앞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안그래도 혹시 날씨가 궂을까 싶어 쿠처에 들를까 말까 고민을 거듭하는데 카슈가르에서 와이파이도 제대로 못쓰고 정전이 계속 일어나는 바람에
에라 모르겠다 할 때 운이 맞아떨어져서 카슈가르-쿠처 기차표 예매 + 쿠처-우룸치 비행기표 예매에 성공.
그냥 그렇게 가게 됐다.
나중에 돌이켜보니 아무리 비행기값이 싸도 이 라인의 절반은 야간기차 아니면 야간버스라도 타는 게 낫지 싶더라.
(물론 야간기차를 구할 수 없었기 때문에 이런 이상한 여행방식을 택한 건데, 야간버스는 탈 수 있었을 듯 하다. 담배냄새가 고역이었을 진 몰라도)
천산산맥과 타클라마칸 사막을 끼고 달리는 기차니까, 낮에 열 시간 정도야 모처럼 풍경이라도 보면서 즐길 수 있겠지!
생각하고 주섬주섬 기차에서 간단히 먹을 것 (위는 육포가 아니라 진공포장한 고기반찬, 아래는 캔으로 만든 팔보죽)을 사서 기차에 올랐지만...
이런 풍경이 끝도 없이 계속 이어질 뿐.
그리고 편한 의자 좌석이 없는 장거리 기차라 침대 자리를 구했더니 누울 때는 좋지만 앉기가 힘들어...이래서 1층 침대가 비싼 거구나.
차라리 어젯밤을 새고 탈 걸 그랬나. 등등의 고민을 하면서 누웠다 일어났다 책을 보다 하면서 무사히 가긴 갔다.
쿠처에 도착하니 이미 어둡다. 그리고 예상외로 쿠처 기차역은 시내와 동떨어진 곳에 있었다.
호스텔 같은 곳은 아예 없는 도시고 해서, 택시를 잡아타고 론리플래닛에 실린 단 두개뿐인 호텔 이름을 댔는데... 이게 다시 한 번 패착이었으니(한숨)
생각보다 비싼 데다가 서비스고 식사고 영 마음에 들지 않는 숙소여서 쿠처의 인상이 나빠졌다.
날씨가 내내 좋았는데도 카슈가르보다 싫은 도시라는 인상이 박혔으니 알 만 하지 않나.
물론 그것 때문만은 아니고, 위구르인과 한족이 사는 곳이 정확하게 나뉘어 있고 양쪽 살림살이가 너무나 눈에 띄게 차이가 난다는 점도 기분이 좋지 않은 요소.
*
다음날 오후에 돌아본 위구르 올드타운 쪽은 이러했다.
깨끗하지만, 가난하다.
물론 시내 쪽에도 위구르 사람들은 있다. 이쪽은 시내 대로인데, 그래서 그런지 보다시피 국기가 빼곡하게 걸려 있고 공안이 계속 오간다.
쿠처의 위구르인들이 모이는 그린 모스크에도 가봤는데
많이 쇠락하다.
그 옆에 있는 무덤도...
씁쓸하고, 쓸쓸해지더라. 날씨가 아무리 좋고 교외 풍경이 아무리 아름다워도 쿠처에 대한 기억이 썩 좋지 않은 이유다.
모스크에 갔다가 돌아나오는 길에 들른 음식점. 원래는 위구르식 고기 파이를 먹고 싶었는데; 역시나 의사소통이 잘 되지 않아 포기하고 빤미엔을 먹었다.
맛은 있다 :)
쿠처는 유난히 거대한 낭이 유명한 모양이다. 관광용으로 늘어선 가게들.
다음 포스팅에 올리려고 쿠처 외곽에 나갔을 때 찍은 사진을 정리하다보니 정말 아름다운 풍경이기는 한데...
그런데도 쿠처에서 제일 좋았던 기억은, 위구르 과일상에게 천원 주고 산 청포도 한 송이였다.
평생 그렇게 맛있는 포도는 처음 먹어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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