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1일 오후- 10월 12일 오전, 거제도 해금강과 저구마을, 홍포까지.
거제도는 큰 섬이다.
그러니까 아마 차를 몰고 여행하는 사람들이라면 섬을 한 바퀴 돌면서 경치를 보고, 맛집도 찾아가겠지.
그러나 우리는 걷고, 버스를 타면서 움직이는 여행자라 남쪽 해안선을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다.
시간이 딱 정해진 장사도 유람을 끝내고,
일요일엔 문을 열지 않는다는 농협 하나로마트에 들러서 비상식량을 이것저것 구입한 후 숙소로 귀가.
우선 거제도에서 제일 유명한(?) 관광지인 해금강으로 향했다.
점심은... 그래, 유명한데 해금강까지 가면 뭐든 있겠지 했다.
(해금강 거쳐 학동까지 가는 시내버스 400번 역시 썬셋뷰 바로 근처 정류장에 선다. 물론 자주 다니지 않으니 시간대는 미리 숙지!)
그리고 관광지는, 관광지였다.
좋은 의미로도, 나쁜 의미로도 말이다.
아름답고, 사람이 많고, 편의시설도 많지만, 맛있어 보이는 곳은 없는, 딱 관광지.
그래서 편의점 커피나 사들고 바람의 언덕부터 걸어갔다.
해금강 바람의 언덕... 사진만 보면 이렇게 평온한데,
현실은 사방에서 비명이 오르는 상황이었다.
바람의 언덕이라니 원래도 바람이 강할 텐데 태풍까지 겹치니 이건 뭐... 눈도 제대로 못뜨고 머리는 엉망진창...
걸음마다 힘을 줘야 하는 상황이라면 제주도에서도 한 번 겪어보았지만, 여기는 정말 아차하면 그대로 대구루루 굴러서 바다로 떨어질 수도 있겠다.
좋은 점이라면, 덕분에 엽기사진을 잔뜩 찍었다. 여기 올리진 못하겠지만 우울할 때 보면 대박일 작품들 ㅋㅋㅋ
사진을 정말 못찍어서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어색할 때가 많은데, 그것보다는 엽사가 좋다ㅋㅋㅋ
그리고 새끼고양이 습격사건
녹초가 되어 내려오다가 정신도 좀 수습할 겸 핫도그를 사먹는데,
이런 어린 것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친구가 소시지를 조금씩 잘라주니 하얀 고양이가 기가 약한지 자꾸 까만 형제들에게 빼앗기더라.
사진에 잡힌 눈매만 봐도 성깔이 다르다! 사진 바깥에 까만 놈 하나 더 있는데 그 녀석이 제일 못되게 생겨서 대장인 듯...
나도 한 번 줘볼까 하고 느릿느릿 내밀었다가 그 녀석 발톱에 촥 긁혔다... ㅠㅠ
친구는 박장대소...크흡...
천원짜리 과산화수소 한 통 사서 소독하고 정신을 좀 수습한 후에, 바람의 언덕과는 반대쪽에 자리잡은 신선대로 이동
이쪽은 바람이 덜 불어서 한결 편안했다. 그래서 그런지 바람의 언덕보다 훨씬 볼 만 했다는 기분도 들고 -_-a
신선대를 보고 나선 다시 해금강 마을까지 걸어갔는데, 완만한 산을 올라 전망대가 있었고...
바람이 무서워서 끝까지는 올라가지 못했고...
그리고...
변변한 사진이 없다...
터덜터덜 내려가서, 버스 시간대가 맞지 않아 아예 학동까지 갔다가, 몽돌해변 잠시 돌아보고 거기서 저구마을로 돌아가는 버스를 타고 귀가.
모든 버스가 해안도로를 달리니 버스타기도 꽤 재미있다.
다만 종일 먹은 거라곤 꿀빵과 핫도그와 커피 뿐인 상황;
게다가 둘 다 과일을 좋아하는데 저구나 해금강이나 쓸 만한 과일을 파는 곳이 없다! 없어! 왜 통영 시장에서 사가지 않았던가!
그나마 학동에서 먹을 만한 과일을 살 수 있어서 다행이었지.
티비가 나오지 않으니, 숙소 옆 치킨집에 가서 닭을 먹으며 무한도전을 보았다.
그 전에 해질녘 저구마을 해변은 한 바퀴 돌아보고.
*
다음날 오전은 저구항에서 해안을 따라 걸어서 홍포까지, 그리고 조금 더 가서 도로 포장 공사를 시작하는 길목에 만들어진 대병도 전망대까지 갔다.
천천히 걸어서 왕복 3시간인가, 4시간밖에 걸리지 않는 여정
왼쪽에 보이는 섬들이 대병대도, 오른쪽에 보이는 게 소병대도.
사진으로 봐서는 잘 모르겠는데, 나중에 썬셋뷰 주인장께 들으니 여기가 남해와 동해가 만나는 지점이라 물색이 다르다 한다.
흐려서 걷기는 좋았지만... 맑았으면 그게 확연히 보였을까 싶어 조금 아쉬워지기도 하네.
예전에는 홍포부터 여차까지는 아예 차가 못다니는 길이었다던데, 지금은 포장 직전이라서 차는 들어갈 수 있고, 흙먼지가 엄청나게 날린다.
걷고 있으니 잊을 만 하면 한 대씩 차가 지나가며 흙먼지를 날렸다.
아마 그 차에 탄 사람들은 어머 쟤네는 왜 이런 델 걷고 있대? 했겠지.
예상도 못했을 테고, 차를 타고 다니면 걸어다니는 사람에 대한 배려는 갖기 힘든 거야 어쩔 수 없으려니 하지만
그렇게 달려가서 전망대에 딱 5분 섰다가 돌아가는 건 좀 씁쓸하더라.
편리함을 부정할 순 없지만 그렇게 휙 달려가서 휙 보고 돌아서면, 어떤 절경이라도 뭐 다 비슷하더라 하게 되지 않을까...
애초에 공사를 하지 않겠다던 구간에 결국 도로를 까는 것도 그렇고,
거제도는 (아직) 걸어서 여행하기 좋은 곳은 아니구나 싶다.
참. 사실은 전망대보다 조금 아래쪽에 있는 - 아마도 마을 사람들이 올라가는 모습을 언뜻 보았던 숨은 명소가 전망도 좋고 앉아있기도 더 좋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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