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1일 아침.
장사도라는 섬을 몰랐다. 어느 드라마에 나와서 유명해졌다는데, 그 드라마를 보지도 않았고.
개인이 구입해서 예쁘게 공원으로 꾸몄다니 인공적인 아름다움일 듯 하여 크게 끌리지도 않았다.
창밖에 선 감나무를 세차게 흔드는 바람소리를 들으며 소매물도에 가지 못할 거라면 저구항에 숙소를 잡은 이유가 뭘까 싶고, 심지어 이곳을 기점으로 걷기 좋다던 여차-홍포 쪽 비포장도로도 지금 공사중이라서 가지 못한다는 소식을 들으니 더더욱 회의가 커지던 차라, 그나마 저구항에서 출발하여 10분이면 가는 장사도라도 갈까, 그렇게 된 거다.
배가 뜰지 어떨지는 아침까지도 알 수가 없었다. 일단 통영에서 사온 꿀빵에 집에서 가져간 녹차를 우려서 아침을 때우고, 주섬주섬 선착장으로 향했다.
가면서도 아 이거 배가 뜨겠나 싶었는데 의외로, 배가 뜬단다. 오전 첫 배 딱 한 대만 갔다오고 오후부터는 모두 취소란다.
개인 소유의 섬 공원이라서 유람선 비용이 다른 섬보다 비싸지만 뭐 그런 걸 생각할 때는 아니었으니... 정신 차리기도 전에 바로 승선.
큰 기대없이 간 장사도는 아기자기하니 예뻤다. 소매물도 같은 아름다움은 아니지만 잘 꾸며놓았다.
곳곳에서 보는 바다야 말할 필요 없이 아름답고, 마침 하늘도 기가 막히다.
바람 때문에 관광객이 적은 것도 (그래도 제법 사람이 많았지만 원래는 더 많다 하니) 오히려 다행이라.
펭귄이 생뚱맞다 투덜거리면서도 찍어보는 나.
장사도는 원래 동백이 유명하다기에 지금은 철이 아니겠거니 했더니만, 피어 있었다.
12머리 조각공원. 이 조각들 아주 마음에 든다.
어떤 머리에는 이렇게 만화 주인공들을 새기고, 어떤 머리에는 연장을 새기고, 직관적으로 알 수 있는 예술작품이다.
이 공원에서 조금 더 가면 나오는 부엉이...
다른 조각공원도 기웃거려보고
올린 사진 외에도 원래 있던 작은 분교 건물도 있고, 온실도 있고, 곳곳에 전망대며 꽃을 가꿔놓아 볼 거리는 많다.
배에서 내려서 탐방시간을 두 시간밖에 주지 않는 건 좀 아쉽다.
우리야 바람이 점점 강해지니 이거 얼른 가야겠구나 싶어 걸음을 더 서둘렀지만, 그렇게 다녀도 다 보기 빠듯했으니 말이지...
장사도 가는 배 안에서 안내하기를 꼭 제 시간에 타야 한다고, 다음 배가 없어서 태워줄 수 없다고 신신당부를 하더니만
돌아가는 배를 타려고 줄섰다가 진짜로 그런 사람들을 봤다.
우리보다 먼저 출발한 배였는데 우리 앞에서 떠들다가, 배가 떠나는 걸 보고 어어어 하며 달려나가더라. 끌끌.
우리 배와는 도착하는 항구가 달라서 얻어탈 수 없고; 그 두 사람 어쨌으려나 모르겠다.
사실은 그 두 사람의 운명보다, 장사도가 팔리기 전에 그곳에 살았다는 열 다섯 가구는 어디로 갔을까가 조금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