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9일
새로운 도시에서 푹 자고 일어나서 차를 끓여 전날 남긴 도시락으로 아침을 먹고-
자, 사실상 북해도에서 보내는 마지막 날이다. 아사히카와에서 뭘 할까?
삿포로에서 1시간 20분 거리에 있는 이 도시는, 그 자체로는 특별히 유명한 게 별로 없다. 비에이-후라노에 가기 위해 들르는 도시니까 관광열차를 타고 비에이에 한 번 더 가보는 방법도 있고,
단풍철에 북해도에서 가장 각광받는 관광지라는 소운쿄에 가보는 방법도 있다. 물론 양쪽 다 거리가 있기는 하지만, 2시간 이상 걸릴 정도는 아니니 당일치기에 무리는 없다.
그리고 아사히카와에서 제일 유명한 아사히야마 동물원이 있다. 처음에는 생태적인 동물원 환경으로 유명한 줄만 알았는데,
알고 보니 창조적인 디자인 경영으로 폐업 위기에서 살아난 것으로도 유명하단다.
동물을 보기는 참 좋아하지만, 동물원은 언제나 뒷맛이 쓰다. 그래서 원래는 갈 생각이 별로 없었다...
하지만 뭐라고 해야 하나. 결국에는 피곤한데 기차 시간 확인해가며 한 군데라도 더 가보겠다고 애쓰기가 싫었다고 해야 하나,
이리저리 정보를 찾다보니 나오는 사진들에 구미가 당겼다고 해야 하나... 나도 정확히 무엇 때문이었는지 모르겠지만, 동물원에 갔다.
시내에서 버스를 타고 30분
입구부터 이런 귀여운 손그림이 많이 보인다. 다 동물원 직원들이 직접 쓰고 그리고 만들었다더라.
...왜 동물원 입구에는 어김없이 홍학과 다른 새들을 배치할까? 규칙이라도 있나? 그래도 예쁘긴 참 예쁘다. 다른 새들도 느긋해 보이더라.
아사히야마 동물원에서 제일 인기있는 동물은 역시나 펭귄! 역시 펭귄이지!! 역시 귀여운 손그림. 전반적으로 소박하고, 어린아이들이 주로 오는 곳이라는 느낌이긴 하지만.
1층에서는 수족관 형태로 물 속에서 노는 펭귄을 볼 수 있게 해놓고, 올라가면 바깥에 있는 펭귄을 볼 수 있다.
...펭귄은 대체 왜 이렇게 귀엽나. 먹이주는 시간이라 관람객이 너무 몰려서 이 정도만 보고 일단 후퇴.
역시 그림을 활용한 귀여운 안내판
바다표범관 ㅋㅋㅋ
북극곰도 이 동물원의 자랑이다.
이곳의 관람 방식 중에 단단하고 투명한 플라스틱 반구를 이용해서 가까이에서 관찰할 수 있는 '캡슐'이 있는데, 나름 재미는 있었지만 음... 나는 잘 모르겠다.
쭉쭉 올라가다가 문득 내려다보고 찰칵. 이런 분위기입니다. 그렇게 크지는 않고.
미친 듯이 귀여운 북극여우!! 야행성이라 잔다...
그리고 예상치 못한 에이스, 레서팬더. 관람객들 머리 위로 어슬렁어슬렁 지나다닐 수 있게 해놨다.
밥도 먹고. 아, 팬더들은 대체 왜 이렇게 귀엽게 생긴 걸까.
눈표범. 도무지 어디 있는지 보이지 않아서 한참 두리번거렸는데 끄트머리에 처박혀서 주무심. 역시 관람객 머리 위다.
으...으으... 귀여워...
하지만 여기까지 보면 알다시피, 생태적인 환경이라기에는 역시나 철망이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사람들이 계속 구경하는 것 자체가 막대한 스트레스지.
동물을 보기는 좋아하지만, 갇힌 동물을 계속 보고 있으면 그걸 돈 내고 보고 있는 나는 뭔가 싶어진다. 이런저런 생각도 많이 들고.
늑대들... 위에 올린 여우, 레서팬더, 눈표범 같은 동물보다는 주어진 공간이 넓고, 생태적이라고 할 만 하다. 역시 야행성이라서 다 디비져 잔다.
다양한 자세로 취침
사슴. 올리는 사진 중에는 없지만 순록도 있었는데 그렇게 덩치가 큰 줄 몰라서 놀랐다. 사슴은 위험한 동물이다(...).
졸고 있는 올빼미...인가 부엉이인가.
날씨도 좋고, 단풍도 들고, 내 기분은 점점 안좋아지고 (한숨)
조랑말. 이쪽 구역에는 그밖에도 아이들이 직접 만져볼 수 있는 동물들이 있다.
사진에는 없는 이런 저런 동물을 본 다음, 동물원을 나서기 전에 다시 한적해진 펭귄관을 찾았다.
으흐흐흐흐흐... 펭귄...... 상대적으로 펭귄을 볼 때는 죄책감이 덜한 건, 날지 못하고 뛰지도 못하는 새라서일까?(...)
동물원 안내판 겸 조형물. 앞에 지나가는 분들은... 내 사진기를 피한다고 저렇게 지나가시는 게 그대로 찍히니 웃겨서 그냥 넣었다.
바다표범. 사실 바다표범은 호주갔을 때 바닷가에서 잘 노는 모습을 실컷 봐서 별로 볼 생각이 없었지만.
동물원은 별로라면서 참 사진은 신나게도 찍었네. 갔으면 오롯이 즐기든가, 찜찜해 할 거면 가지 말든가... 라지만 자주 그런 짓을 한다;
호주에서도 생태 동물원이라는 말에 결국 가봤던 기억이 있는데, 그때도 실망했지...
생태동물원 같은 건 없는 건가. 아니면 생태 동물원이 아닌 곳은 더 나쁘다는 뜻인가.
*
오후에는 아사히카와 시내를 돌아다녔다. 가보고 싶었던 이탈리아 식당이 있었는데 한참 헤매고 결국 못찾았다(훗 내가 그렇지)
결국 포기하고 아사히카와에서 제일 유명하다는 '바이코겐'이라는 라멘집에 갔는데, 무난하게 맛있달까...그랬다. 역시 하코다테에서 먹은 소금 라면이 제일...
차가 들어오지 않는 쇼핑가가 몇 블록에 걸쳐 이어지고, 양쪽에 늘어선 백화점이며 각종 가게들이 꽤 번화하다. 사이사이 이런 조각상들도 놓여 있다.
어머니가 주문하신 양산도 사고. 백화점 지하 식품관 구경도 하고. 꼬치구이와 과자와 캔맥주를 사들고 숙소로 돌아가서 컴퓨터와 함께 처량하게(?) 마지막 밤을 보냈다.
홋카이도 한정... 으아. 이거 진짜 맛있었어 ㅠㅠ 이거나 더 사올걸.
그나마 하코다테, 아바시리에서도 그 지역 맥주를 마시느라 못먹었던... 캔맥주! 자고로 여행자는 한정판에 약한 법.
삿포로 북해도 한정 클래식은 당연한 거고, 원래 취향대로라면 몰츠를 골라야 했지만 아사히 겨울한정 맥주에 넘어가버렸다.
그런데 이게 어인 일인가, 아사히가 이렇게 맛있었나...? 가격 대비 만족도만으로 따지자면 북해도에서 마신 맥주 중에 최고였다. 몇 년 동안 안마셨는데 갑자기 생각이 바뀌는 순간.
(그러나 한국에서 파는 아사히 생맥은... 한국에서 만들어 파는 물건이라지......오가든처럼... )
무한도전과 함께 ㅋㅋ
아마도 오타루 풍경인가.
다음날 비행기는 12시에 출발하지만, 아사히카와에서 치토세 공항까지는 2시간 거리인 관계로 일찍 나가야 했다.
기분좋게 자고 아침 일찍 체크아웃, 치토세 공항 국내선 코너의 음식 코너를 돌면서 시식도 신나게 하고 비행기를 탔다.
나란히 붙어 있는데도 온갖 북해도 음식 판매점과 많은 여행객으로 북적이던 국내선 터미널에 비해 국제선 터미널은... 썰렁하기까지 했다.
영향이 없을 수가 없겠지. 나만 해도 잘 먹고 다니긴 했지만 사온 건 없으니.
10월 20일, 가을에 접어든 한국으로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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