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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해도] 시레토코 반도

일본/홋카이도

by askalai 2013. 11. 4.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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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7일


태풍이 지나간 다음날, 다시 새벽같이 가방을 끌고 역으로 향했다. 


북해도의 남동쪽 항구도시 구시로에서 북동쪽 항구도시 아바시리로 가는 열차는 하루에 네 번밖에 없고, 대부분은 딱 한량짜리 완행열차로, 

구시로 동부습지를 지나고 네무로 호수를 지나고 시레토코샤리를 지난 후에 오호츠크해를 바로 옆에 끼고 달리다가 아바시리에 도착한다. 

그러니까 이 열차 자체가 관광열차다. 


꽤 낡은 한량짜리 열차를 보았을 때 아하, 북해도 전역 열차운행중단이 아니었어도 이 차는 그 비바람 속을 달릴 수 없었겠구나 싶어졌다는 건 조금 다른 이야기고.


원래 구시로의 서부습지가 동부습지보다 아름답다고 들었건만, 열차를 타고 가면서 본 동부습지는 전날 내린 폭우 덕분에 물이 차올라서 눈을 의심할 만큼 아름다웠다. 

서부 습지의 메마른 느낌이 가을의 구시로라면, 여름의 구시로는 그런 느낌이려나. 


원래 16일까지 쓸 수 있었다면 중간에 지나가는 네무로 호수에도 들러보려고 했는데, 태풍 덕분에 시간이 빠듯해졌다. 

아침 8시 30분 경에 시레토코 샤리에 내려서 부랴부랴 짐을 코인라커에 넣고, 우토로 온천으로 출발하는 8시 40분 버스를 잡아탔다. 




시레토코샤리 역에서 우토로 온천 터미널로 가는 길목에 보게 되는 '오시코신 폭포' 



설명하자면, 시레토코 반도라는 국립공원 겸 세계문화유산에는 기차나 일반 버스 같은 대중교통이 없다. 렌트카가 아니면 무조건 관광버스를 이용하는 수밖에 없는데, 

그 관광버스가 시레토코샤리역과 우토로 온천마을 사이를 다니는 A코스는 1800엔, 

온천마을에서 시레토코 호수(그 중에서도 정확히는 시레토코 오호)를 중심으로 도는 B코스는 3000엔, 

우토로 온천마을에서 다시 시레토코샤리역으로 돌아가는 C코스는 1700엔이다. 


비싸다. 그런데 다른 도리가 없다. 어쩌겠는가. 


어쩔 수 없기는 한데, 날이 흐리고 바람이 춥다. 버스 안에는 나 말고 사람이 다섯 명쯤 탔는데, 나만 빼고 모두 중년이나 노년의 일본 아저씨였고 모두가 각자 따로 온 사람들이었다. 

내가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 내내 시끄럽게 떠들어대는 가이드 아줌마의 발랄함이 오히려 엽기적으로 느껴지는 이 암울한 분위기, 뭔가 불길하다... 




(폭포는 상쾌했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우토로항의 버스터미널에 도착. 잠시 B코스 출발을 기다리는 사이에 버스 터미널 근처만 돌아보고 말았는데, 

같은 버스에 타고 있던 아저씨 하나가 들어오더니 밖에 '사카나'가 있다며 흥분해서 손짓을 한다. 잉? 무슨 물고기? 하고 나가보니 


있었다. 터미널 옆으로 흐르는 개천에. 연어가... 



강물을 거슬러 오르...다가 힘이 빠져서 갈매기와 까마귀들에게 뜯어먹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묵념) 



사진은 썩 잘 나오지 않았지만 신기했던 경험 ㅋ 



자 버스는 다시 출발하고, 하지만 불길한 예감은 틀린 적이 없지. 

관광 코스 중에서 더 산 위로 올라가서 볼 수 있는 폭포는 눈 때문에 폐쇄! 

시레토코의 다섯 개 호수를 도는 산책로 중에 반 이상이 불곰 출몰 때문에 폐쇄! 

그나마 남은 산책로라도 느긋하게 돌아보려고 했더니 소나기가 쏟아진다. 그냥 비만 오면 그러려니 하겠는데 바람이 더럽게 세서 주위가 안보인다! 

게다가 추워!! 내가 그렇지 뭐!! 왜 난 이런 일을 맨날 겪으면서 우비를 가지고 다니지 않을까! 음하하하하하(...)



땅에서 조금 위에 만들어놓은 목재 산책로는 어쨌든 폐쇄하지 않는다... 



그래도 호숫가 경치는 제법 멋있었다. 게다가 멀리 보이는 산 위에 눈이 쌓여서 또한 운치가. 



사슴도 곰도 못보고, 시레토코 국립공원 안내소에서 보여주는 영화를 보고 이런저런 기념품을 구경하고 사기도 하고 산책도 좀 한 다음에 우토로 항으로 귀환...


얄궂게도 정작 우토로에 돌아가자 날이 갠다. 폐쇄된 코스가 많아서 예정보다 일찍 우토로에 도착했기에, 항구마을을 구경할 시간이 생겼다. 


(아참, 구경못한 코스에 대해서는... 딱 500엔 쿠폰으로 돌려주더라... 후...) 




할 일이 없으니 우토로 바닷가에 있는 관광안내소 같은 곳도 구경하고... (이쪽 국립공원에 서식하는 각종 동물들의 모형이 전시되어 있다...)



사슴뿔과 사슴뿔로 만든 각종 조각, 공예품도 구경하고



우토로 바닷가 



졸고 있는 개... 귀여워 보이는데, 개 조심이라고 적혀 있었다 음; 



바닷가 마을답게 물고기도 신나게 말리고 있다. 


이렇게 조금 놀다가 다시 버스로 시레토코샤리 역 귀환. 가방을 찾아들고 열차를 타고 아바시리까지, 내내 오호츠크해를 하염없이 보면서 달렸다. 

시레토코샤리와 아바시리 사이 노선은 손꼽히게 아름다운 코스라고 하는데, 정말로 그렇다. 


그 노선에 무인기차역 카페 '기타하마역'도 있지만, 이날은 일단 눈여겨보기만 하고 통과 - 


아바시리역에 도착했을 무렵에는 날이 저물었다. 일단 숙소로 들어가서 짐을 풀고... 잠시 난방기에 몸을 녹인 후에 



(이건 시레토코 국립공원의 정기관광버스에서 주는 기념품이다. 각각 A코스의 말린 연어, B코스의 사탕, C코스의 당근주스......) 



역시 관광버스 여행은 취향이 아닌 데다가, 시레토코 국립공원에도 실망했고, 종일 과자만 몇 개 먹었더니 제대로 된 걸 먹고 싶었다. 하지만 아바시리역 부근에는 별 게 없다. 

숙소 방에서 잠시 검색질을 해보고 가격대비 괜찮다는 가까운 초밥집에 갔다. 회전초밥이라면서 메뉴를 주문해야 만들어준다는 점이 신기; 





게살



연어



성게알



오, 이 집 가볼까? 생각하게 했던 메뉴인 게장 초밥...


별로 비싸진 않은데, 엄청 맛있지도 않다 ^^; 


초밥까지 먹고도 뭔가 살짝 섭섭해서 아바시리 지역맥주에 도전~ 유빙이 유명한 지역이라 새파란 유빙맥주 같은 것도 팔지만; 그런 거 먹고 싶지 않아! 무난한 맥주로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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