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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2] 히로시마 (2)

일본/본섬 서쪽-긴키, 주고쿠

by askalai 2005. 2. 2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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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먹으러 돌아간 곳읏 혼도리. 버스센터-소고 백화점에서 한 블록 떨어진 상점가다. 필요한 물건을 좀 사고, 이리 기웃 저리 기웃 하면서 돌아보았으나... 쇼핑가라 그런지 음식점도 많이 보이지 않고, 일요일답게 사람은 많았다. 결국 지치고 배가 고파질 때까지 돌아보다가 사람들이 줄서 있는 왠 우동집으로 낙착.

그러나 들어가고 나서 둘 다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카페테리아 식으로 조리대 앞을 지나가면서 직접 튀김이나 주먹밥을 담고 우동을 주문하는 방식인데, 외국인이 뭘 알겠나 -_-;; 우리가 버벅거리는 동안 뒤에 선 사람들이 참을성 있게 기다리는 게 더 부담스러웠다. 우리나라 같으면 걍 먼저 가라고 했을 텐데. 음.

아무튼 재미있는 경험이긴 했다. 우동+튀김+주먹밥도 맛있었고.

그렇게 배를 채우고 나니 벌써 1시 가까이 됐나보다. 앞 장에서 깜박잊고 언급을 안했는데, 관광안내소에 들어갔을 때 부탁을 해서 숙소 예약도 해놓은 상태였다. 우리가 잡은 숙소는 히로시마에서 제일 싼(...) 미카와 료칸. 료칸이 싸다는 게 괴이하긴 했지만 그 부분의 의문은 숙소에 들어가보니 풀렸고, 아무튼 체크인 시간은 4시였다.

즉 4시까지 돌아다니다가 짐 찾아 들어가서 씻고 쉬고... 그런 다음 저녁이나 먹으러 다시 나오는 것이 이날 계획이었던 것. 자, 남은 시간은 어디서 때운다?

지도를 보고 점찍은 곳은 히로시마성. 이 성은 전차를 타기엔 애매한 위치에 있어서 걸어가야 했는데, 성 안에 들어가는 것만 요금이 따로 있고(전망대 값이랄까) 바깥은 공원처럼 조성되어 있다. 1589년 축성이라지만 당연하게도 원폭이 떨어졌을 때 아성의 망루만 빼고 다 무너져서 새로 지었다. 모리 씨, 후쿠시마 씨, 아사노 씨 등이 살았다고 한다. 새로 지었거나 말았거나 히메지성, 오사카성과 함께 일본 3대 성으로 꼽힌다는 곳이다.

일본에 남아있는 성 중에 들어갈 만한 곳은 히메지성 뿐이라지만, 원래 성이라는 게 멀리서, 밖에서 보면 꽤 멋있어 보이는 법...





요컨대 이런 식으로 말이다. 꽤 그럴싸해보이지 않는가? -0- 이 천수각 앞에 앉아서 눈을 가늘게 뜨고 햇볕을 한참 쬐었다... 나중에 올 부작용은 생각지 못하고서.

그렇게 노닥거리다가 다시 들어간 입구로 나간 다음(해자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한 바퀴 돌아서 재미있는 건물들이 있는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평화의 공원에서 다리를 건너면서부터 "저 지붕들의 정체는 뭘까" 궁금했던 곳이다 ^^


하나는 시민체육관 겸 무도관


또 하나는 어린이과학관&도서관. 야구장과 무도관 사이에 있다.


건축은 잘 모르지만, 둘 다 꽤 재미있는 구조였다. 일요일이라 그런지 양쪽 다 놀러나온 사람들이 꽤 많았고, 무도관 앞에는 만화에서나 보던 궁도복 차림의 여고생이 한떼거리였다. 찍어두고 싶은 마음도 없지 않았지만, 충전을 못한 카메라를 들고 다니려니 조마조마해서 원;;

이 두 건물 옆을 지나서 더 내려가면 히로시마 시민야구장이다. 새벽에도 봤지만 밝은 햇살 속에 옆으로 지나가면서 다시 보니 새삼... 참 낡았더라. 구장 벽에 담쟁이도 잔뜩 붙었고 옆에 나무도 많이 자랐는데, 나무가 벽을 받치고 있는 건지 벽에 기대고 있는 건지 알 수 없었다. 오래 되었다고 해봐야 50년 정도일텐데 왜 그렇게 낡아 보였을까?

시민 야구장 옆을 지나면 다시 원폭돔이 보인다. 이날 하루만 몇 번을 본 건지. 워낙 새벽 일찍 도착했더니 벌써 아침의 일이 아득하고 히로시마가 너무나 익숙하게 느껴졌다. 어쨌거나, 아직도 시간이 남는다.

E양과 의논을 한 건지 만 건지 하다가 히로시마역에 가보기로 결정. 가보니... 그냥, 역이었다. 말 그대로 찍고, 역에 있는 안내소에서 북오프 위치만 물어본 다음 다시 전차에 올랐다. (전차 정말 좋아한다)

그리고 북오프를 짧게 돌아보고(생각보다 컸다) 드디어 숙소로 고고.

미카와 료칸에 도착하니 여주인(!)이 기다렸다는 듯 달려나온다. 공동 화장실과 욕실 위치를 알려주고, 2층에 있는 방으로 안내해주는데 말 그대로 이불 두 개면 꽉 차는 아담한 방이었다. 와하하. 싼 만큼 작긴 해도 그래도 료칸이라고 이불도 깔끔하게 깔아놓고 히터도 켜서 따뜻하게 데워놓았더군. 이번 여행에서 묵은 숙소 중에 제일 깨끗하고 친절했다. 덕분에 둘 다 기분이 몹시 좋아졌다.

아무튼 야간버스에서 밤을 보내고 새벽 6시부터 빨빨거리고 돌아다녔더니만... 영 움직이기가 싫다. 카메라 충전 시켜놓고 주저앉아서 멍~ 하니 차를 마시다가 겨우겨우 몸을 일으켜 내려가서 샤워를 했다. 그러고 나서야 얼굴이 따끔따끔하니 아픈 데다 새빨갛다는 사실을 깨달은 나. 어쩐지 햇살이 좋더라니... 원체 게으른지라 선크림도 안발랐더니... -_-;;

왠만하면 그냥 버티려고 했는데 얼굴 상태가 말이 아니다. 떠오르는 것은 감자팩. 타거나 살짝 데었을 때는 감자를 갈아서 붙이는 게 효력 직빵인데... 감자를 갈기는 힘들겠고, 여기도 우리나라 화장품 가게에서 파는 것 같은 1회용 팩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털레털레 7시쯤 숙소를 나섰다.

전차를 타고 덜컹덜컹, 다시 혼도리로 가서 우선 약국(쿠스리)에 들렀다. 감자팩이 없나 찾아보니 아예 1회용 팩이 안보인다. E양이 나서서 화장품 쪽을 맡은 언니에게 물어봤다. 왠 마스크만 찾아다 주더니, 감자팩 같은 건 없다면서 난색을 표한다. 난 지금 화장품이 필요한 게 아니라고! 할 수 없이 감자 파는 곳을 물었다(...)

그 언니 반응 참 재밌더라. 오사카 사투리로... 반응을 크게 크게 보여주는 것이... 일어 잘 모르는 내가 봐도 웃음이 나올 정도. (혼또? 진짜 감자를 갈아서 붙여? 진짜 해봤어?)

그렇게 해서 알아낸 슈퍼로 감자를 사러 갔다 쿨럭.

너무 여러 개씩 있어서 난색을 표했더니만 딱 한개씩포장해서도 팔더라 쿨럭. 와하하하 웃으면서 샀다. 감자 한 개 58엔. 비싸긴 하지만 할 수 없지. 저녁 먹고 들어가서 얘기지만 이 감자를 씻어서, 숙소 주인 아주머니에게 칼을 빌려서, 얇게 썰어서 얼굴에 붙였다 쿨럭쿨럭. 참 황당한 짓이었지만 어쨌거나 얼굴은 나아졌다 ^_^;;

감자를 사고, 원래 목표였던 오코노미 무라로. 한 건물 2, 3, 4층에 작은 오코노미야끼 집이 우르르 들어가 있는 곳이다. 요컨대 신림동 순대 타운이나 신당동을 떠올리면 되겠다. 우린 2층으로 올라가서 제일 먼저 눈에 띈 집에 앉았는데, 어느 집이나 맛은 대체로 비슷하지 싶다.




오코노미 무라에서 먹은 오코노미야끼.


오코노미야끼와 같이 먹은 맥주. 잔은 몰츠인데 내용물은 과연...? 아무튼 맛있었던 것만은 확실.


원래 오사카와 히로시마, 두 곳이 오코노미야끼가 유명하다나 뭐라나. 오사카와는 방식이 좀 다르다. 야채를 듬뿍 깔고 두툼하게 만든다. 우리가 먹은 것은 새우와 오징어를 넣은 것. 나중에 온 단골들이 시키는 제일 싼 메뉴는 가운데 계란 반숙을 박아넣은 것이 그럴싸해 보이더라. 참고로 제일 비싼 오코노미야키는 히로시마 명물이라는 굴이 들어간 놈이다. E양이 굴을 먹지 않으니 당연히 패스. 아무튼, 이것도, 진짜, 맛있었다!!

흐뭇한 마음으로 전차를 타러 돌아가는데, 혼도리엔 아직도 트리가 켜져 있었다. 빛깔은 청보라색. 기분도 좋고 해서 털레털레 걷다보니 조금 이상한 기분. 방향을 잡아서 큰길로 나가보니 아니나다를까, 숙소까지 한 정거장밖에 남지 않았다. 그 거리를 다 걸어버리다니 onz (사실은 걸을만한 거리였다는 뜻도 되지만...)

다음날 밤은 또 버스에서 자야 할 테니, 체력을 비축해둬야 했다는 핑계를 대 두자. 털레 털레 숙소에 들어가서 약식 감자팩을 하고 난 다음, 잤다. 아주 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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