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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 코스

한국/제주

by askalai 2011. 10. 30.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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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4일

원래는 12코스 다음에 13코스를 걸을 작정이었지만,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난 사람들 다수가 추천한 14-1 코스로 방향을 바꿨다. 물론 여기에는 14-1을 걸으면 그나마 근방에 있다는 버거집에 도전해볼 수 있다는 계산도 있었고... 무엇보다도 곶자왈에서 노루를 보았다는 사람이 여럿인 덕이 컸다.

14-1코스: 저지마을회관 - 강정동산- 문도지오름 - 저지곶자왈 - 오설록(10.3km) - 청수곶자왈 - 무릉곶자왈 - 생태마을 앞까지 18.8km.

조금 긴 코스이기도 하고, 저지 마을회관으로 가는 버스 시간이 정해져 있는 터라 일찍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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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스트하우스 앞에서...


오설록을 제외하면 음식점도 상점도 없고, 마을도 거의 없는 숲길이라, 버스 정류장 앞에서 김밥을 사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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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 마을길을 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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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은 포즈!


코스 대부분이 길을 잃을 수도 있는 숲인데 정작 숲속 사진은 거의 없어, 이 포스팅을 올려놓고 보면 코스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게 생겼다.

어떤 이들은 숲에서 따닥 소리만 나도 깜짝 놀라거나 무슨 동물인가 싶어서 무서워하거나 했다는데 우리는 눈에 불을 켜도 노루가 나오기를 기다렸다. 곶자왈에 들어서기 직전, 외진 마을에서 노루와 마주쳤다. 화드득 놀라서 달려가는데 어 소리만 내고 말았다. 곶자왈에 들어서서도 화다닥 소리가 들리거나, 멀리서 짖는 소리가 (짖는다는 표현이 딱이다. 노루 울음소리는 전~혀 귀엽지 않다) 들리거나, 뛰어가는 노루의 엉덩이 아니면 그림자만 보았다. 하루 종일 숲을 걸으며 노루를 다섯 마리는 본 것 같지만 제대로 본 놈은 하나도 없고 사진은 당연히 찍지 못했으니... 야생 짐승이니 당연한 줄 알면서도 아쉬움 가득.

숲길에는 대부분 울퉁불퉁한 현무암이 깔려 있어서 쉴 곳도 마땅치 않다. 열심히 걷고, 생각보다 일찍, 12시도 되기 전에 오설록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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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녹차밭...

을 바라보며 잔디밭에 주저앉아 김밥을 먹었다. 그리고 디저트는 오설록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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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도 녹차 아이스크림 맛이 나날이 좋아지는구나. 서울에도 지점이 있다던데 먹으러 갈 만 한 듯?


오설록에서 막 덖은 녹차도 샀다. 맛을 보니 도저히 지나칠 수가 없더라 흐흐.

한국과 일본에서 즐겨 마시는 녹차는 중국에서 많이 마시는 청차/홍차 계통이 아니고, 한국식으로 덖은 녹차는 또 일본 녹차와 달라 쓴맛이 별로 없다. 그래서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중국인 관광객들이 녹차를 무시무시하게 많이 사가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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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올레 코스는 다시 녹차밭을 한 바퀴 돌고 빠져나간다.


녹차밭에서 큰 길을 건너 다시 숲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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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루는 찍지 못하고 말만 찍었네


난 이 다리 굵은 회색 말이 귀엽더라. 흔히 보는 흰 말, 검은 말, 갈색 말과는 조금 종이 다른 느낌.

생각보다 빨리, 4시도 되지 않아서 코스가 거의 끝나고 인향동 마을이 나왔다. 자, 여기에서부터 그날의 진정한 삽질이 시작되었으니... 보통 제주도를 찾는 사람들이 차를 타고 가는 유명 버거집까지 걸어간 것이다. 스마트폰이 있는 것도 아니고 길을 물어 물어서 걷는데, 족히 한 시간은 걸린 것 같다. 물론 남아있던 힘은 이 길에서 다 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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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념으로 먹고야 만 허브빅버거. 힘들고 배고파서 흡입 ㅠ_ㅠ


너무 커서 여자 둘이 가면 남기기도 한다... 고...? 깨끗이 다 먹었다... (먼산) 굳이 변명하자면 풀이 잔뜩 들어있고 소스가 상큼해서 무겁지 않았...

아무튼 힘은 다 빠졌고 근처에 아무것도 없는 가게라 택시를 불러서 타고 돌아가야 하려나 했는데, 우리가 거지꼴로 도착했을 때부터 '헉 여길 걸어오신 거?'라며 눈여겨보던 사장님이 근처 버스 정류장까지 태워다 주셨다. 친절한 사장님 만세. 버거 정말 맛있었어요. 그런데 제발 교통 좀 편한 곳에 분점을 내주시면 좋겠습니다 ㅜ_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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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해가 저물었다


녹초가 되었다고 생각했지만 숙소에 돌아가서 씻고 널부러져 있으려니 다시 차려진 술상.

전날 전갱이 몇 마리밖에 잡지 못했던 부산싸나이가 설욕전을 펼쳐서 학꽁치를 떴다 하니 나가지 않을 수가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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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입이 싸구려라 그런지 전갱이가 더 맛있었다 ^0^


부산싸나이와 우리 말고는 멤버 모두 물갈이. 자전거 여행중인 보기좋은 부자(父子)와, 장기로 제주도를 여행하고 있는 사진사(직업은 아니지만 잘 찍으시기에, 편의를 위해 붙인 별명)가 합류하여 즐겁게 마셨지만, 우리가 퇴장하고 나서도 한참 마시던 세 사람은 끝내 술이 과해 일을 친 모양이더라.

게스트하우스의 마지막 밤은 그렇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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