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3일.
드디어 바람이 잦아들고 배가 뜨기 시작했다.
쉬지 않고 걸었으니 이 날은 가파도만 다녀와서 맛있게 식사하고 쉬기로 결정.
날이 좋아 가파도 해안은 참으로 아름다웠다... 그러나 가파도의 명물인 청보리밭은 파란 보리는커녕 마른 풀조차 없는 빈 땅. 하필이면 딱 밭 갈아엎는 시기에 가다니 -_ㅜ
한라산까지 깨끗하게 보이는 날씨
산방산이 골을 내시나...
남들 한 시간, 한 시간 반이면 돈다는 섬에서 세 시간쯤 놀고 다시 배를 탔다. 불행히도 돌아가는 배는 작았는데... 에... 내 생전 배멀미를 해본 적이 없건만 괜히 아래 선실 들어가서 앉아있다가 제대로 멀미. 차라리 추워도 밖에서 바람을 맞았으면 그런 일은 없었을 것을...
그래도 심한 멀미까지는 아니어서, 울렁거리는 속을 가라앉히고 걸어서 드디어! 도착한 날부터 계속 별렀던 산방식당에 갔다. 수육과 밀면, 두 가지만 파는 집인데 음식점 자체도 6시까지밖에 하지 않지만 수육은 그보다 빨리 떨어진다. 값이 비싸지 않고 맛있으니 당연히 그렇겠지. 우리도 아슬아슬하게 겨우 먹을 수 있었다.
사진으로 보면 밀면이 더 그럴싸하지만, 밀면이 그냥 맛있다 정도라면 수육은 어떻게 이렇게 삶나 비결이 뭔가 싶은 맛!
과일가게에서 '못생겼다'는 이유로 싸게 쓸어간 귤. 보기 좋은 게 맛도 좋지만은 않다는 실례로 찍어봤다 :)
그리고 저녁에는 또 게스트하우스에서 술을... 이번에는 터줏대감 부산싸나이와 가파도 가는 배를 같이 탔다가 빠른 속도로 마라도까지 간 한석규 혹은 봉태규 닮은이 빼고는 거의 다 사람이 물갈이된 상태였는데, 스쿠터 타고 제주도를 반 바퀴 돌다가 찾아든 대성이 닮은 청년(?)과 한밤에 찾아든 전라도언니 삼각 편대의 만담에 제대로 배잡고 웃었다. 물론 무심히 계시다가 한 번씩 촌철살인을 날려주시는 숙소 어머님이 최고! -_-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