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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걷기 3

한국/제주

by askalai 2009. 5. 21.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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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2일 화요일. 슬슬 적응이 됐는지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이 빨라졌다. 날이 흐렸다. 비가 온다는 예보도 있었고.  

이날의 우선 목표는 올레 7코스 전반부를 돌고 풍림리조트에서 점심을 먹는 것. 그 후는 그 다음에 생각하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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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돌개까지는 택시가 더 편하다는 조언에 택시로 갔는데, 버스를 타도 됐지 싶다. 3인 이상 일행이라면 택시가 훨씬 낫겠지만.

외돌개에 있는 작은 가게에서 우비를 사고,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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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돌개


대장금을 찍었다던데 잘 모르겠다. 어쨌든 얼굴 집어넣고 사진은 찍었다. 최근 목표가 '나도 엽기 사진을 찍을 수 있다'라서(...)

외돌개도 좋고, 이어지는 길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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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로를 한들한들 걷는데 비가 오기 시작했다. 새로 산 우비는 편의점표보다 좋은 물건이었지만, 그래도 습기는 차고 얼굴이 가려지지 않으니 사진을 찍기는 어려웠다. 해서 7코스에서도 특히 좋은 (그러나 발을 조심해야 하는) 수봉로나 바당올레에서는 사진 전무;

너무 일찍부터 움직였는지, 비가 와서 변변히 쉬지 못하고 움직여서 그런지 11시 반도 되지 않아서 풍림리조트(여기까지가 8.88km) 도착. 풍림리조트에서는 올레꾼들을 위해 점심뷔페를 운영한다고 들어서 기대했으나 월, 화요일에는 뷔페식이 아니었다. 그 대신 올레 정식이 있어서 주문.

......맛있어!!

기본 음식 솜씨가 좋다. 밥도 맛있고 생선구이도 맛있고 나물무침도 맛있고.

어쨌거나 비옷 좀 닦아내고 밥먹고 자판기 커피를 즐기며 쉰 후, 7코스 후반은 버리고 월드컵경기장까지 가서 7-1코스 엉또폭포에 가보기로 결정.

경기장까지 어떻게 가는지 물어보니 그냥 택시 타란다. 걷기 시작했다. 월드컵경기장은 저 위 지도에서 월드컵사거리에 가깝다고 보면 된다. 풍림리조트에서는 2km쯤? 거리상으로는 나쁘지 않은데 길이 아스팔트인 것이 에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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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다리 사이에 이런 귀여운 조각을; 꼭 지장보살님 같이 생겼지만, 아니겠지?


서귀포 월드컵경기장. 전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월드컵경기장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바다가 내려다보이기 때문일까? 그러나 우리가 도착해서 본 것은... 안개 속에 희미하게 솟아오른 철골들. 영화 미스트에 나올 듯한 풍경이었으니;

어쨌거나 관람석으로 올라가서 사진 찍고 놀다가 정문으로 나갔는데, 파란 화살표가 없다! 헤매다가 결국 제주올레 사무실로 전화했다. 되돌아가야 했다-_-; 이 즈음 비는 다시 많이 내리고. 괜히 7-1 가기로 했나 걍 숙소 들어갈까 하다가 화살표를 찾자 급 마음의 평온을 찾고 다시 걷기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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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코스 올라가다가 본 경기장


7-1코스는 완만한 언덕길인데, 양 옆으로 나무와 감귤밭과 버려진 집들만 보일 뿐 오가는 차도 사람도 없다. 그래. 역시나 일단 접어들면 빠져나갈 길이 없을 줄 알았지 ㅋ

안개비까지 더하니 참으로 쓸쓸한 분위기. 아스팔트 포장만 빼면 참 좋았지만, 혼자서는 걷기 무섭다는 사람도 있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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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도 차도 없고 우비도 입었겠다 이런 짓을 하며 놀고


비 때문인지, 그냥 컨디션 저하인지, 가방을 한쪽으로 맨 게 문제였는지 슬슬 허리가 아파오는 가운데 엉또폭포까지 열심히 걸어들어갔지만, 폭포에는 물이 없었다.  비가 70밀리 이상 와야 폭포가 된단다. 그래도 바위가 절경이기는 했는데 사진에는 담기지 않아서 통과.

폭포 앞까지 이어지는 나무계단에 궁상맞게 앉아서 쑥찐빵을 뜯어먹는데 다시 빗발이 강해졌다. 신월동촌으로 빠지는 길목까지 가는데 허리가 점점 더 아프다. 결국 코스에서 벗어나기로 했지만, 택시든 뭐든 부를 만한 큰길까지 가는 것도 제법 멀었다. 가까스로 큰길까지 내려가서 콜택시를 불러서 귀환. 택시 불러서 돌아가기는 여행 내내 이 날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는데; 숙소에 기어올라가자마자 바로 뻗어서 한 시간쯤 잤다.

다행히도 그러고 나니 좀 나아져서 씻고 저녁 먹으러 기어나갔는데... 이날의 저녁은 용이식당의 두루치기. 제주도에서 먹은 식사 중 탑으로 꼽을 만큼 맛있었다는. (사진은 나중에)

특히 인상적인 부분.
 
'아주머니 저 소주 한 병...'
'여기 술 안팔아요. 슈퍼 가서 사다 먹어.'

용이식당은 오직 두루치기만 판다. 술, 음료수 이런 거 없다. 다른 데서 사다 마시란다. 1300원 주고 한라산 소주 사다가 물잔에 따라서 반주로 마셨다.

6박 7일 중에 여러 모로 가장 즐겁고 만족스러운 하루(아팠던 건 금방 잊어버리고 사서 고생이 취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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