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레 8코스 전반, 정확히는 중문해수욕장까지 가서 점심을 먹고 중문관광단지로 빠져서 여미지식물원과 천제연폭포를 보다.
포구에서 출발해서 위로, 위로... 그늘이 없다. 아침 일찍 출발했는데도 해가 따가웠다. 오히려 낮 시간보다 바람이 덜 불어서 더 힘든 것 같기도 하고, 몸이 덜 풀려서 더 힘든 것 같기도 하고.
계속 바다가 보였고, 마늘밭과 도대체 어디에 쓰는 걸까 계속 궁금했는데 결국 묻지 못한 야자나무들(방풍림? 아니면 목재? 빨리 자라기는 할 것 같은데)과 소철 농장을 지났다. 절벽을 따라 난간이 이어지고, 중간 중간 '문화재 보호'라는 팻말이 보였다. 빈 난간 사이로 내려가보니 툭 튀어나온 주상절리 절벽이 보였다. 위에 빨간 난간을 둘렀고 사람이 우글거렸다. 우린 여기서 보는 걸로 족하다고 생각했다.
중문 해수욕장으로 가는 길에 파란 화살표를 놓쳤다. 베릿내오름으로 가는 길을 놓치기 쉽다는 글은 나중에야 읽었다. 무조건 중문 방향으로 가다가 어디로 가야 할 지 알 수가 없어져서 한 쪽에 모인 버스 운전사들에게 물었더니 어이없어 하며 바로 뒤란다. 바다를 어떻게 가냐니, 내려가면 되지! 그쪽은 산이고! 낯뜨거웠다.
중문 해수욕장은 드물게 보는 흰 모래사장. 예쁘다. 뛰노는 아이들(유감스럽게도 어린 아이들이 아니라 수학여행 온 고등학생들이었다)을 감상하다가 해녀의 집에 가서 전복죽을 먹었다. 무척 기대했지만 감동할 맛은 아니었다. 역시 완도에서 지나치게 맛있는 전복죽을 먹었던가보다.
이른 점심을 끝내고 나니 아이들도 싹 없어졌다. 신발을 벗고 모래사장을 걸었다. 안 그래도 이 햇볕이면 유럽인들은 일단 옷벗고 눕는다는 소릴 했었는데, 하얀 모래사장에 외국인들이 자리를 펴고 일광욕을 하고 있었다. 바로 위에 있는 고급 호텔 손님이지 싶었다.
슬프게도 중간에 사진 찍다가 확 밀려온 파도가 신발과 양말을 적셨다. 하야트 호텔로 올라가는 계단 그늘에 앉아서 열심히 모래를 털어내고 양말을 빌려 신었다. 모래가 희다고 생각했더니 하얀색, 검은색이 섞여 후리카게 같았다.
하야트 호텔까지 올라간 다음, 파란 화살표를 버리고 중문 관광 단지 쪽으로 들어갔다. 여미지 식물원에 가기 위하야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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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관광 코스 중에 제일 평이 좋더라니, 과연 사랑스러웠다. 오전 내내 말없이 걷던 E양과 나... 오후에는 또 정신줄 놓고 미친 짓을 하며 지내고 -_)
식물원 한 바퀴 돈 후에는 그 옆으로 빠져서 천지연 폭포 관람. 1폭포부터 3폭포까지, 서로 꽤 떨어져 있고 산책로가 길다. 여기에서도 수학여행파 때문에 정신이 없었지만, 3폭포는 멀어서 그런지 한결 사람이 적었다. 물도 좋고 산책로도 좋았지만 계단이 많은 것이 흠...(무, 무릎이!)
다음에 하야트 호텔에서부터 출발하면 되겠거니 하고 철수. 이날 저녁은 갈치국과 갈치구이였다 -_-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