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질 체력 주제에 1박 2일 버스 여행을 한 여파: 4월 28일, 29일 뻗어지냄. 다행인지 아닌지, 기온은 30도까지 올라가지 않았고, 밤에는 쌀쌀하기까지 했다. 담요를 빌려서 자야 했다.
외출이라고는 28일에 장을 보러 슈퍼에 잠시, 29일에 일본 아가씨 마이코와 안작 힐에 갔던 게 전부다.
교회...도 어딘가 이 동네풍.
교회 안도 마찬가지. 솔직히 호주에서 정말 감각있다고 느낀 건 대부분 애버리진 예술이다.
안작힐에서 내려다본 시내...
28일, 아침 식사시간 넘어서 일어나서 슈퍼에 갔는데, 그거 걸었다고 중간에 현기증까지 났다; 타이레놀이 안통하는 것 같아서 비싼 돈 내고 (제길 무슨 감기약이 만 오천원이냐!) 약도 새로 사고, 2리터들이 주스와 사과, 수프, 빵 등을 구해서 귀환.
시내에는 확실히 애버리진이 많았다. 피부가 까만 사람들이 여기저기 한가로이 앉아있다. 연방 정부에서 살 만큼 보조금을 받는다지만, 무기력해 보인다. 잔디밭에 앉아있던 나이든 부부가 나에게 손짓을 해서 다가갔더니 옆에 앉히고 짧은 영어로 사진 찍겠냐고 묻는다. 사진 생각 없다고 고개를 저었더니 배가 고프단다... 어찌할 지 모르다가 사과를 주고 자리를 떴다. 무척 입맛이 썼다.
점심 먹고 또 자고, 오후 늦게 일어나서 세탁을 하러 나갔다가 캥거루 섬에서 같이 다녔던 ㅈㅇ과 딱 마주쳤다. 인연이 있긴 했나보다. ㅈㅇ은 다른 투어를 예약해두었지만, 덕분에 ㅈㅇ과 같은 기차를 타고 온 다른 한국인과 인사를 나눴다. 28일 저녁은 숙소 안 식당에서 캥거루 고기 넣은 커리.
그제야 정신이 좀 돌아와서 같은 방 사람들을 보려니 잉글랜드 할머니가 두 분 계셨다. 한 분은 언니를 만나러 영국에서 날아왔을 뿐 비교적 평범한 관광객. 문제는 그 언니분 쪽인데, 허리도 약간 굽은 분이 엄청나게 원기왕성한 데다가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집에 돌아가질 않는다고 했다. 사람을 많이 만날 수 있어서 도미토리가 좋다며; 집이 어디냐고 누가 물었더니 '내가 있는 곳이 내 집. 너희도 지금 내 집에 묵고 있는 것임'이란다. 하하. 굉장했다. 그냥 여행만 하는 것도 아니었다. 중국에서는 에이즈 아동들을 도왔고, 앨리스 스프링스에서도 잠시나마 병원 자원봉사일을 하고 있었다. 너무 엄청난 에너지라서 부러워할 수도 없이 감탄만 했다. 내가 몸이 안좋다고 했더니 레몬차를 끓여주셨다. 그것만으로도 기분이 한결 좋아졌다.
29일에 만난 마이코는 또 전혀 다른 여행객. 우울증이 너무 심해서 고등학교도 중퇴했단다. 자립하고 싶어서혼자 여행을 와봤고 다른 사람 속도에 맞출 수 없어서 어느 투어에도 끼지 않고 혼자 다녔단다... (미안하지만 이 대목에서 집은 여유로운가보다 생각해버렸다;) 다른 건 몰라도 감성이 예민하긴 했다. 일본이 한국에 한 짓, 오스트레일리아에 한 짓을 생각하면 슬프다는 말을 먼저 꺼낼 정도로.
29일 저녁은 소고기... 엄청시리 싸긴 한데 맛은 잘 모르겠;
기왕 비행기고 뭐고 예약 바꾼 거, 하루 더 쉬려고 했지만 목요일에는 투어가 있을지 어떨지 모른다고 해서 다음날인 30일 출발로 예약. 그러니까 다음날부터 2박 3일은 진짜 레드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