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 눈이 떠졌다.
아침을 먹고 짐을 싣고 떠난 첫번째 목적지는 플린더스 체이스국립공원. 울룰루-카타츄타보다 덜 유명하지만, 그보다 먼저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땅이라 한다. 섬에 처음 들어갈 때 가이드가 몇 번이나 주의를 줬지만 캥거루 섬은 극심한 가뭄을 겪고 있었다. 그 가뭄과 관계가 있는지, 없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국립공원의 3분의 1정도는 자연 산불로 불탄 상태였다.
이런 풍경에도 매력은 있지만.
그러나 물론, 끔찍하게 타버린 덤불들 사이에서 재생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내려다보면 거의 붉은 색에 뒤덮힌 마른 덤불 사이에 희미한 녹색 조각이 섞여 있었다. 이런 구역은 철저히 출입 통제 상태였다.
어쨌거나 이 공원에서 제일 유명한 곳은 여기.
멀리서
조금 더 가까이. 마치 왕관 같다.
더 가까이! '놀라운 바위들Remarkable Rocks'이란다.
조각을 보는 느낌이다.

돌 사이로
사진에 보다시피 먹구름이 몰려들고 있었다. 차에 오르자 곧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극심한 가뭄이라니 잘 된 일이지만, 친구들이 농담삼아 말하듯 이번에도 '여행지에 비 몰고 가기' 기록을 추가했다는 기분을 떨칠 수 없었다. 티벳에서도 연짱 비가 오더니... 미리 말하자면 다음 날 들어간 사막에서도 비가 왔다는 -_-;
어쨌거나 비 속에서 모자를 뒤집어쓰고 바다표범을 보러 어드미럴 아치로.

종유석 아치를 중심으로 바다표범이 다닥다닥 붙었다... 전날 본 바다사자와 달리 움직임이 활발하고 숫자도 많고 색도 시꺼멓고 무엇보다도 냄새가 지독하다; 그나저나 바위에 다닥다닥 붙은 모습이 흡사 해삼 같다고 생각한 건 나 뿐일까? -_-
가까이 보면 이런;
비바람 속에서도 꽤 오래 버티며 거친 바다와 헤엄치는 바다표범들을 구경.

공원 안에서 점심을 먹고, 원래 계획은 작은 배를 타고 뭍으로 돌아가는 것이었지만 파도가 강해서 올 때와 마찬가지로 페리를 타야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후 일정은 이렇다할 게 없어서, 다른 바닷가에 잠깐 들르고 전세계에서 캥거루 섬에만 남았다는 벌을 쳐서 만든 꿀 가게에도 들르고...그리고 이 무렵부터 몸이 안좋아지면서 목이 아프기 시작했다. 아마 에어컨 때문이었지 싶다.

꿀 파는 가게에 잠시 들러서 커피 마시고. (꿀 제품도 시식은 했다) 어쩐지 지쳐서 페리 탑승. 이번엔 바람도 심하고 몸도 안좋아서 실내에 앉아 있었지만, 해가 질 때만큼은 사진을 안찍을 수 없어서 잠시 밖에 나갔다. 뭐라도 붙잡지 않으면 넘어질 정도로 바람이 심했다.

뭍에 내려서 다시 차를 타고 애들레이드로 돌아갔다. 가는 길 내내 몸이 안좋았다. 가져간 옷을 다 껴입고 타이레놀을 두 알 먹고 자다 일어나니 조금 나아졌고, 숙소에 도착해서 뜨거운 물로 샤워하고 간단하게 요기를 하니 조금 더 나아졌다. 문제는 다음 날 새벽에 바로 1박 2일 사막 버스여행이 있다는 것... 이거 괜히 돈아까운 투어(캥거루 섬 투어비가 울룰루 2박 3일투어보다 비싸다!!!)를 강행해서 애타게 기다리던 사막 일정까지 망치는 거 아닌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아침에 몸이 괜찮아지길 빌며 짐 정리하고, 따뜻한 물을 받아서 침대 옆에 놓고, 약먹고 취침. 드디어 레드 센터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