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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도] 청산도

한국/전라

by askalai 2007. 8. 27.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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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4일. 3박 4일 중 최고의 하루였다. 완도에 막 도착했을 때 차를 얻어탄 국립공원관리원이 말하길 보길도보다는 청산도가 때를 덜 타서 좋다고 했었다. 보길도만큼 산이 가파르지 않아 날이 덥지만 않아도 걸어다닐 만 하다는 섬이다. 전날보다 더 쾌청한 기분으로 무려 아침 8시 배를 탔다. 아침식사는 전날 사둔 우유에 빵.

제주 가는 배가 뜨는 곳이라 역시 화흥포항보다 훨씬 크고 잘 만들어진 여객선 터미널에서 배를 타고 45분. 보길도보다 섬이 적어서 그런지 물이 상대적으로 깊고, 덜 잔잔하다. 동해에 비하면야 위험한 느낌은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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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색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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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등대는 쌍둥이.


배가 항구로 들어서는데 이미 느낌이 보길도와 다르다. 좀 더 편안한 느낌. 항구에 내리니 배 내리는 시간에 맞추어 버스가 서 있다. 부랴부랴 일단 올라탔다.  

1차 목표는 서편제/봄의 왈츠 촬영장. 사실 여긴 항구에서 15분이면 걸어갈 수 있는 거리라지만, 어차피 버스 기다리며 다니기 힘들 것 같아서 이쪽을 보고 반대방향의 지리 해수욕장에 가는 것이 주된 계획이었다. 그리고 버스가 나지막한 언덕을 오르는데, 창밖을 보니 탄성이 절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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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은 클릭하면 크게 뜬다는~


오오오오 이뿌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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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이 항구, 왼쪽이 위 사진에 보이는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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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편제 촬영장에서 내려다보며. (클릭하면 크게 뜸) 왼쪽 끄트머리가 화랑포란다.

여기 풍경이 너무 좋아서 이성을 잃고 사진을 마구 찍었다. 촬영세트 자체는 뭐, 그냥 그렇다. 서편제의 유명한 흙길은 흙길이 아니고, 봄의 왈츠인가 하는 드라마는 여기 와서 처음 들었지만 세트장 내부 수리 중이었고... 그러나 이런 풍경이 보이는 포인트를 잡은 것은 역시 훌륭한 안목이라 해야 할 듯. 사진에 보이는 길을 따라 내려가서 바닷가까지 갔고, 거기서 위를 올려다보며 또 찍었지;; 여기서만 오전 시간을 다 보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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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중앙쪽에 있는 읍리로 걸어가보았지만, 마을에서 다시 큰길로 올라가는 길을 찾지 못하고 헤매다가 원위치로 돌아가버렸다. 으흑. 또 삽질. 배도 고프고 해서 다시 항구로 출발. 열심히 걸었다. 가을만 되었어도 가뿐한 산책길이었겠지만;; 이 땡볕에는 많이 힘들더라는. 그래도 섬이라 그런지 끊임없이 서늘한 바람이 불어서 겨우 버틸 수 있었다.

내려가서는 전복삼계탕을 먹어보겠다고 한참 뒤졌으나 몇 안되는 식당 어디에 물어보아도  그런 메뉴가 없다 ;_; 할 수 없이 그냥 식당 가서 회덮밥과 삼계탕(...)으로 점심 해결. 맛은 있었다.

밥 먹고 나서니 해가 제일 강한 시간. 의욕도 아침의 20%로 저하했다. 그렇다고 1시 배 타고 돌아가기는 그렇고, 4시 20분에 있는 막배를 타려니 어딘가 바닷가에 가서 노닥거리는 게 최고일 듯 싶어 버스 시간을 이리저리 물어보았다. 섬 안에서 유일한 모래해변인 지리 해수욕장으로는 가는 버스가 없고, 반대 방향인 신흥리로 가는 버스는 1시쯤 있단다. 간식을 사들고 슬금슬금 (시원한) 농협에 들어가서 버스 올 때까지 기다려도 되겠냐고 물었다. 한 분 있는 직원이 그러면 자기가 시간표를 물어봐주겠노라 하시더니, 문득 일 보러 온 동네 아저씨를 보시며 '신흥리까지 태워다주쇼' 그러신다. 아저씨 전혀 반갑지 않은 얼굴로 우릴 보신다고 생각했는데 따라오라신다. 운전은 졸지에 휴가중에 동네 아저씨(어르신)을 태우고 나오셨던 농협 직원 아저씨가. 졸지에 또 히치. 핫핫.

심지어 차를 몰고 가다 말고 '범바위는 봤는가?' 하시더니 못봤다니까 그리 또 들러주셨다. 우리끼리는 도저히 못갈 것 같아서 계획에서 뺐던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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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는 청산도에서 제일 볼 만한 게 이 범바위라고 주장하시더라. 과연 오전에 본 화랑포 부근이 아기자기하게 예쁘다면 범바위 쪽은 시원하고 탁 트인 경치가 일품이었다.

아무튼 그러고서 신흥리 해수욕장에 갔는데, 예상을 깨고 뻘밭이다;;; 깊이 감사드리고 내렸지만, 바다까지 가진 못하겠구나 싶어 소나무 밑에 앉아서 커피를 마시며 노닥거리고 있는데 조금 있다가 그 차가 되돌아온다. "보아하니 앉아만 있을 것 같은데 다른 데까지 데려다주지 뭐." 라며 가이드 자청. 우워 감사합니다 ㅠ_ㅠ

해서 진산리 해수욕장으로 이동. 여긴 구계등이나 예송리같은 갯돌 해변이다. 그냥 돌아다니려다 아저씨도 발이라도 담그지? 하시고, 우리 딴에는 기다리시게 하기 미안해서 자꾸 금방 돌아갔더니 다른 데 데려다주시느라 힘드신 것 같아서 발을 담갔다. 물 시원하고 좋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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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물소리는 구계등보다 못하고, 갯돌과 깨끗함은 예송리만 못하다.


잠시 놀고 나가니 마지막으로(더 갈 곳도 없었다) 지리 해수욕장에 데려다 주시면서 여기서는 택시 부르면 3000원이면 항구까지 갈 수 있으니 놀다 가라고 하신다. 몇 번 감사해도 부족한 친절이었다. 감사합니다 아저씨들 굽신굽신. 지리 해수욕장은 고운 모래사장. 해변도 물도 깨끗하다. 시간상 해가 무시무시하게 내리쬐어-_- 잠시 발 담갔다가 확 탔다. 흑. 아무튼 여기서 그나마 남해 간 인사치레는 하고 (물에 발도 안담그고 갈 뻔 했;) 다시 배 타고 완도로 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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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해수욕장에서. 모래밭에 놓인 점-_-이 우리 신발임.

아참. 차 타고 가면서 중간에 고인돌도 보고 구들장 논도 보았는데, 사진은 못찍었다. 고인돌이야 애석할 것이 없지만 구들장 논은 아쉽고나. 물빠짐이 심한 섬이라 벼를 키우기 위해 돌을 쌓고 (저~ 위에 서편제 촬영세트에 보이는 돌담 형태로) 그 위에 논을 만들어놓은 것. 도대체 언제 그렇게 만든 건지는 모르겠지만 청산도에 사람이 산 게 400년 전쯤부터라 하니, 쌀밥을 먹으려고 농토를 만들어낸 노력이 놀랍다.

4시 20분 배를 타니 5시 조금 넘어서 터미널 도착. 숙소로 돌아가서 쉬다가 다시 7시쯤 일이 끝난 ㅈ이를 만나서 저녁을 먹었다. 이번에는 동네 골목길에 있는 아구찜 집을 찾았는데, 관광객이 아니라 동네 사람들로 자리가 꽉 차서 기다렸다가 앉아야 했다. 쿠궁. 과연 그 인기만큼이나... 겁나게... 맛있는 아구찜!!! 솔직히 완도 가서 먹은 것 중에 제일 맛있었던 것 같다. 별로 맵지도 않으면서 안에 든 콩나물은 왜 그리 맛있는지... 아, 그 맛이 또 생각나누나 ㅠ_ㅠ E양은 이거 먹고 싶어서 완도 다시오겠다고 말할 정도였다는.

암튼 그러면서 셋이 또 잎새주 한 병 딱 비우고, 다음날은 체크아웃하고 버스 시간까지는 ㅈ이네 약국에 짐을 맡겨두기로 하고 숙소에 돌아가니 벌써 10시가 다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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