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도군은 상당히 많은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군청소재지인 완도 외에 노화도, 소안도, 신지도, 보길도, 청산도 등등. 그 외에 작은 섬도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데 아주 작은 것은 무인도지만 나머지는 대부분 반농반어의 유인도다. 그 중에서 완도에 놀러간 사람이 많이들 가는 곳이 보길도와 청산도. 청산도는 여객선터미널에서 배를 타면 갈 수 있지만, 보길도는 섬 반대방향에 있는 화흥포항에서 배를 타야 한다.
8월 23일. 보길도에 가기 위해 버스터미널까지 걸어가서 농협 셔틀버스(200원)를 타고 화흥포항으로. 실은 날도 덥고 하니 8시 40분 배를 타려고 했는데, 버스를 놓쳐서;; 10시 배를 타야 했다.
아무리 남해라지만 뭔가 사기스러운 물색;;
망끝전망대에서 내려다본 보길도 앞바다. 잔잔한 진초록빛 물이 동해와 대조적이다.
하나뿐인 버스를 타고 몇 군데만 천천히 보기로 마음먹고 있었으나, 부두에서 혼자 차를 몰고 온 아저씨가 말을 걸어왔다. 혼자 다니기도 심심한데 이 섬은 마침 차 없이 다니기 힘들어보이니 같이 다니잔다. 워낙 의심이 많은 성격이라-_-;; 망설였으나 날도 덥고 해서 승낙. 아저씨는 소안도에서 근무하는 후배를 만나러 왔는데 퇴근할 때까지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얘기였다. 덕분에 우리끼리 다닐 때만큼 느긋하게 노닥거리진 못했지만 보길도 여기저기를 다 볼 수 있었다.
보길도에서 우리가 제일 보고 싶었던 건 윤선도가 제주도로 피난가다 말고 멈춰서 머물렀던 유적지. 가장 아래쪽에 있고 가장 유명한 곳이 세연정이다. 윤선도가 어부사시사를 지었다는 정자다.
지도상으로 윤선도 유적지는 꽤 여러 곳이다. 세연정에서부터 길을 따라 올라가면서 몇 군데가 더 있는 것으로 나온다. 그러나 어쩐지 세연정만 입장료를 받더라니, 나머지 낙서재니 동천석굴이니 하는 곳은 지도에만 나와 있을 뿐 제대로 보수/정리가 안된 상태였다. 그걸 꾸역꾸역 힘들게 길을 물어물어 때아닌 등산까지 하며 올라갔더니만 출입금지...털썩. 출입금지선을 무시하고 넘어서 마저 올라가보았으나 동천석굴 자리에 지어놓은 정자가 뽀사졌다... 또 털썩. 태풍이라도 불었던 걸까. 그치만 그런 건 세연정 매표소에 길을 물어봤을 때 말해줬어야 하는 거 아닌가! (포효)
이렇게 가려져 있을 때가 더 멋있다는.
제목: 지구는 둥글다
완도로 돌아가는 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