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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도] 어판장과 수목원

한국/전라

by askalai 2007. 8. 29.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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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5일. 끔찍하게 피곤했다. 10일, 20일씩 여행다니면서도 그렇게 피곤해진 적이 없건만, 폭염이 무섭긴 무서운가보다. 그래도 꿈지럭꿈지럭 일어나서 씻고 나갔다.
 
택시를 타고 어판장으로. 8시부터 활어 경매(?)가 열리고, 이게 다 끝나면 일반인에게도 판매한다고 들었다. 들어가보면 한쪽에는 죽은 고기가 종류별로 바닥에 쌓여 있고, 어판장 중앙에는 바닷물을 채운 노란 통을 쭉 늘어놓고 통마다 종류별로 고기를 담아놨다. 게, 소라, 광어, 놀래미, 농어, 도미, 전복, 기타 등등.

시계를 보니 아직 8시도 안됐다. 부근에 있는 등대를 구경하러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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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왠 엽서같은 장면이...;;


날이 흐릿하니 바다에 안개가 껴서 환상적인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다시 보니 정말 그림같구나;;

어판장 경매는 흥미진진했다. 우선 살아있는 고기들부터 시작. 돌로 만든 턱 양옆으로 노란 고기통이 줄지어 있고, 경매에 참여하는 아줌마 아저씨들은 번호가 붙은 모자를 썼다. 손에는 작은 석판 같은 것을 들고 있다. 수동으로 움직이는 높다란 바퀴차에 진행위원 두 명이 올라선다. 진행자1이 고기통 번호를 부르면 순식간에 숫자를 적은 석판 몇 개가 번쩍 올라간다. 진행자1은 역시 순식간에 보고 가장 높은 값을 부른 번호를 호명한다. 진행자2가 공책에 그 번호를 적는다. 옆으로 이동한다. 같은 순서로 반복. 진행자2는 수동으로 움직이는 바퀴도 돌린다. 그들이 이동하면 진행자 아주머니 몇이 고기통 안에 낙찰받은 사람의 번호판을 던져넣고, 그 뒤에 따라가는 사람들이 통에 담긴 고기들을 어망이나 다른 통에 담아 옮긴다. 가장 비싸고 좋은 고기는 중간쯤에 있다. 그렇게 살아있는 고기들을 다 나누고 나면 죽은 고기들로 이동한다. 문외한은 따라잡는 데도 한참 걸리는 이 과정을 순식간에 진행해서 전부 끝내는 데 4-50분이 걸린다.

대충 끝난 분위기여서 가장자리에 고기를 놓고 앉은 아주머니에게 다가갔다. 회 먹으려면 어떻게... 하고 쭈볏쭈볏 물어보자 큰 소리로 동업자인 듯한 다른 아주머니를 부른다. 고무장화를 신고 고무장갑을 끼고 고기통 사이를 오가던 이 아주머니, 우리를 척 보자마자 "두 명? 쫌만 사면 되겠네." 하시더니 척척 걸어가서 고기 세 마리가 담긴 통을 잡고 붓는다. "자, 광어 두 마리 놀래미 한 마리 만 오천원." 뭐 반론할 여지가 없다. "아, 네." 옆에서는 다른 아주머니가 "농어도 먹지?" 하고 통을 들어보인다. "아니 저희 둘이라 그것까지는..." 그 사이에 원래 아주머니는 고기를 칼로 퍽퍽 쑤셔서 축 늘어뜨리더니-_-;;; 까만 봉지에 담고 휘 둘러보다가 손바닥만한 게도 한 마리 집어들어 봉지에 쑤셔넣는다. "매운탕 먹을라면 이것도 넣는 게 좋지. 횟집 안내해줄게." 어리버리 따라갔더니 막 문을 연 횟집이다. 안쪽도 아니고 주인 아주머니가 앉아 쉬던 평상을 닦아주더니 아직 자고 계시던 주방장을 깨워 회를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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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이 광어. 오른쪽이 놀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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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살집있는 게를!



어마무지하게 맛있다 ㅠ_ㅠ 그 두툼한 살이라니... 그걸 얇게 펴놓으면 양이 얼마련가. 처음엔 너무 많아서 헉! 이거 다 먹을 수 있는 거샤! 했는데 다 먹고 매운탕에 게 한 마리 나눠먹고 밥까지 먹었다. 쿨럭.

정말 호사스러운 아침식사를 마치고 흡족한 기분으로 커피를 마시며 나서는데, 해가 쨍쨍하다-_- 아침에 흐리다고 좋아했더니 이건 뭐, 지난 사흘보다 더한 햇살. 일단 택시를 타고 기본요금으로 숙소에 돌아가서 짐싸들고 ㅈ이네 약국으로 고고. 짐 맡겨놓고 수목원에 가려고 나섰다. 버스를 타고 수목원으로...... 간 건 좋았는데 아저씨 왈 "수목원? 내려서 2.6킬로 걸어야 하는데. 밑져야 본전이니 올라가는 차 세워봐."

지난 사흘간은 우리가 히치하지 않아도 태워주는 사람들 뿐이었지. 정작 우리가 히치하려고 하면 안될 것 같은 불길한 예감. 아니나다를까. 텅빈 길에 내렸는데 차가 한 대도 안다닌다...O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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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만 예쁘면 다냐!

그나마 해가 구름에 가리면 걸을 만 한데, 해가 나오면 정신이 어질어질하다. 오가는 차라곤 없고, 그나마 온다 싶으면 아이들이 뒷자리에 꽉 차 있어서 20분을 하염없이 걸었다. 미련한지고... 막판 오르막길에 접어들기 직전, 차 한 대가 선다. 우리가 세운 것도 아니고 역시나 불쌍해보이셨던 게 분명하다. 수목원 직원들에게 식사를 배달하러 가던 차였으니... 그나마도 못얻어탔으면 분명히 길바닥에 쓰러졌을 것이야. 아 아무리 사서고생을 즐긴다지만 이건 너무 궁상맞잖아 OTL

겨우 수목원에 도착하고도 제정신이 안든다. 꽤 예쁘게 잘 꾸며놨더만. 정신이 안들어서 제대로 볼 수가 없었다. 불행히도 이곳은 남쪽 식물을 중심으로 한 수목원이라 그늘도 별로 없다. 크악. 대략 메롱한 상태로 사진 몇 장 찍고 조금 헤매다가 건물 들어가서 쉬다가 시계를 보니 벌써 돌아가야 할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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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목원 입구까지 나가서 일단 앉았다. 지나가는 차라도 얻어타고 버스정류장까지만 내려가면 어떻게 갈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러고 쉬고 있으니 수목원 직원이 눈치를 챘나보다. 한 사람은 농담조로 택시 불러드릴까요 하고 또 한 사람은 무뚝뚝한 어조로 다른 직원에게 태워다드리란다. 음. 3박 4일 히치 여정 중에 제일 스스로가 너무 궁상맞다는 생각이 든 순간이었다-_-;; 걍 택시 부를까 싶기도 했지만...

그래도 읍내 나간다는 수목원 직원의 친절!! 받아들여주마!!!를 속으로 외치며 좁은 좌석에 둘이 구겨앉았다. 아하하하. 아하하하하. 이 짓도 이제 그만 좀 해야지 OTL

겨우 돌아가서 시원한 약국에서 쉬다가 어마마마께서 명하신 멸치-_- 사들고 버스 터미널로. 흠. 더위만 빼면 재미있는 여행이었다. 맛있는 것도 많이 먹었고 ^_^

마무리로 나머지 먹거리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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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 저녁의 상차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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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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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어회. ㅈ양 새삼 고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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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어 매운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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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계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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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바로 하이라이트! 아직도 잊을 수 없는 환상의 아구찜

관광객 다 빠진 지금도 동네 손님들로 자리가 없던 이 집... 혹시 완도에 가실 분은 꼭 드시길. 연락하시면 어디 있는 집인지 알아다 드릴 터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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