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식사는 투어에 포함되어 있었는데, 한국인이 주에 일본인 한 명이 끼어있었으니만큼 향이 강하지 않은 덮밥이 나왔다. 물론 그리 맛있다고 할 수준은 아니었다. 어쨌거나 식사를 끝내고 문제의 <죽음의 열차>에 탑승.
<죽음의 열차>라는 이름은 물론 수많은 전쟁 포로를 죽이며 만든 철도이기에 붙은 것이겠지만, 타보니 그와는 다른 의미로 죽음의 열차였다. 어찌나 찜통인지... 그나마 기차가 열린 지대를 달리면 바람이 불어들어오기는 했지만 정말이지 사우나 속에서 자는 것 같았다 -_-
창 밖으로 보이는 콰이강
역시 창 밖으로. 하늘.
이것이 콰이강의 다리. 잘 찍었다고는 할 수 없지만 ^^;
2시간 동안 땀흘리며 자다 깨다 (아는 사람은 다 알 것이다. 더워 돌아가시겠는 여름날 오후에 어쩔 수 없이 낮잠에 빠지긴 하지만 깨고 나면 오히려 진이 더 빠진 것 같은 그 느낌) 하며 콰이강의 다리까지 통과. 여전히 뜨거운 햇살 속에 내려서니 이번 순서는 뗏목이란다.
오라는 대로 따라가 보니 뗏목을 타긴 타는데, 우리가 생각했던(혹은 코끼리 농장에서 보았던) 그렇게 그럴싸한 뗏목이 아니다. 지붕은 물론 없고, 그냥 판자떼기 같은 뗏목에 우르르 오르면 정해진 뱃사공이 노를 저어준다. 제대로 된 뗏목 트레킹에선 직접 노를 저어야 한다던데...그게 더 좋은 건지 아닌 건지는 잘 모르겠군. 아무튼 속성 투어에서 뭘 바라겠어. 엉성한 구명조끼를 두르고 뗏목에 올랐다. 햇살이 너무 무시무시하게 떨어져서 검정색 우산을 펴드는 기행까지 감행해야 했지.
뗏목에서 본 풍경
앞에 가는 뗏목. 트럭도 같이 탔지만 7-8명이 우르르 함께 움직이는 한국인들이 있었다. 자기들끼리 얘기하는 걸 언뜻 들으니 직업도 나이도 다양하던데, 여행 동호회 같은 거였을까. 아무튼 의외로 재미있는 사람들이어서 뗏목을 타고 가면서 어기야 디여라 노래를 부르더라는...
역시 뗏목에서 찍은 풍경
투어의 마지막은 Jeath 전쟁박물관. 영화 <콰이강의 다리>를 생생하게 떠올릴 수 있는, 이 죽음의 열차와 다리를 건설하던 당시 참상을 잘 전달해주는 박물관이라 한다.
하지만 투어 요금에 포함되어 있지도 않았고, 지쳐서 그런지 별로 보고 싶지가 않았다. 전쟁박물관이라는 곳이 볼 게 없다는 뜻은 아니다...우리나라 전쟁박물관도 가봤지만 생각보다 재미있었거든. 그저 별로 보고 싶지 않았을 뿐. 그래서, 음료수를 마시고 손수건에 물을 적셔 붉게 달아오른 얼굴과 팔을 닦은 다음 방콕으로 돌아가는 차에 올랐다.
차에 오르기 전에 잠시 말썽이 있기는 했지만.
이것이 전쟁박물관 외관.
조금 멀리, 뗏목 위에서 찍은 박물관 모습
약간의 착오로 미니버스에 남는 자리가 하나 뿐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우리가 먼저 타기는 했는데 아까 그 7-8명 일행이 다 같이 타야 한다면서, 자리가 하나 모자라다 했다. 어처구니없게도 가이드는 안쪽에 타고 있던 우리에게 내리라 하더니 자리가 하나 뿐이라면서 한 명만 먼저 가란다.
아니, 정말 부득이한 상황이라면 모를까 이게 말이 되나? 결국 열심히 상황을 - 1박 2일로 투어를 온 사람들 때문에 33명이라서 차 석 대를 꽉 채워야 한다는 - 설명하는 가이드에게 "무슨 말인지는 알겠는데 그게 우리 잘못은 아니잖아?"고 말하고 다음 차에 타겠노라고 했다. 젠장. 그랬더니 그제서야 구석에 있던 서양 사람들 쪽으로 가서 한 사람을 태우더군. 처음부터 그러면 될 걸 말이야 -_-+
남 시키는 대로 쫓아다녀야 하는 투어의 속성도 별로 맞지 않았거니와 마지막에 이것 때문에 기분이 좀 상하긴 했지만, 할 수 있나 뭐. 장장 30분 가까운 시간을 기다려서 타고 간 미니버스는 카오산이 아니라 왠 호텔 앞에 멈춰섰다. 알고보니 싸남 루엉. 물어물어 걸어가보니 숙소에서 먼 곳은 아니었지만 따로 탔으면 꽤 당황스러웠겠더군. 저무는 햇살 속에서 터벅터벅 숙소로 귀환.
투어란 갈 게 못된다는 생각을 다시 한 번 뼈에 새기긴 했지만, 코끼리 트레킹도 재미있었고 뗏목도 제법 재미있었고...사실은 광풍을 맞으며 달려가던 트럭도 재미있었다.
그리고 숙소에 돌아와서 보니 손목에 감았던 손수건이 없어졌더라. 이것으로 두 개째(...).
저녁식사는 카오산에서 해결하고, 씻고 나가서 카오산을 한 바퀴 더 돌아보고는 또 곯아떨어져 버리다. E양이 내일 떠나는데, 더 놀아야 하는데...라는 생각은 있었지만, 땀흘리며 돌아다니던 동안에는 그럭저럭 괜찮았던 몸 상태가 차 안에서 쐰 에어컨 탓인지 다시 나빠져서 말이지. 흐음.
캄보디아로 넘어가기 전에 체력을 회복해야 하는데, 여차하면 다음날 종일 뒹굴거리자 - 고 생각하며 잠들다.
아참, 결국 귀차니즘 때문에 씨엠리업행 버스는 숙소에 연결된 여행사에서 예약해버렸다. 캄보디아 비자도 물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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