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태국] 방콕 - 국립박물관, 왓 포, 정처없이.

아시아-동남/태국

by askalai 2003. 8. 16. 04:22

본문

7월 19일.

E양을 공항으로 보내고 방을 옮겼다. 프런트에 평소와 다른 사람이 앉아있었는데 이 사람이 좀 서툴기도 했고 나도 말을 잘못 해서 잠시 귀찮은 일이 있었지. 열쇠를 내밀자마자 대뜸 체크아웃이냐고 해서...그냥 아니라고 했으면 될 것을 '아직' 아니다, 방 바꿀 거다라고 하는 바람에 -_-

아무튼 덕분에 짐을 옮기기 위해 열쇠 찾아 삼만리~ 는 아니고 청소하는 아주머니들이 있는 곳을 헤매다녀야 했다.

흠. 이때까지는 에어컨이 없는 편이 낫다는 것을 미처 몰라서, 에어컨 딸린 싱글을 잡느라 비싼 방에 묵었다지. 팬만 있으면 되는 것을 ~_~

어쨌거나 짐을 옮기고, 다시 잤다.

자다 깨다 뒹굴거리다 보니 점심도 먹어야겠고, 슬렁슬렁 돌아다니다보면 오히려 몸이 나아질 것도 같아서 12시경에 다시 주섬주섬 밖으로. 오로지 짐 무거운 게 싫다는 이유로 친구의 가이드북도 빌리지 않고 지도 두 장(방콕 전체 지도와 카오산 지도)과 메모, 얇은 책자 하나만 남겨둔 나. 당연히 지도만 들고 어디에 갈 지 궁리해야 했다.

일단은 컨디션도 시험해볼 겸, 가까이에 있는 국립 극장 일정을 알아보기로 결정. 카오산 거리 끝에 있는 i를 찾았다. 그러나 국립 극장 일정따위는 없었다. 직접 가보는 수밖에.




자, 저 길을 건너야겠는데 고가도로만 보이고 횡단보도가 보이질 않는다. 눈치 봐가며 횡단하기에는 좀 넓은 길. 이 둔한 몸으로 쌩쌩 달리는 차들을 피하며 건너자면 몇천년이 걸릴 지 알 수 없는 일. 왕궁 방향으로 하염없이 걸어가다가 지나가던 대학생을 붙잡았다. (대학생 = 흰 셔츠에 남색 바지) 무척 친절한 사람이었지만 역시나 발음을 알아듣기는 쉽지 않았지. 아무튼 그의 설명에 따르면 이~ 쪽 끝에 횡단보도가 하나, 저~ 쪽 끝에 하나가 있단다. 그래서 계속 걸었다.

겨우 횡단보도에 도착해서 길을 건너니 여기서부터 다시 한참을 내려가야 하는 거더군...

아무튼 땀흘리며 걷다 보니 몸이 오히려 괜찮아진다. 그래서 국립 극장.


국립 극장 앞에서. 


어슬렁 어슬렁 들어가보니 뭔가 시끄러운 음악 소리가 나기는 하는데, 영어로 된 팜플렛이나 공연안내는 커녕 현판마저 태국어 일색. 하는 수없이 앉아있는 사람에게 물어보니, 한참 갸웃갸웃하다가 공연은 7시에나 있다며, 지금은 학생들이 연습을 하고 있는 거란다. 아하. 그렇군. 7시라...하면서 다시 나오는 수밖에.

나오고 보니 바로 옆이 국립 박물관이다. 원래는 별로 볼 생각이 없었는데, 왓 포까지 걸어가 볼까 하고 걷다 보니 아까 그 대학생이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다가 붙잡아서 어디 가냐, 여기가 국립 박물관이다 얘기해주질 않나, 박물관 앞에서 경비원이 또 붙잡고 여기가 국립박물관이라고 필요없는 설명까지 해주질 않나...해서 들어가 봤다.


국립 박물관 역사 갤러리. 

...들어가고 보니 의외로 마음에 들었다. 표를 사서 다시 어슬렁 어슬렁. 자세히 보는 건 너무 지치니까, 왓 포는 5시까지라는 것도 염두에 두고 마음에 드는 데만 찍어서 휘릭휘릭. 날이 더워서 박물관을 찾을 사람이 많을 것 같은데 의외로 별로 없었다. 그나마 대부분이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방학 숙제를 나온 게 분명한 학생들이어서 앞쪽 전시실에만 몰려있더군.

박물관 안에 있는 ...음. 이걸 예배당이라고 하기도 뭐하고 절이라고 하기도 뭐하고...아무튼.

금으로 된 보물전시관에 있는 불상. 원래 내부 사진촬영은 금지고, 개인적으로도 유물을 손상시키고 싶진 않았지만 지키는 사람들이 하나같이 졸고 있으니 유혹이 생겨서 :)


문. 주 전시실 가운데에 작은 정원이 있어서 이런 모양이 된다. 이 박물관은 예전에 궁전 부속건물이었던 듯 하다. 흠...

전시실 중에 제일 재미있었던 곳. 인형과 악기 전시실.


죽 둘러서서 열심히 필기중인 학생들. 아, 어디나 똑같구나 ~_~


동전과 지폐 전시실도 있고, 수코타이와 아유타야에서 가져온 유물 전시실도 있다. 그렇게 큰 규모는 아니었다. 엄청 덥기도 하고 (에어컨을 틀지 않았다) 아직도 걷다가 한 번씩 현기증이 나서 설렁 설렁 봄. 여행을 다닐수록 박물관에 관심이 줄어든다.

그럭저럭 태양의 위세가 조금 줄었다 싶을 때 다시 밖으로 나와서 터덜터덜, 일단 왕궁이 있는 곳까지 걷다. 사우나 요법이랄까(...)

지나가다가 찍었다. 뭐였지.

왕궁. 옆으로 지나가다가 찍어봤다. 각도가 다르니 또 달라보이더군.

늘 그렇지만 이번에도 역시,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먼 길이었다. 그래도 방향은 맞는 것 같아서 계속 걸었다. 가다보니 뭔가 작지만 눈에 띄는 물건이 있다. "흠? 저건 뭐지?" 하고 길을 건너 다가가 보니 도시의 기둥이라는 '락므앙'사당.

천장

꽃이며 향이며 과일이며...여러 가지를 바치고 기도하는 사람들.

외관. 원래는 이곳 입구에서 벌어지는 무용극을 공짜로 볼 수 있다는데, 오후 늦게 들렀더니 이미 공연은 다 끝났다. 생각없는 동선의 폐해랄까...(라고는 하지만 그다지 아쉬워하고 있지 않음)

락므앙 바로 옆에 있는 건물. 아마도 시청이 아닐까 추측했지만 왜 앞에 대포가 전시되어 있는 걸까 고민했는데 알고 보니 국방부였다...

자, 락므앙 안에서 다리를 잠시 쉬고 다시 허위허위 왓 포를 향해 걸었다. 마침내 아슬아슬하게 5시가 다 되어 왓 포가 보이기 시작. 여기에서 잠시 태클이 들어왔다. 말로만 듣던 사기단 등장...이랄까 ^^

수법은 정말 듣던 그대로였다. 요약하자면 "왓 포는 오늘 안해. 다른 데 보러 가." 훗. 웃으면서 "나도 알아. 그냥 둘러보는 거야."라고 대꾸해줬다. 그랬더니 그쪽도 웃으면서 어디 사람이냐, 반갑다, 방콕에 온 걸 환영한다면서 악수를 청하더군. 하하하. 방콕의 확실한 특징. 대학생 빼고 영어 잘하는 사람은 모두 사기꾼 끼가 다분하다.

사실 바깥쪽을 돌아 입구를 찾아가면서 이미 닫힌 게 아닐까 걱정하기는 했는데, 5시까지 입장이었나보다. 아슬아슬하게 안착.

왓 포라고는 부르지만 원래 이름은 왓 프라쩨뚜폰. 그래서 관광객과 무관한 사람들은 '왓 포가 어디냐'고 물으면 아무도 모른다. 아무튼 아유타야 시대에 지어진 유서깊은 사원이고, 내부에 커다란 열반불이 있어서 왓 포(열반)이라고 불린다.

이것이 열반불의 머리!

이쪽이 발! ^^

불상도 유명하지만, 나는 바깥 경내가 더 좋더라. 공기도 좋고 시간이 그래서 그런지 한적하기도 하고...
여기는 사실 오색 쩨디로도 유명한데, 쩨디 수가 총 99개나 된단다. 크기는 작은 편이고, 도자기 모자이크로 각각 녹색은 라마 1세에게, 흰색은 라마 2세에게, 노란색은 라마 3세에게, 파란색은 라마 4세에게 바쳐진 거라고.



쩨디(탑)들...

덩그라니.



문 앞에 수문장처럼 서있던 조각. 한귀퉁이가 떨어져 나간 게 묘하게 마음에 들어서 찍었다.


왓 포는 사원 안에 마사지 학교가 함께 있다. 괜히 비싸기만 한 것 같아서 들어가지는 않고, 돌 위에 앉아서 빈둥빈둥 쉬었다.

이미 왓 아룬에 가기엔 시간이 늦었고, 나와서 툭툭이를 타고 카오산으로 돌아갔다. 다행히 이 때는 괜찮았지만 나중에 경험해보니 다른 데는 몰라도 방콕에서는 툭툭이가 탈 게 못되더군.

카오산 거리 앞으로 돌아가서 다시 방람푸를 터덜터덜.

걷다 보니 국수 가게가 있다. 아무 생각없이 들어가 앉으니 태국어만 써있는 메뉴판을 주면서 뭔가 두 가지 메뉴를 가리킨다. 이게 맛있다는 건가 보다 하고 그냥 시켰다. 정말로 맛있었다!! 이럴 수가. 겨우 20밧짜리 국수가 비싼 레스토랑 음식보다 맛있잖아! 를 외치며 지도를 보니 여기가 며칠 전에 못 간 그 국수집이더군 ^^;;

국수집 내부. 썰렁하다.

문제의 국수. 후후후...또 먹고 싶어...

국수를 먹고 나서 또다시 흐느적 흐느적.

밤거리 

방람푸를 흐느적 흐느적 돌아다니다 지도를 보니 강이 가깝다. 게다가 조그마한 공원이 있다니, 그쪽으로 터덜터덜 걸어가봤다. 파쑤멘 요새 공원이었나...이름이 정확한지 모르겠네.



가보니 무진장 마음에 들었다!! 작은 공원이긴 하지만 조명도 제법 근사하게 밝혀놓았고...현지인들이 저녁 바람을 즐기고 있더군. 와아~ 하면서 좋아하다가 슬금슬금 선착장으로 가봤다. 배가 오더군. 그래서 탔다. 짜오프라야 강을 따라 운행하는 수상 버스. 무지무지 기분 좋았어 >_<



가다보니 안내양 아가씨(...)가 손을 내민다. 동전을 주니 거스름돈을 내주더군. 바깥쪽에 서서 강도 보고 강에 뜬 배들도 보고, 강가에 있는 건물들도 보다가 아무 데서나 내렸다.

음. 어딘지 모르겠더군. 저쪽이 왕궁 방향에 아닐까 생각하고 정처없이 걷다보니 왠 시장이 등장. 시장을 좀 기웃거리다가 비가 쏟아져서 잠시 피신. 다행히 오래지 않아 그쳤다. 결국 헤매다 포기하고 툭툭이를 탔다. 이번에도 운이 좋았다. 0_0

그래서 9시쯤 숙소로 귀환. 흠. 다 좋은데 20밧짜리 국수 하나만으로는 왠지 허전하더군. 그래서 씻고 도로 내려가서 레스토랑에서 야참을 먹었다. 구운 새우...(...)

거리가 보이는 바깥쪽 자리에, 맥주 마시며 노는 여행객들이 가득한 사이에 혼자 앉아서 꿋꿋이, 추하게 새우를 깠다. 핫핫핫. 그래도 그럴 만한 가치는 있었다고 봐. 아래 사진을 보면 동의할걸 ^^



부인할 수 없는 것이, 제일 동행이 그리울 때가 맛있는 걸 먹을 때야...

자, 드디어 내일은 대망의 캄보디아(라고 쓰고 속으로는 앙코르라고 읽다;;) 행. 짐을 싸고 자명종을 맞추고 취침!

'아시아-동남 > 태국' 카테고리의 다른 글

태국2] 방콕, 7월 6일부터 7일까지  (1) 2005.09.18
음식 사진 - 태국편  (1) 2003.11.08
[태국] 깐차나부리 2  (0) 2003.08.14
[태국] 깐차나부리 1  (0) 2003.08.12
[태국] 방콕 - 두씻 정원  (4) 2003.08.11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