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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알라룸푸르, 첫인상

아시아-동남/말레이시아

by askalai 2016. 4. 30. 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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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3. 3 - 3. 7,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Kuala Lumpur


(이 도시의 상징인 KL타워와 페트로나스 쌍둥이 타워... 가 잡힌 사진은 이것 뿐. 저녁 산책 나갔다가 멀리서 보기만 하고 찾아가진 않았다.) 



아직 춥던 서울에서 비행기로 일곱 시간. 오후 늦게 숙소 앞에 도착해서 느낀 점: 


으아아, 더워! 더워! 더워! 


무더운 지역에 여행간 게 너무 오랜만이었나보다. 잊고 있었다. 해떨어진 후에 나가도 시원하지 않고, 습기가 있다보니 쉽게 지친다는 걸. 

짐을 싸면서 동남아시아의 더위가 어땠더라 기억을 더듬어보긴 했지만, 내 기억 속의 태국과 캄보디아는 낮에 걸어다닐 만 하고 밤에 에어컨 없이 잘 만한 곳이었다. 


말레이시아가 더 남쪽이다... (당연하지 바보야!)  


더운 곳을 여행할 때는 아침 일찍 나갔다가 오전 안에 숙소 귀환, 오후 늦게 아니면 저녁에 다시 나가는 게 좋다. 일단은 여기서도 계획을 그렇게 세웠다. 

그러나 아침 일찍이 6시쯤이어야 오전 귀환이 가능하지, 8시 넘어서 나가서야 가볍게 점심 시간을 넘기기 마련. 

쿠알라룸푸르에서 지내는 동안은 내내 그렇게 굴러갔고, 오후에 헤롱헤롱한 상태로 숙소에 들어가면 다시 밖에 나가기가 싫었다. 동행이나 나나 여행지까지 끌고 간 일거리도 있었고. 

아예 저녁식사를 제공하는 숙소여서 오히려 다행이었다. 


*


레게맨션. 론리플래닛에서도 탑초이스, 한국 여행자들에게도 인기가 좋다. 지금까지 여행하면서 이 둘이 겹치는 경우를 별로 못봤으니, 그만큼 KL에서는 대표적인 숙소라는 뜻이겠다. 




(내부, 공용휴게실)



호텔스닷컴과 호스텔월드에서 예약 가능하지만, 아예 레게맨션 홈페이지로 가면 방과 침대 내역이 더 자세히 보인다. -> 바로가기


여기는 도미토리 침대 공간이 넓고, 커튼으로 완벽하게 분리되기 때문에 평판이 좋기도 한데, 혼자 여행했다면 이용했겠지만 둘이 다니다보니 그냥 2인실 이용. 

숙박비는 싸지 않지만 보안 철저하고 깨끗하고 시스템이 잘 갖춰진 편이다. 


보통 여행자 숙소는 아침식사가 딸린 경우가 대부분인데 여기는 특이하게도 저녁식사를 무료 제공한다. 보통 밥 종류 하나, 국수류(또는 파스타) 하나씩 두 종류 중에 선택. 

맛도 평균 이상. 여기저기 가보고 싶은 식당이 많다면 달갑지 않을 수도 있겠으나, 우리는 만족스럽게 잘 이용했다. 


저녁식사 예시: 볶음국수 




레게맨션은 시설도 깨끗하고 편리하지만, 위치가 아주 좋다. 

쿠알라룸푸르의 관광중심지, 서울로 치자면 종로 광화문 일대쯤 되는 메르데카 광장과 차이나 타운, 센트럴 마켓에 다 걸어갈 수 있고 지하철역이 가까우며, 지하철을 타고 두 정거장만 가면 중앙역이기도 하다. 다만 숙소 주변은 번화가가 아니라서, 밤늦게 돌아다니기 좋은 분위기는 아니다. 



가까운 지하철역은 마스지드 자멕Masjid Jamek 역. 마스지드 자멕은 사원 이름인데, 역에서 전체 조망이 잘 보인다.





KL에서 가장 오래된 이슬람 사원. 숙소에서 코앞이니 한 번쯤은 들어가볼 줄 알았는데, 계속 열린 시간을 못맞추거나 복장을 못맞춰서 들어가지 못했다. 


관광지이기보다 종교시설이다보니 오전 9시 반부터 12시, 오후 2시 반부터 4시까지밖에 들어가볼 수 없고 긴 옷에 스카프 착용 필수. 

출입 시간과 복장규정 옆에 새로 프린트한 종이가 한 장 붙어 있었다. 




[ ENTER AT YOUR OWN RISK ] 


이건 좀 움찔.  


...머리를 가려야 한다거나, 다리를 가려야 한다거나를 출입조건으로 다는 사원이야 어떤 종교 문화권에서든 접해봤고, 앞뒤 맥락을 생각해보면 아마 여기 안내문을 무시하고 지역 주민들을 화나게 한 관광객들이 있었으리라 짐작은 가지만. 그래도 그냥 위험은 알아서 감수하라는 경고는 처음 봤다. 


이 안내장은 내가 쿠알라룸푸르라는 도시에 받은 인상을 대변한다. 


말레이시아는 동남아시아 국가 중에서 치안, 위생, 공공 시스템이 상위권이다. 치안은 여자 혼자 여행하기에도 문제 없는 수준. 그럼에도... 

딱 집어 말하기는 어렵지만, 가난하고 공공기반이 약하거나 부재해도 곧 긴장을 풀고 다닐 수 있는 지역이 있고(좋은 예가 크로아티아나 인도네시아), 

부유한 유럽권 국가라도 긴장이 풀리지 않는 곳이 있는데(내 경우에 그런 경험으로는 프랑스가 있다), 여기는 후자에 기운 느낌. 


내 느낌만은 아니었나보다. 확인해보니 론리플래닛 말레이시아에도 '여성 여행자는 현지인과 비슷한 옷을 입고 다니는 편이 안전하다' 등의 주의사항이 올라가 있다. 흠.  

말레이시아는 인구의 60프로가 무슬림, 인도네시아는 인구의 87프로가 무슬림인데 정작 엄격한 이슬람 분위기는 말레이시아가 풍기는 건 어찌된 일인지. 

이슬람 문화권 중에 내가 가본 곳들만 되짚어봐도 다 분위기가 다르니, 이게 종교 자체의 색깔은 아니고... 어떤 요소들이 결합해서 이 분위기가 형성되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아, 다시 말하지만 여행 위험 수준의 경계경보는 전혀 아니다. 위에 적은대로 밤늦게, 번화가도 아닌 곳을, 딱 봐도 외국 여행자 차림으로 돌아다니지는 않는 게 좋겠다는 정도로만 생각하면 좋을 듯. 

사원에 들어갈 때는 꼭꼭 예의를 갖추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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