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0월 11일. 제주올레 21코스
해녀박물관 -> 연대동산 -> 면수동마을회관 -> 낯물밭길 -> 별방진 -> 알찡물 -> 해안도로(석다원) -> 각시당 -> 토끼섬(5킬로미터)
-> 하도해수욕장 -> 지미봉 밭길 -> 지미봉 오르는 길 -> 지미봉 정상 -> 지미봉 내려오는 길 -> 종달 해변쉼터 -> 종달바당 (10.7킬로미터)
해녀박물관, 종달리 모두 701번 버스로 오갈 수 있다. 다만 해녀박물관 앞으로 바로 가는 버스는 자주 다니지 않으니 때에 따라 100미터쯤 떨어진 곳에 내려서 걸어야 하고(기사분에게 문의) 종달리에서도 코스 끝에서 초등학교를 찾아 걸어가야 한다.
21코스는 다른 올레길보다 짧아, 오후에 성산으로 돌아가서 짐을 찾아 서귀포로 이동하기 넉넉했다. 날씨는 어떤 면에서는 이 날이 가장 좋았는데, 적당히 구름이 끼고 적당히 바람이 불어 걷기도 좋고 하늘이 내내 아름다웠다. - 그래서 별 거 없이 사진이 많다 :)
힘든 구간은 지미봉 정도인데, 오르막과 내리막이 힘든 사람을 위해 옆으로 돌아가는 길도 있지만 가능하다면 오르기를 권하고 싶다. 정상에서 보는 풍경이 일품이다.
가끔 지나가다가 마을에서 풀을 먹이는 말을 볼 때마다 생각하는데- 저 녀석, 밭작물을 먹거나 저렇게 말려둔 채소를 먹는 일은 없는 걸까?
내려가다가 유난히 마을 풍경이 예뻐서
바닷가 재진입! 아마도 여기가 칼국수 유명한 석다원 즈음이었을 텐데.
수평선이 살짝 기울었다. 바람이 강해서 사진찍다가 손이 흔들렸나보다.
고요한 길 걷다가 웬 학생들이 길가에 물병과 과자를 놓고 서 있기에 저건 뭔가,
이렇게 왕래가 없는 곳에서 물을 파는 것도 아닐 텐데, 했더니만...
마라톤 날이었다!
한적한 듯 하지만 조금 걷다보면 마라톤 주자가 지나가고, 또 조금 걷다보면 자전거가 지나가서 비켜서고의 반복.
걷기 딱 좋은 (실은 눕기 좋아보이는) 자리를 발견하여 잠시 휴식
이런 돌탁자와 의자가 바닷가에 간간히 보이는데, 누구 작품인지 몰라도 감각이 좋다.
따끈한 돌판에 잠시 누웠더니 갑자기 저쪽에서 푸르륵! 소리를 내며 벌떡 일어났다가 다시 디비져 자던 말
11시 좀 넘어서 가뿐히 토끼섬 앞 도달. 문주란 식당에서 해물라면을 사먹었는데 위용이 이러하다.
매우, 심하게 맛있음. 특기사항이지만 당근이 굉장히 맛있다. 과연 제주 당근.
몇달 전까지는 1인분 5천원이었다던데 숫자를 살짝 고쳐서 6천원이 되어 있었다.
썰물 때면 토끼섬까지 걸어서 들어갈 수 있다지만 우리가 갔을 땐 턱없는 밀물.
썰물 때 걸어갔다가 물이 올라오는 바람에 배를 불러서 돌아와야 했다는 이야기도 있으니 오히려 다행인지도.
슬슬 지미봉이 보인다. 나는 오르막을 많이 힘겨워하고, 친구는 내리막길을 힘들어하는지라 긴장하고 접근 중.
솔직히 긴장했다고 말하면 웃을 사람이 많은 동네뒷산이지만, 올라가는 길이 가파르다.
헉헉거리고 올라가보니 풍경이 캬. 성산일출봉도 멋지지만 논밭 모자이크가 예술이다.
내륙으로는 멀리 산굼부리도 보이고
그러니까... 이게 우도인 듯
오름들도 잘 보인다.
내려가는 길
어? 하는 사이에 21코스 끝에 다다랐다.
중간중간 이가 빠지긴 했지만, 이것으로 제주도 해안을 따라 한 바퀴를 얼추 돈 셈이다.
이제까지는 코스 시작점-종점에서 굳이 사진을 찍지 않았지만 여기서는 괜한 감회에 친구와 사진도 한 장 찍어주고
우리보다 조금 늦게 도착해서 감회를 얼굴에 비치는 아버지와 아들 일행의 사진도 찍어주고
아쉬운 듯 기분좋게 버스정류장을 찾아 종달리로 접어드는데...
새들이 많은 습지에서 한참 서성였다.
사람이 조금만 가까이 다가가면 후르륵 날아올라 저쪽으로 가버리는지라 가까이 잡기가 힘든데, 되는대로 찍다보니 얻어걸린 장면.
줌이 안되는 카메라라 일단 찍고 확대해서 들여다보니
야... 새 사진 찍으러 다니는 사진가들은 어마어마한 망원렌즈 지고 다니더니만, 어쩐지.
그래도 내 사진기로 잠시 머물러서 이만한 행운이 어디냐.
버스를 타려고 종달초등학교를 찾아가다보니 종달리에도 3년 사이 카페와 공방이 몇 개 생겼다. 식당에는 별 차이가 없고.
기분좋게 성산으로 돌아가, 나흘 밤 쾌적하게 머문 해녀민박에 인사하고 서귀포행 시외버스를 타러 갔다. 성산에서 서귀포까지는 거의 2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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