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벽 높이는 12미터, 전체 둘레는 13.75킬로미터. 자동차가 몇 대는 지나갈 만한 폭이다.
이건 좀 재미없지 않나. 그 오랜 역사도 느껴지지 않고 고풍스러운 맛도 없고.
서안 성벽이 위치한 자리는 본래 당나라 장안황성이라지만, 그렇게 오래된 건조물은 아니다.
그 성은 오래 전에 파괴되었고 지금 존재하는 성벽은 명나라 대에 건설하고 청나라 대에 보수했다.
그렇다고 쳐도 무너진 데 없이 온전하고, 튼튼하고, 거대해서 지은 지 6백년이나 되었다고는 믿어지지 않는다.
중국 내에서도 가장 완벽하게 보존된 고성이라는데, 오히려 너무 완벽하다보니 현대적인 느낌.
그래서 이렇다 할 감흥없이 걸었지만 생각해보면 대단하긴 대단하지.
전혀 아름답지 않은 이 사진이 오후 늦게 걷기 시작할 때 우리의 인상 그대로였다.
성벽 바깥쪽으로는 공사가 한창이고, 안쪽도 휑하다. 어째서일까 생각하면서 걸었다.
유럽에 남은 로마시대 도로들도 상태가 워낙 좋아서 아직까지 실제 도로로 쓰이지만, 고풍스러운 느낌은 나는데...
여긴 왜 그런 느낌이 나지 않을까. 재료의 차이인가. 뭘까. 아직도 그 수수께끼를 못풀겠다.
아무튼 그렇게 걷다가 날이 어두워지고, 불이 켜지니 모든 게 달라진다.
운치도 있지만 안개 자욱한데 화려한 홍등이 쫙 이어지니 이상한 곳으로 이어질 것만 같다.
특히 사대문 근처가 화려하고, 성벽도 아래 도시도 문 근처가 대개 활발하고 인적이 많다.
북문 근처에서 시작해서 남문으로 내려갔다. 해자 건너편에서 보는 남문의 모습- 현판에 보다시피 '영녕문'이다.
남문과 북문을 잇는 중앙대로 가운데에 종루가 위치한다.
남문, 조금 더 멀리서
남문에서 내려간 이유는 대안탑으로 가기 위해서.
불평은 했지만 날씨가 좋았다면 낮에 걷기도 괜찮았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더운 계절이라면 야경을 보는 쪽을 더 추천.
올라가볼 만한 가치는 분명히 있다.
(아참, 성벽에 오르는 입장료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40위안이었다던데, 지금은 52위안이다...)
*
그냥 버스를 타고 갈 것을, 자전거 인력거를 탔다가 6차선 가로지르기와 차선 역주행으로 죽음의 공포를 맛보고;
기진맥진해서 일단 대안탑 앞에 있는 천하제일면에 들어가 앉았다.
맛있는 걸 먹고 나니 정신이 좀 들어서 대안탑 구경
앞에서 분수쇼를 한다. 진눈깨비 속에서 분수쇼를 좀 보다가 피곤해서 중간에 물러났다.
물러났는데, 택시는 영 안잡히고 걷다보니 비내리고 춥고 버스정류장도 안나오고 등등으로 더 힘들었다는 슬픈 결말이... ;
이 날은 진짜 쓰러져 잤다. 그리고 다음날은 돈황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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