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0일
k도 떠나고, w와 나만 남았다. 뭘 할까.
다시 시내를 쏘다니며 시간을 보낼 수도 있지만, 그것도 많이 했다. 돌마바흐체 궁전에 안가긴 했는데, 여전히 안땡긴다.
잠시 의논 끝에 가본 사람은 다 추천하는 루멜리 히사르에 도전하기로 결정.
예전에 포스팅한 베벡 지구(술탄아흐멧에서 1시간은 걸린다)에서도 다시 버스를 타고 더 가야 하는 곳이니 꽤 외곽이지만
가보니 과연, 다들 추천하는 이유가 있었다.
보스포루스 해협에서 가장 좁은 곳에 마주보고 세워진 두 성채 중에 유럽측이 루멜리, 강 건너 아시아측은 아나돌루라고 한다.
루멜리가 조금 더 큰데, 아나돌루를 먼저 건설하고 루멜리를 지었기 때문이지 싶다.
아니면 위치 때문일 수도 있고... 어쨌든 이건 원래 방어용이 아니라 아직 콘스탄티노플이 살아 있었을 때 압박을 가하기 위해 오스만 제국에서 지은 성채.
성채 보존 상태는 아주 좋다. 하지만 보기보다 가파르고, 길이 좁은데 난간이 없으며, 중간중간 아마도 과거에 함정으로 썼던 듯한 구멍이 뚫려 있어서...
고소공포증이 있다면 좀 힘들겠다. 나도 몇 번인가 내려다보고 아찔했으니;
곰곰 생각해보면 엄청 높은 것도 아닌데 공포를 자극하는 높이라는 10미터 선인 걸까나...
덕분에 탐험하는 기분을 즐길 수 있으나, 비오는 날은 피하라고 하고 싶다.
어쨌든 날씨도 기가 막히게 좋고, 이스탄불의 마지막을 장식하기에 더없이 좋은 선택지였다.
당시에는 아직 가이드북에 실려있지 않았던 것 같은데 지금은 어떨까 모르겠네.
만족스러운 루멜리 히사르 방문에 옥의 티가 딱 하나 있다면, 생각지 않은 동행이 하나 더 있었다는 것.
w가 아직 동양호텔에 묵고 있었기에 그곳 로비에서 이야기를 나눴더니만... 어르신이 한 분 붙으셨다.
아니 물론 나이는 상관없는데 말이지; 애초에 돈은 내가 다 낼 테니 같이 가자고 하는 부분부터 마음에 껄끄러웠는데 왠 자기자랑 자기얘길 그렇게 하시는지;
부인이 돌아가셨다는 얘기도 아씨 이거 뭐라고 해야 하지 당황스러웠지만 별장 자랑은 왜 하고 대체 자작시는 무슨 감상을 바라시고...후......
저녁에는 그래도 떠나기 전에 w와 조촐하게 시간을 보내려고 했는데 저녁식사 때 또 마주쳐서 난감했던 기억.
뭐 그것도 지나가는 일이고, 여행하다보면 일어나는 일이지(먼산)
반면교사를 생각한다.
숙소 쪽으로 돌아가는 길에 오르타쾨이에 들러서 터키식 감자요리 쿰피르도 드디어 먹어봤다.
이 부두가에는 쿰피르를 중심으로 이런저런 간이음식점이 즐비하게 늘어선다.
사람...많더라...
쿰피르... 양이 진짜 말도 못하게 많다...
어쨌든 저녁은 다시 술탄아흐멧 지구로 돌아가서 괴프테를 먹었다. 전에 포스팅한 유명짜한 집 말고 그 옆집.
어디가 확 낫다고는 못하겠고, 장단점이 있더라.
마무리는 닭가슴살 푸딩과 블루모스크의 야경
w와 인사를 나누고 다음날에는 프랑크푸르트로.
여행 당시에는 풍성하고 평화로운 인상이었지만 물가상승률이 너무 높고, 빈부격차가 극심하게 벌어지고 있다는 이야기는 주워들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대규모 반정부시위가 시작되더라. 여행하면서 만난 인심좋고 넉넉한(물론 흥정 면에서는 열받는 순간도 있었지만 그거랑 그건 별개지) 터키 사람들을 생각해도,
어딘가 데자뷰가 일어나는 시위 양상을 보아도 남일 같지 않은 뉴스다.
여기 또 와야지 생각하고도 떠나고 나면 아득해지고 아무래도 다른 곳에 먼저 가게 되는데,
터키만큼은 그냥 언젠가 또 가게 되지 싶은 기분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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