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2일
적은대로 전날 비에이행이 고생이었기에 서둘러 어딜 돌아다닐 생각은 없었다. 게다가 월요일이 일본의 휴일이라서 연휴가 된 걸 뒤늦게 아는 바람에, 같은 호텔에서 3박을 하지 못하고 다른 곳으로 옮기기도 해야 했다. 다행히 신발은 체크아웃할 때쯤까지 말랐고, 삿포로의 날씨는 좋았다.
(*날씨는 미리 확인을 했는데, 12일에도 비에이의 날씨는 좋지 않았다)
일단 예약해둔 호텔에 짐을 옮겨놓고, 오전에는 삿포로 시내를 잠시 걷고 카페에서 잠시 놀았다. 그러다보니 점심은 케익(친구는 아이스크림)과 공원에서 사먹은 옥수수+감자로 때움. 아, 그러고보니 이 무렵에는 위장약을 사먹고 계속 조심해서 상태가 괜찮아진 편이었다. 커피도 계속 안마시다가 이날 마셨나, 그랬던 듯.
도무지 일찍 문여는 카페가 없어서 뱅뱅 돌다가 발견한 어디 유명한 농장 직영 카페에서 치즈케익. 홋카이도 2주 있으면서 케익을 딱 두 번 사먹었는데 이게 한 번,
또 한 번은 아바시리 근처 무인역인 기타하마역에 있는 카페였네...
삿포로 오오도리 공원에서 파는 버터옥수수와 버터감자. 그런데 버터 감자는... 저렇게 투박하고 터프하게 그냥 찐감자와 버터 조각을 팔 줄은 몰랐다; 맛은 있었지만 음.
옥수수는 사진상으로 엄청 맛있어 보이게 나왔는데, 달았다. 감자는... 홋카이도는 감자가 특히 유명하다고 한다.
공항이고 호텔이고 감자-_-를 선물로 팔고 있어서 조금 웃기기도 했던 기억.
밤에 멀리서만 봤던 TV 탑도 한 번 가주고.
TV 탑을 형상화한 오야지 캐릭터...... 매력있어...-_-;;
그나저나 호텔이고 숙소고 그렇게 방이 없더니만 우리가 잡은 호텔과 인근 호텔 세 군데는 혈액학회인가 하는 걸로 꽉 차 있었고, 삿포로 시내 돌아다닐 때도 여전히 사람은 거의 없었다.
다른 숙소 예약한 사람들은 다 어디에 있었던 건지, 불가사의하도다.
*
오후에 체크인하고 나서 가까운 오타루로 출발
오타루는 영화 '러브레터'의 무대...다.
역에 내릴 때까지는 아직 비가 오다말다를 반복하고 있었고, 삿포로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인데도 바람이 무척 차고 매웠다.
눈이 내렸을 때 갔으면 달랐으려나, 우리가 본 오타루는 무척 춥고 쓸쓸한 도시였다. 하긴 '러브레터'도 잘 생각해보면 춥고 쓸쓸한 내용이기는 하다.
예스러운 가스등에 올라앉은 갈매기
오래된 벽돌 창고들이 늘어선 운하길...
부두까지 내려가보니 더 춥고 쓸쓸했다.
잠시 관광안내소에서 몸을 좀 녹이고 나서 보니 오르골 가게와 유리공방이 늘어선 길은 따로 있었다. 그 길을 쭉 따라가며 구경한 후에 그 끝에 있는 역에서 차를 타기로 했다.
유리 오르골도 있고...
아기자기하게 예쁜 길이었지만, 친구는 차라리 그냥 황량하고 쓸쓸한 도시인 게 더 낫다고 했다. 유리공예 구경은 나쁘지 않지만 오르골에는 별로 관심이 없어서...
과자 가게도 많아서 시식도 조금 하고. (르타오인가 하는 초콜릿/치즈케익 유명점이 이 길 하나에만 가게를 서너 개는 둔 듯)
길 끝에서는 잠시 깜깜한 언덕에서 역을 못찾아서 헤매는 가벼운 삽질이 있었고.
... 오타루라는 이름은 아이누어로 '모래 속을 흐르는 강'이라 하더라. 뒤늦게 적지만 삿포로 역시 아이누어에서 온 이름으로, '마르고 너른 땅'이라고도 하고 '마른 강바닥'이라고도 하는 삿포로펫에서 왔다고 한다. '비에이'는 흐린 강을 뜻하는 '피에이'에서 왔고. '하코다테'만이 완전한 일본 이름인데, 원래 아이누인들은 만의 가장자리라는 뜻의 '우스케시'라 불렀더란다.
*
나도 추웠고 친구는 감기가 도진 듯, 뜨끈한 밥을 먹고 싶었는데 오타루에는 과자/케익 아니면 초밥 종류밖에 없었기에 삿포로까지 돌아가서 사누키우동집에 들어갔다.
그래도 난 정식으로 푸짐하게 -_-v
다음날이면 친구와 작별인데, 술이라도 한 잔 하고 싶었건만... 둘 다 몸상태가 거지같아서 일찍 숙소로.
호텔방 전망이 좋아서 삿포로 야경이 잘 보인 게 그나마 위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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