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이부르그(Freiburg)는 독일 남서부, 흑림 가장자리에 접한 도시로, 프랑크푸르트에서는 기차로 3시간 가량이 걸린다. 남부 최대 도시이기도 하지만 그 사실은 뒤늦게 알았고, 가보고 싶어진 이유는 '유럽 최고의 생태 도시'라는 말을 들어서였다. 이 도시에는 무려 세계 환경 수도라는 별칭까지 붙어 있다.
프라이부르그가 그런 이름을 얻은 이유는 첫째, 주민들이 이 지방의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막았고, 둘째로 거기에 그치지 않고 전반적인 핵 반대와 대안 에너지 운동으로 나아갔기 때문이다. 지금도 프라이부르그는 주민들이 태양열과 풍력 발전을 해서 전기를 쓰고 남으면 시에 되판다고 한다. 더하여 외곽에 있는 보방이라는 작은 마을은 자동차 진입 금지, 자전거와 도보와 트램만 다니는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달려가본 프라이부르그는...
...대도시였다.
아, 물론 독일 기준의 대도시이긴 하지만, 뭐랄까, 엄청 생태적인 도시라고 하니 조용하고 깨끗한 이미지를 떠올렸던 내가 잘못이긴 하지만 자동차가 적어도 사람과 자전거가 많으면 정말 시끄럽더라. 어차피 독일은 어느 도시나 중심가-광장에는 자동차가 다니지 않고, 녹지는 오히려 프랑크푸르트가 더 많은 것 같고... 게다가 흑림이 지척인데도 그 분위기가 느껴지지는 않아서 그냥, 평범한 독일 도시라는 느낌. 짧게 봐서 그렇겠지만.
어쨌든 건축양식이 다른 지방과 좀 다릅니다
귀여운 가게도 많고
이거 무쟈게 신기해했는데 다음날 바로 트릭이 뭔지 듣고 말았음 OTL
금요일이라서 장도 서고 쇼핑하는 사람도 많고...
이런 건물들이 다 태양열을 쓴다는 건 대단하지만, 역시 생태도시라는 건 겉만 봐서 알 일이 아니다. 제대로 취재를 하든가 해야지.
시계탑
아래 선 시장
그래도 시계탑은 열심히 올라갔지요.
흑림의 그림자가...음...
역시 흑림을 보려면 프라이부르그에서 최소 30분은 더 가서 있는 소도시까지 가야 했다. 아니면 아예 흑림 안에 있는 마을까지 들어가든가. 즉 프라이부르그-흑림 여행만으로 며칠을 잡았어야 했다는 이야기.
다 내가 게으른 탓이다 -_)
하지만 변명하자면 흑림... 이름이 멋있을 뿐, 뭐 정말로 어마어마한 숲은 아니지요. 훗.
길게 머물렀다면 다른 맛이 있었겠지만 당일치기로 잡은 여행이라, 오후에는 트램을 타고 외곽에 있는 마을 보방으로 향했다. 주차장도, 자동차 진입로도, 자동차도로도 없다 들었다.
사진 왼쪽에 보면 자동차가 꽤 보이는데??
뭐 전기 자동차인 건지 어떤 건지 모르겠지만 (저 자동차 대부분은 그냥 서 있다) 실제로 길에는 다니지 않는다. 이 마을은 정말 조용하다. 시골마을의 조용함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운 게, 도로며 건물이며 완전 계획도시라는 느낌이 드는 구조다. 흠. 이런 마을이라면 정말로 집에 들어간 순간부터 긴장을 풀고 느긋하게 있을 수 있겠지... 무엇보다도 아이들에게 안전하고.
실망하고 돌아간 프라이부르그 행이지만, 이래저래 부럽기는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