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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악비행과 네팔 타임

아시아-중앙/네팔

by askalai 2010. 12. 28.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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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0

네팔에 도착해서 사흘이 지났다. 앞의 이틀치 여행기를 참 심드렁하게 썼지만, 그건 정말로 '나쁜' 것과는 달랐다. 다만 특별히 좋지도 않았을 뿐이다. 더 정확하게는, '여행하는 기분이 나지 않았다'.

방콕에서 환승한 시간까지 더하면 꽤 긴 시간을 들여 비행기를 타고 간, 한국어도 별로 통하지 않는 데다가 빽빽한 건물은 다 쉽게 부스러질 것만 같은 흙벽돌로 지어놓았고 신호등 따위 없는 도시에서, 전기도 난방도 온전치 않은 불편한 숙소에 묵으며 중세풍의 길거리를 돌아다니는데도 집에 있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은 기분이었다는 얘기다. 이건 좀 곤란하지 않나.

그래서 충동적으로 실행에 옮긴 산악비행(Mountain Flight).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렇게 생긴 20인승 비행기로 한 시간 동안 히말라야 가까이 날아갔다 오는 프로그램에 무려 160달러다. 여기에 공항세 170루피(3000원 정도)와 왕복 택시비(고무줄 가격)가 더 든다. 트레킹과 더불어(왜 트레킹이 예산초과를 거들었는지는 나중에 적자) 여행 예산 초과에 가장 큰 몫을 담당했다; 현지인 가격이야 이보다 훨씬 싸겠지만 네팔 사람들이 이용하는 일은 별로 없을 터.

새벽같이 택시를 타고 카트만두의 하나뿐인 국제/국내 공항에 갔다가 네팔 타임을 제대로 경험했다. 날씨가 안좋다는 이유로 비행기가 뜨겠다 안뜨겠다 기약도 없이 4시간을 기다려야 했고, 직원에게 물어보면 '우리도 몰라. 못 기다리겠으면 취소해 환불해줄게'가 다였다. 겨우 이제부터 비행기가 뜬다면서 들여보내더니 또 내가 예약한 비행기는 취소되었다며 환불해준다질 않나, 꼼짝없이 허탕치는 꼴이 되어 터덜터덜 나오는데 다시 직원이 쫓아나와서 다른 비행기에 자리가 났으니 원하면 바꿔주겠다고 한다. 결국 그렇게, 우리나라 버스터미널 만한 공항 안에서 다섯 시간을 보내고 겨우 비행기에 올랐다.

그리고 또 30분이 걸려서 이륙.

뭐, 공항에서 마주쳐서 한참 잡담을 나눈 한국분들 중에는 루클라(에베레스트 등반/트레킹의 기점) 가는 비행기가 안떠서 사흘째 공항 왕복만 하고 있다는 분도 있었으니 내가 기다린 시간쯤이야. 의외로 '그렇구나' 받아들이고 기다리면 별로 짜증스럽지는 않다... MP3 플레이어가 없었다면 또 달랐겠지만?

사용자 삽입 이미지이런 식으로 보다가


사용자 삽입 이미지한명씩 조종사 가까이 가서 앞에 펼쳐진 풍경을 볼 수 있게 해준다


문제는 비행 자체의 만족도. 사실 호주에서 역시 비싼 돈 주고 감행한 열기구가 워낙 좋았던 기억이 있어서 지른 건데, 이륙한 순간 아차 싶어졌다. 이유 1번은 '열기구는 내가 직접 느낄 수 있지만 비행기는 아니다' 였고 이유 2번은 '젠장 난 티벳에 다녀왔지 참'이었다...(어디선가 그걸 생각못하다니 바보아냐 바보아냐 메아리가 울리누나)

비행의 결론: 트레킹으로 산 속 깊숙이 들어가지 않는 한, 어지간한 설산 풍경은 티벳을 따라가지 못한다.

물론 이것도 산악비행을 해봤으니까 알게 된 거긴 하지만, 지금 와서도 이 선택은 좀 아쉽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산악비행 하지 말고 그 돈으로 차라리 포카라에 가서 행글라이더를 타보라고 권하고 싶다.

어쨌든 그래서, 네팔 타임은 재미있었지만 비행 자체에는 그다지 만족하지 못한 나는 숙소로 돌아가서 또 한 번 충동 결정을 내린다. 그것도 두 가지를 한꺼번에.

하나는 그때까지 할까말까 하던 안나푸르나 트레킹을 하기로 하고 냅다 예약해 버린 것.
또 하나는 치트완에 가기로 결정하고 카트만두 들어갈 때 비행기 옆자리에 앉았던 이스라엘-미국인 여자분(노가 씨)이 준 번호로 전화를 한 것.

나중에 알게 된 바, 치트완은 훌륭한 선택이었고 트레킹 예약은 아니었다. 트레킹 자체 문제가 아니라 카트만두에서 예약한 게 실수.

어쨌든 치트완에 가기로 하고 전화를 걸어보니, 노가 씨는 아직 치트완으로 출발하지 못하고 카트만두에 있다며 가능하면 만나러 와달라고 했다...

노가와 쉬바 커플에 대해서는 다음 포스팅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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