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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르판 하루관광

중국/실크로드

by askalai 2015. 1. 16.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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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룸치 남동쪽으로 150킬로미터 떨어진 분지, 옛날 차사전국과 고창국이 있던 자리인 '투르판'은 위구르어로 본래 "움푹 들어간 땅"이라고 한다. 

참으로 정직한 이름이다. 투르판 분지는 해수면보다도 낮은 해발고도까지 내려가는 저지대로, 일대에서 가장 더운 여름을 자랑하니 말이다.

특히 화염산은 여름에 지열이 섭씨 70도까지 올라간다고 하니, 이 또한 이름이 아깝지 않다.  


원래는 동행을 보내고 혼자 기차로 투르판에 갈 생각이었다. (어차피 우룸치에서 기차를 타고 서쪽이나 남쪽으로 가려고 하면 투르판을 거쳐야 한다)

그러나 의외로 동행 역시 투르판 화염산을 보고 싶어했고, 그래서 하루 남은 시간에 일일 투어를 하기로 했다. 


tip. 우룸치에서 새벽같이 출발해서 투르판 일대를 돌고 저녁 늦게 돌아가는 일일 투어는 인민공원 앞에 자리잡은 여행사에서 구할 수 있다.

왕복 차량과 점심 식사, 고성과 카레즈 입장료 포함.

누가 380위안을 냈다는 정보를 봤는데 우리는 360위안을 냈고, 슬쩍 보니 우리와 같이 움직인 중국인들은 350위안을 냈더라.

하지만 여름보다 해가 짧은 탓에 한두 군데 덜 들렀을 테니 여름에 380위안을 냈다고 바가지는 아니지 싶다.


우룸치보다 훨씬 위구르인 비중이 높고, 위구르 문화를 유지하고 있는 도시인데 시내를 구경하지 못한 건 조금 아쉬웠지만, 

그 후에 더 온전한 위구르 도시인 카슈가르에 가서 아쉬움을 채웠으니 됐다.  



우룸치에서부터 2시간 가까이 버스를 달려 제일 먼저 들른 곳은 카레즈 박물관.

카레즈karez는 페르시아어로 카나트라고도 하는데, 중앙아시아 일대에서 고대부터 물을 조달하던 지하관개수로를 말한다. 

고온건조한 투르판이 포도로 유명한 게 이 카레즈 덕분인데, 아쉽게도 여름이 아니라서 청포도밭을 볼 순 없었다. 



여름에는 청포도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을 시렁...



투르판의 포도는 여전히 최고의 이름으로 팔려나가지만, 

개발이 시작되고 카레즈도, 카레즈에 흐르는 물도 줄어드는 추세라 한다.  


*


그 다음에 달려간 곳은 교하고성(交河古城). 고창국 도성의 유적지다. 화염산과 더불어 이날 투어의 하이라이트였다.











날이 맑았으면 더 좋았을 테지만, 눈 닿는 곳 어디나 먼지와 모랫빛인 땅에 흐린 하늘이 어울리기도 했고.


*


세번째로 간 곳은 투르판 시내에 위치한 박물관. 나중에 가본 우룸치 박물관보다 더 볼만했다. 특히 공룡화석과 미이라가! *_* 



건조지대인 데다가 황무지가 대부분이다보니 화석도 많이 나오지만, 일부러 만든 미이라가 아니라 자연히 미이라화한 시신이 많다. 

안식을 기도하며 장례를 치른 시신이 지금 와서 역사적인 유물이라는 이유로 전시물이 된 현실이 얄궂기야 하지만,

시신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사고방식의 소유자라 그런지, 온갖 것에 생각을 더하는 나도 이것만은 꺼리지 않는다.


덕분에 신이 나서 '야 이것좀 봐! 피부에 문신까지 남아있어!'하다가 동행이 질겁 질색을 해서 무안해졌다 흑 -_) 






미이라와 함께 출토된 벽화, 그림들도 함께 전시



이 미이라만큼은 나도 기분이 묘하다...



문신을 한 피부 조직이 고스란히 남은 손 


*


박물관을 떠나서 점심 식사를 하고, 드디어 가장 보고 싶었던 화염산으로 향한다. 






화염산은... 거대하다. 

아마 이 여정에서 가장 사진으로 전달하지 못하는 곳이 화염산일 것이다. 내 사진만이 아니라 어떤 사진을 봐도 실제로 화염산 앞에 섰을 때의 느낌을 살린 사진은 없었다.

그냥 거대하고 엄청난 게 아니라 압도적인, 압도당하는 느낌이 있는 곳. 

높이가 엄청난 것도 아닌데, 너비가 9킬로미터에 길이가 100킬로미터에 달하는 하나의 봉우리라서 그럴까. 아니면 주위에 아무것도 없는 분지라 그럴까. 그 느낌을 설명하기가 어렵다.



산 아래 계곡에서는 농사를 짓는다. 아마 여기도 포도농사일 게다. 












여기 저기에 차를 멈춰가며 여러 각도로 화염산 주위를 돌아보았건만, 어떤 사진을 보아도 그 느낌은 잡히지 않아 좌절스럽다(한숨)




오히려 화염산 앞 한구석에 만들어놓은 작은 조각공원이 사진은 훨씬 잘 나왔다. 

보다시피 화염산 이야기가 한 꼭지를 차지하는 서유기의 주인공들. 

 

나중에 난주에서도 황하 유역에서 서유기 조각상을 보았는데, 우리에겐 '실크로드'지만 중국에서는 '서유기의 그곳'이 더 먹히는 게 아닐까 싶다.



근처 붉은 사암 언덕을 하나 올라보기도 했다. 모양은 모래언덕 같지만 실제로는 단단할 줄 알았는데, 정말 모래산이라서 조금 당황. 









*


여행사 투어답게 상점에도 들르기는 하는데, 나쁘지 않았다. 일단 자리에 앉히고 수박과 포도를 내어주는데 역시나 명성답게 맛있었고.

투르판의 자랑인 건포도를 팔면서 길고 긴 설명인지 자랑인지를 늘어놓는데, 중국어를 알아듣지 못하니 무심하게 건포도만 몇 알 주워먹고 말았을 뿐.

정말 맛있는 건포도이긴 하지만 그런 짐을 지고 다닐 형편은 아니라서... 다른 관광객 몇 명은 몇 킬로그램씩 사가더라. 



*







황무지를 가득 메운 풍력발전기를 지나, 우룸치로 돌아가는 길에 해가 저물고 진눈깨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덕분에 우룸치 시내에 들어섰을 때가 이미 저녁 8시 경이었나. 들어가서도 길이 막혀서, 결국 인민공원까지 가지 않고 도중에 내려서 저녁을 먹었다. 


이 코스에서 박물관 이후 여정에는 이렇다 할 화장실이 없다. 가시는 분은 유념하시길 ^^:   


*









동행과 다음 날이면 헤어지니 나름 잘 먹어보겠다고 특선요리를 시켜서 맥주를 마셨는데, 맛있었던 닭고기 요리는 따판지인 듯 하고...

또 하나는 버섯이니 괜찮겠지 했는데 해삼같은 식감의 이상한 버섯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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