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에 가보고 싶었다. 그 중에서도 이스탄불에 가보고 싶었다. 그 중에서도 아야 소피아를 내 눈으로 보고 싶었다.
그것 말고는 아무 생각도 공부도 없이 그냥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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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에 한 달 있으면서 이스탄불에서 보낸 시간만 다 합치면 열흘쯤은 되나보다. 터키를 사랑하는 여행자들 중에는 다른 곳에 비해 이스탄불은 너무 화려하고, 너무 관광지스럽고, 너무 물가가 비싸다고, 다른 곳에 가보고 나면 별로라고 하는 사람이 많다. 앞에 세 가지 지적에는 동의하지만 다른 곳이 아무리 좋았어도 나는 이스탄불이 여전히 싫어지지 않았다. 아마 지금도 다시 가면 또 즐거워할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곳이었다.
코스가 뒤죽박죽이다보니 사진도 뒤죽박죽. 대충 올리자. 이렇게 늦어지면 당연히 대충이 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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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3일. 이스탄불에 도착해서 하룻밤 자고 일어난 첫날, I양과 조우하여 카디쿄이에서 배를 타고 다시 전차를 타고 술탄 아흐멧으로 가서 깨끗한 도미토리에 짐을 내려놓고, 아야 소피아를 보았다. 무슨 빛이 떨어지는 듯한 엄청난 경험까지는 아닐지 몰라도, 한 점 후회없이 만족스럽다.
아야 소피아 - 이 도시가 콘스탄티노플이었던 시절 동로마교회의 대성당이었고, 이후에 이슬람 모스크가 되었다가, 지금은 박물관이라는 이름을 단 곳.
거대하고 화려하여 위압감이 넘친다. 본래부터 모스크였다면 글자 이외의 장식이 없을 테지만, 성당이었던 과거가 있어 장식이 겹쳐진다.
회칠을 해서 가렸다가, 이제 다시 복원하고 있는 성자들의 그림
아야 소피아는 입장료가 있고, 근처에 있는 블루 모스크는 (모스크이기 때문에, 당연히) 무료다. 다만 신자가 아닌 이들은 들어가는 입구도, 안에서 발을 들일 수 있는 곳도 제한되어 있다.
블루 모스크
바깥 처마 밑에서 한숨 낮잠도 잤다.
아야 소피아와 블루 모스크에 둘러싸인 광장에서 파는 군것질거리 사탕. 유명한 관광지니까 당연히 비싸지만, 피곤할 때 먹어서 그런가 괜히 맛있었다.
술탄아흐멧은 아야 소피아와 블루 모스크가 있고 배낭 여행자용 숙소가 밀집한 지역의 이름이기도 하다. 이 광장에는 이런 것도 있다.
보시다시피 오벨리스크. 콘스탄티누스 황제의 오벨리스크로 1600년 된 물건이라 한다. 이스탄불이라는 도시에는 역사가 켜켜히 쌓여 있다.
저녁에는 한들한들 고등어 케밥을 먹으러 갔다.
이스탄불을 둘로 나눌 뿐 아니라, 아시아와 유럽의 경계선이기도 한 보스포루스 해협. 그다지 길지 않은 다리로 연결이 된다.
다리에서 낚시하는 사람이 많다.
다리 아래를 따라 죽 가게들이 있는데, 태도를 보고 빈정이 상해서 아무 데도 가지 않고 다리를 건너가서 가판대에서 파는 고등어 케밥을 먹었다. 만족스러운 결정이었다.
정확히는 그냥 고등어 샌드위치라고 해야겠지만, 취향을 탈 물건이긴 해도 맛있다. I양은 이스탄불에 며칠 있는 동안 먹어본 음식 중에 이게 제일이었다고 하기도 했다. 갓 잡은 생선이라 그런지, 아니면 향신료를 잘 써서 그런지 비린내가 나지 않는다.
다리도 좀 아프고 하니 전철을 타고 광장으로 돌아왔다. 이제 야경이다.
밤이 되어서야 눈치를 챘다. 라마단이었다. 관광지에서 장사는 해야 할 일이고, 관광객도 많다보니 낮 동안 음식을 먹지 않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을 미처 몰랐는데 해가 지니 바리바리 음식을 싸들고 나온 주민들로 공원이 가득찼다. 이날은 미처 보지 못하고 지나쳤지만 아마 폭식에 대비한 앰뷸런스도 대기하고 있었을 것이다.
숙소 방은 10명도 넘게 들어가는 큰 도미토리였지만, 베개와 이불이 깨끗하고 편해서 푹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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