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치아에서는 거의 어디 들어가는 일 없이 내내 수상 버스를 타고 돌아다니거나 골목길을 걸어다니기만 했다.
원래 시간 여유가 있고, 그 도시에 대중 교통이 있으면 그러곤 한다. 아무 정류장이나 가서 노선도를 보고 내키는대로 탔다가, 알 수 없는 곳에 내려주면 다시 노선도를 보고 갈아타고... 그러기를 반복하면서 도시를 구경하는 거다. 물론 너무 더우면 숙소에 들어가서 낮잠을 자거나 카페에서 쉬기도 하고.
(... 얼음 커피는 없는 나라지만!)
그래서 베네치아까지 가는 길에 대해서는 길게 썼어도, 정작 베네치아 안에서 보낸 이틀에 대해서는 쓸 말이 별로 없다.
아, 그렇지. 베네치아에 간 이유가 있었다.
베네치아에 가겠다는 건 즉흥적인 결정이었다.
우선 여행 기간을 늘리기로 하고, 근처에서 제일 먼저 가고 싶은 곳이 어디냐 생각해보니 터키 vs 스페인 남부였다.
마침 터키는 이스라엘에서 한국에 들어가는 지인이 이스탄불에 들를 수 있을 것 같다고 해서 약속을 잡았다.
그와 동시에, 터키는 8월에도 여행할 수 있지만 스페인 남부는 8월이면 주민들도 다 문닫고 피서간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래, 그렇게 무서운 더위라면 조금이라도 빨리 가자! 싶어서 크로타이타의 흐바르 섬에 가려던 계획을 집어치운 것.
그런데 크로아티아에서 스페인 남부로 가는 직항편은 없다. 그러나 베네치아에서 가는 저가 항공은 있다.
이탈리아에서 가본 다섯 개 도시 중에 유일하게 한 번 더 가보고 싶었던 도시. 그래서인지 저가 항공편을 발견한 순간 내 손은 저도 모르게 결재를 누르고 있었고...
뭐, 그래서.
막 도착해서도 베네치아는 여전히 좋구나, 생각했지만. 이 도시는 하릴없이 돌아다니기 참 좋다. 관광객이 바글바글한데다가 한국인도 끊임없이 보이는데(거리에서 한국말이 막 들리기는 오랜만이었다 ㅋ), 신기하게 두브로브닉보다는 오히려 덜 상업적인 느낌이 든다. 워낙 길고 오랜 관광 역사 때문일까. 저 운하 양쪽으로 보이는 건물들의 역사가 기본으로 천년이 넘어가고, 천오백년씩 되기도 한다. 그리고 사람들이 산다.
대종루. 가는 데마다 높은 곳이 있으면 꼭 올라가보는 편인데, 이상하게 베네치아에서는 여기도 들어갈 마음이 생기지 않았다.
산 마르코 광장 앞에 늘어선 곤돌라
탄식의 다리.
다시는 베네치아를 보지 못하게 될 운명인 죄수들이 건너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는데...
카사노바가 이 다리를 건넜단다.
아무 데나 돌아다니다보니 본섬에서 벗어나서 베네치아 시민들이 사는 주택가에도 가봤다.
여기는 아마 꽤 부촌이었던 듯...
여기는 무라노 섬. 원래 유리공예로 유명한 관광지이기는 하지만, 나는 버스를 잘못 탄 건지 어쩐 건지 섬 뒤쪽으로 들어가서; 관광객이 별로 없었다.
어쨌든 참 예쁘다. 가라앉아가는 도시라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고 말이지.
...해수면 상승, 그리고 지반 자체의 침하로 2030년이면 가라앉는다는 예측이 나온 지 몇 년이 지났나.
한편에서는 베네치아가 1년에 버는 돈이 얼마인데, 엄청난 돈을 들여서라도 지반을 올리는 공사를 할 거라고 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기후 변화가 급격해져서 더 빨리 가라앉을 거라고도 한다.
글쎄, 어떻게 될 지 알 수 없는 노릇.
밤에는 다음 날 공항에 가는 셔틀버스 표를 사둘 겸, 길도 미리 알아둘 겸 로마 광장으로 찾아갔다.
저가 항공사가 취항하는 공항은 국제선을 타고 많이 가게 되는 마르코폴로 공항이 아니라, 트레비소 공항이다.
당연히 셔틀버스도 다르고... 덕분에 표파는 데 찾느라 고생 좀 했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내내 마른 번개가 쳤다. 비는 오지 않고 번개만 하늘을 화려하게 수놓아 신기하다 했더니, 베네치아에서는 자주 일어나는 일이란다.
사진기가 좋지 않아 잘 찍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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