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7월 8일-9일 스플릿Split
7월 8일, 새벽같이 일어나서 스플릿행 버스를 탔다.
분쟁 이후 굳어진 국경이 조금 희한하여, 크로아티아에서 육로로 스플릿까지 가자면 중간에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영토로 잠시 들어갔다가 빠져나가야 한다. 거리상 멀지는 않은데 이 부분 때문에 또 시간이 제법 걸렸다. 물론 항구도시에서 다른 항구도시로 가는 길이니 배를 타는 방안도 고려해보았지만, 여객선으로는 거의 반나절이 걸리는지라 포기.
앞에 적...었다가 지웠구나 참. 아무튼 스플릿에서는 동행이 묵고 싶어한 호텔로 숙소를 정했다. 그러나 물론 버스가 도착한 곳은 중심 시가지 부근이고, 호텔은 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다. 하여 점심도 먹을 겸 구시가지에 먼저 들르기로 했는데...
너무 더워서 정신이 혼미했던지라 좋은 줄 모르다가 저녁에 다시 가보고야 이렇게 좋은 곳이었나 하고 감상할 수 있었다. 농담 아니다. 두브로브닉이나 스플릿이나 낮에는 자비없이 더웠다. 며칠 후의 베네치아보다도 더 더웠고 8월의 이스탄불보다도 더웠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는지!!! 망할 아드리아해! (...라지만 물론 그 날짜에 유독 더웠겠지)
아무튼 낮의 구시가지는 이런 느낌.
점심(앞 포스팅에 있었던 새우 리조또와 해물 튀김) 먹은 식당 앞.
마음에 드는 사진이다. 본의 아니게 모델이 되어주신 크로아티아 언니에게 감사를...;
보시다시피 여기도 성채도시지만, 두브로브닉만큼 완벽하게 보존된 성채는 아니고 또 그만큼 관광객이 드글거리는 곳도 아니다. 적당히 발달한 관광지에 적당히 소박해서 마음은 더 편안했다.
자비없는 햇빛... 속이라 저 성채에는 차마 올라갈 엄두도 내지 못했다.
성벽 바깥에는 이렇게 벼룩 시장이 선다.
슬슬 해가 저물고 숨을 좀 쉬게 되자 이런 분위기.
두브로브닉, 플리트비체, 모스타르만이 아니라 스플릿에도 세계문화유산이 있다. 무려 1700년이나 된, 로마 황제 디오클레시아누스의 지하 궁전이다. 위 사진에서 지하로 내려가야 한다.
지은이는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아 다음날 나 혼자 남았을 때 들어가 보았는데, 낮이 워낙 덥다보니 지하가 서늘해서 좋더라...는 것을 제외하면 큰 감흥은 없었다. 그리고 물론; 지하였기 때문에 쓸 만한 사진이 남지 않았다. 아아 똑딱이의 설움.
지하에서 올려다본 하늘이라도 올리자
한국으로 돌아갈 날을 하루 남겨둔 지은이는 무척 무척 무척 말도 못하게 우울해했다. 그나마 이대로 잘 수는 없다 생각하고 나가본 호텔 테라스의 칵테일바가 기가 막히게 좋아서 마음을 달랠 수 있었지.
이 호텔에는 호텔 이용객만 갈 수 있는 해변도 있었다. 수영을 하고 싶었던 건 아니지만, 바닷가 산책이라도 하려고 나가봤다. 생각보다 아담한 해변에 낮이고 밤이고 사람이 드글드글하고... 사실 백사장 자체도 제주도나 동해 어느 바닷가만 못해서 실망;
그러나 7월 9일 새벽에 산책나간 바다는 사람이 별로 없어 좋았다.
...그 새벽부터 씩씩하게 헤엄치는 어르신들이 많아서 새삼 놀라기도 했지만. 으음. 유럽 쪽 사람들은 나이나 몸매 같은 데 신경쓰지 않고 입고 싶은 수영복을 입고 하고 싶은 대로 헤엄을 쳐서, 그 모습에서 문화적인 차이를 느낀다.
헤엄치고 나오는 주인을 기다리는 개
7월 9일, 2주가 이렇게 빨리 지나가다니 새삼 놀라며 아쉬운 이별... 그리고 나도 발칸반도와 잠시 이별.
원래는 스플릿에서 흐바르 섬을 거쳐 북쪽에 있는 자다르 항구까지 갔다가 프랑크푸르트로 돌아갈 생각이었지만, 며칠 전에 모든 계획을 수정하고 9일 저녁 스플릿에서 이탈리아 안코나로 건너가는 여객선 침대를 잡았던 터. 지은이를 배웅하고는 디오클레티아누스의 지하궁전이나 구경하고 카페에서 열심히 일하다가; 저녁 6시 경에 배를 탔다.
배에서 바라본 스플릿의 전경
그리하여, 다음 여행기는 이탈리아로 넘어간다. 계속.
스플릿의 탐식
베네치아 도착. 2012년 7월 10일 (0) | 2013.03.06 |
---|---|
여행지의 고양이 1 (0) | 2013.03.05 |
두브로브닉, 2012년 7월 7일 (0) | 2013.02.20 |
모스타르, 2012년 7월 5일 (0) | 2013.02.20 |
사라예보, 2012년 7월 4일 (0) | 2013.02.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