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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그레브, 2012년 7월 1일

유럽/남유럽

by askalai 2013. 2. 20.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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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6월 30일, 자그레브


자그레브는 크로아티아의 수도로, 인구 백만의 대도시다. (백만이 뭐냐고 코웃음칠 일이 아니다. 독일의 수도 프랑크푸르트는 인구 70만이 안된단 말이지.




자, 지도를 재활용하자면, 자그레브는 지도 맨 오른쪽 위에 있다. 크로아티아에서 가장 내륙지역이고, 산악지대에 가깝다. 그만큼 바닷가 도시들과는 분위기가 전혀 다르다.




블레드에서 자그레브까지 어떻게 갔더라. 기억을 더듬어보니 버스로 류블라냐까지 가서 바로 기차로 갈아탔구나. 류블라냐역에서 기차를 기다리는 동안 들어가 있던 음식점이 무척 더웠던 기억이 난다. 유럽은 전반적으로 냉방을 많이 하지 않는데, 남유럽은 햇빛이 워낙 강해서...




이건 기차를 기다리는 동안에 가볍게 먹은 점심. 



문제의 조합. 약한 냉방과 강렬한 햇빛은 기차 안에서도 우리를 괴롭혔다. 물론 나도 알고는 있었다. 리예카에서 류블라냐로 갈 때 탄 기차에서, 이 동네 기차가 냉방이 전혀 되지 않고...그 와중에 창문도 잘 열리지 않아 땀이 삐질삐질 난다는 사실을 경험했으니까. 하지만 그래도 한 나라의 수도에서 다른 나라의 수도로 가는 기차가 그보다 더 열악할 줄은 몰랐다. 여기는 창문이 아예 안열리는 수준이어서, 바람이 전혀 통하지 않았다...... 그리고 옆에서 지은이가 너무나 힘들어하니 나도 같이 더 힘들어졌다. 겨우 자그레브에 도착했을 때는 탈진해서 저녁먹을 마음도 들지 않는 수준. 


원래 계획으로는 자그레브에서 2박을 할 예정이었는데, 골라서 찾아간 호스텔은 하루밖에 방이 없다고 다음날에는 옮겨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2012년 7월 1일. 일단 자고 일어나서 돌아본 일요일의 자그레브는..........


정말 별로였다. 정말, 정말 별로였다. 내가 크로아티아에서 들러본 도시가 여섯 곳인가 그런데, 그 중에 가장 재미가 없었다. 




수리 중인 대성당을 멀거니 보고, 시장을 한 바퀴 돌아보고, 문 닫힌 길거리를 잠시 쏘다니다보니 햇볕을 견딜 수 없을 지경. 점심이라도 잘 먹자 싶어서 안내책자에 나온 전통요리점을 찾았다. 위치는 시장 바로 앞. 




전통요리라는 것도 바닷가 도시라면 해산물이겠지만 여기는 위에도 적었듯이 내륙, 산악지대... 그래서 고기고기감자감자...가 주였다...


추천요리 두 개를 시켰는데. 오, 역시 류블라냐보다 싸네? 이러면서 좋아한 건 잠시 뿐. 



양고기 스튜. 사진으로 보면 멀쩡해 보이지만, 양이 무시무시하게 많다. 이럴 줄 알았으면 한 접시 시켜서 둘이 나눠먹었지. 아니, 둘이 나눠먹었어도 다 못먹었을걸. 한 절반쯤 먹다보니 한동안 양고기는 꼴도 보기 싫어짐 ㅠㅠ




지은이가 시킨 소고기...요리. 굽지 않고 삶았나 쪘나 그렇다. 역시 무섭도록 양이 많다. 곁들인 매쉬드 포테이토만으로 한 끼가 해결될 지경이다. 양이 많은 게 문제가 아니라 먹다보니 진짜 질린다. 다시 떠올려도 으으 ㅠㅠ 진짜 양 많고 고기고기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권할 만 할지도.


괴로워하며 반도 못먹고 식사를 끝냈는데, 느끼해서 커피 생각이 간절했다. 그러나 이 레스토랑은 대체 정체가 무엇인지 커피가 없단다. 크로아티아가 커피를 안좋아하는 나라도 아니고, 도대체 이건 뭔지 모르겠구나. 터덜터덜 걸어나가서 1시도 되기 전에 걷어치우는 일요일 장을 조금 구경한 후에 그늘로만 피해다니며 카페를 찾았다. 


그래서 커피와 머렝?인 듯한 정체 모를 디저트. 








카페에서 정신을 차릴 즈음 되니 둘의 마음이 일치했다. 야 안되겠다. 자그레브에서 하루 더 잘 생각 걷어치우고 바로 플리트비체로 튀자!


그래서 서둘러 옮기려던 숙소에 맡겨둔 가방을 다시 찾고 플리트비체행 버스로 줄행랑. 


혹시 크로아티아에 갈 일이 있으면, 교통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경우를 빼면 자그레브는 일정에 넣지 말라고 권하고 싶다. 크로아티아만 갈 거라면 그냥 바닷가 쪽으로만 돌아도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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