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발칸 여행기 진입이다!
(잠시 감격)
(그러나 아직 써야 할 여행기가 두 달치라는 사실에 막막해지고)
처음에 여행갈 때 크로아티아가 어디냐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요새는 나름 대세로 떠오르는 모양이다. 어쨌든 여전히 잘 모르는 사람이 많으니 지도를 한 번 올려본다.
출처: 구글맵
보다시피 체코와 오스트리아 남쪽, 헝가리와 이탈리아 인접국으로 1991년까지만 유고슬라비아 연방에 속해 있던 땅이며 십년 전까지 내전이 벌어지던 땅...이다. 외국인은 크로아티아라고 부르지만 원래 이름은 흐르바츠카.
마치 잘 알고 있었다는 듯이 설명을 적었지만 사실은 나도 크로아티아가 어디인지 잘 몰랐다. 오히려 보스니아, 세르비아, 코소보, 알바니아 같은 나라는 들어봤어도 크로아티아는 크로캅의 고향이라는 것 말고는 전혀 아는 바가 없었다. 그런데 왜 교통도 좋지 않은 크로아티아에 가게 되었는가 하면, 2주 동안 발칸 일정을 함께한 모양 때문이었다.
새로운 회사로 옮기고 초반부터 1년을 넘기기까지 너무나 괴로워하던 모양, 2012년 초에도 변함없이 만나서 괴로움을 토로하다가 "나 회사를 때려치우는 데 성공하면 같이 크로아티아 가자!"고 외친 것이 문제의 발단. 어디선가 사진을 보고 꽂혔다나 뭐라나. 사실 난 확률이 50프로 이하라고 보았기에 그러마고 선선이 고개를 끄덕였는데...
두어 달이 하릴없이 지나간 어느 날, 모양이 정말로 회사를 때려치운다며 가자고 외치는 게 아닌가. 어라? 나 마감 잔뜩 있는데... 음... 하지만 이렇게가 아니면 언제 크로아티아 같은 곳에 가겠나 싶어서 노트북을 들고 가기로 했다. 그때는 크로아티아만 한달 정도 생각했다. 정말이다.
그런데 크로아티아라는 나라로 가는 직항편이 없었다. 대한항공이 가끔 다니기는 하는데 그것도 가끔 있는 특별편. 즉 거길 가려면 무조건 다른 나라를 거쳐야 했다. 가는 김에 러시아 이쯤에서 독일에 있는 친척과 지인을 떠올렸다. 유럽까지 가는 비행기값도 아까운데, 가는 김에 프랑크푸르트를 거쳐 가면서 돌아올 때 독일에 들러서 얼굴도 보고 일도 좀 하면 좋지 아니한가. 그러나
그런데 모양이 회사를 바로 그만둘 수 없다며 출발일을 늦췄다. 그러면 6월 말이다. 성수기다. 그게 싫어져서 독일에 미리 갔다가 월말에 모양과 합류하기로 했다. 그렇게 해서 6월 초에 독일로 갔던 것.
그리고 그 사이 모양과 연락을 취하며 이런저런 속썩을 일이 꽤 있었는데, 간단히 요약하자면 그녀는 회사를 그만두지 못했고, 시간을 아끼기 위해 대한항공으로 바꿨다가 발권을 제 때 하지 못하여 23일에 오지 못하게 되었다는 거시다...
그 소식을 접한 내 마음은 대략 이런 상태...
뭐시라?
너 지금 뭐라 그랬냐
결국 비싼 돈 내고 대한항공을 탄 것으로도 모자라서 비싼 돈을 내고 바로 허접한 발칸 항공으로 갈아타고 프랑크푸르트에서 류블라냐로 날아와야 했던 모양에게도 참 뭐라 할 말이 없지만, 나도 중간에는 진짜 처음 목적은 어딘가로 날아가고 나 혼자 여행하게 되는 줄 알았다. 심지어 중간에 23일에 온다길래 안심하고 부탁한 짐까지 있었는데 아주 그냥 -_-; 그래도 이차저차하여 6월 27일 슬로베니아 류블라냐에서 랑데부하기로 확정!
그래서 6월 23일, 나 홀로 독일을 떠나 날아간 곳은 크로아티아 이스트리아 반도 끝의 도시 풀라(Pula). 요새 대세 관광지가 되었다지만 그건 플리트비체 국립공원과 두브로브닉 쪽이고, 풀라는 안간다... 가보니 한국인은커녕 동양인이 없었다...; 그러나 유럽에는 유명한 휴양지.
보다시피 풀라는 베네치아에서 가깝다. 풀라-리예카를 거쳐서 슬로베니아 루블라냐로 올라갔는데, 이쪽 지방이 크로아티아에서 가장 이탈리아와 가깝고 그만큼 문화적으로도 이탈리아스러운 동네다. 당연히 고대 로마와도 가까워서 유적지가 로마스럽다.
내가 풀라로 들어간 이유는 물론; 유럽 저가항공의 대명사! 라이언에어를 프랑크푸르트 한 공항에서 풀라까지 2만 5천원에 이용할 수 있었기 때문.
여기서 혹시 도움이 될까 싶어 잠시 설명.
저가항공에는 저가인 이유가 있다. 유럽인들 우습게 보지 말라. 한국의 제주에어 진에어 정도를 생각하면 곤란하다. 환불이 되지 않고, 비행 중에 물조차 주지 않으며, 좌석도 미리 예약하면 돈을 내야 하기에 동네 버스 타듯이 그냥 탄다. 짐 무게는 들고 탈 수 있는 크기에 무게를 정확히 재어 넘어가면 돈을 내야 한다. 그래서 나도 노트북까지 모조리 20인치 가방에 다 쑤셔넣고 갔다 -_-;
이용 공항은 도시마다 다른데 하필 프랑크푸르트의 경우 라이언에어가 쓰는한 공항은 프랑크푸르트에서 2시간이나 떨어져 있었다. 근처에 있는 아울렛에 들렀다고는 하지만 거기까지 운전해준 막내 이모에게 무한 감사! ㅠㅠ
그릇 아울렛 근처에서 먹은 점심- 집시 슈니첼. 덜 느끼해서 우리 입맛에 맞다고.
독일 아이스크림 짱 맛있음
게다가! 라이언에어는 착륙하는 순간 빵빠레가 울려퍼지며 승객들이 모두 박수를 치는 전통이 있다...
처음에 이거 겪었을 때 진짜 멘탈붕괴할 뻔... 무사히 살아난 걸 축하하는 거냐 뭐냐...;;
아무튼 23일 오후, EU에서 벗어나 크로아티아 진입! 돈도 유로를 쿠나로 환전하고...(내가 다녀온 직후에 EU에 가입했더라 내참)
공항을 나서자 독일과 다른 따뜻하고 습한 공기가 밀려든다. 이제야 한국에서 가져간 여름옷을 입을 수 있겠다.
숙소 앞 바다
풀라의 숙소는 유일하게 싱글룸이 있었던 Hostel Amfora. 샤워실과 화장실은 외부에 공동으로 있고, 세면대는 내부에 마련된 1인실이 한국돈으로 1박 2만원 정도. 크로아티아라고 그렇게 싸지는 않다. 한적하고, 조용하고, 깨끗하다는 점은 보장. 그러나 시내로 들어가는 교통은 좋지 않다.
더운 나라라서 그런지 해가 저물자 바닷가가 더 활기를 띤다. 산책하는 사람도 많고, 길거리 음식도 많고, 가게마다 음악도 연주하고, 정말 마음이 느긋해지는 분위기랄까. 음식은 글쎄 뭐... 산책하다가 저녁으로 조각 피자를 한 조각 사먹었는데 가격 대비 무난하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