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6월 19일, 날씨는 비
전날보다 조금 더 흐렸다. 저녁에 베를린으로 가는 열차 시간을 봐두고 뭘 할까 생각하다가 박물관으로 향했다. 묘하게 독일에 있는 동안에는 길거리와 박물관에 집중하게 되더라는.
뭐 아무튼, 함부르크에 박물관이 한두개가 아니지만 내가 첫번째로 고른 건 민속 박물관. 그렇게 크고 유명한 박물관은 아니지만, Museum of ethnography라는 이름을 보니 확 땡겨서 말이지...
(*번역어에 대해 한 마디. ehnography를 민족지라고 하느냐, 민속지라고 하느냐를 두고 학계 안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현재는 민족지가 더 우세하다. 그렇다고 박물관도 민족지 박물관이라고 하는 게 어울리느냐 하면 그건 좀 이상하고, 보통은 민족학 박물관으로 옮기는 모양새. 의미를 인종학 쪽으로 이동시키는 번역어라는 생각에서 이렇게 옮기는 데에 거부감이 있지만, 민속박물관이라고 해놓으면 또 석연찮은 부분이 있다. 다만 이건 영어일 때 이야기고, 독일어로만 생각한다면 'Museum fur Volkerkunde', 민속박물관이 맞다. 독일에서 folklore는 영어권에서 쓰는 것보다 의미가 훨씬 넓어서 우리가 생각하는 민족학과 민속학의 영역을 포괄한다)
뭔가 쓸데없는 괄호안 독백이 길었지만; 이 박물관은 함부르크 시내 중심가에서는 조금 떨어진 곳에 있다. S-반으로는 Dammtor역에서 내려서 10분 가까이 걸어야 한다.
박물관 겉모습
상설로는 이집트, 아프리카, 남태평양, 북아메리카, 남아메리카 등의 문물을 전시하고 기획전으로 저 위 오른쪽 포스터에 보이는 사진작가 Bernt Federau의 작품 전시중이었다.
북미관
남태평양 하면 배죠
남미... 한쪽 벽에 2012년 종말설 특별 전시를 해둔 센스!
원래도 이런 거 재미있어하지만, 이 날 대박은 생각지도 않았던 기획 전시였다. 처음 알게 된 사진작가인데 흑백 사진들이 정말... 눈물나게 좋다.
특히 사진집 표제작인 이 사진. 실물을 보고, 작가의 말을 봤을 때의 그 찡한 맛이란...크...!
사진을 다시 찍어온 사진인데도 다시 보면 뭉클하다
홀딱 반해서 이 사진집은 꼭 사가리라 마음을 먹었는데, 아뿔싸 뮤지엄샵이 공사중이었다... 매표소까지 가서 사진집을 사고 싶다고 했더니 직원이 엄청 미안해하며 지금은 판매가 불가능하다고... 친절한 직원은 실망한 내 얼굴을 보고 미안해하며 안을 뒤져서 기획전 포스터를 하나 선물로 줬다. 하지만 포스터 사진은 저기 위 박물관 건물에 걸린 저 사진이지 내가 반한 사진이 아니야 엉엉 ㅜ_ㅜ
그래도 고맙기는 했지. 뭐 그래, 내가 돈 쓰겠다는데도 아껴주는구나 하는 생각으로 쓰린 마음을 달래며 이동.
하루에 박물관 두 개면 꽉 찬다. 두번째로 고른 곳은 함부르크 중앙역 근처에 있는 예술 공예 박물관.
각종 악기라든가...
이런 재미있는 설치작품
시대별로 재구성한 방
같은 시리즈지만 가장 마음에 드는 사진
그 밖에도 여러 가지를 보기는 했는데, 사진전만큼 강렬한 인상이 남지는 않았네.
가...면...?
아. 마지막으로 1층에(엘리베이터 타고 맨 위로 올라갔다가 아래로 내려가면서 관람했음) 디자이너 맥퀸의 특별전도 있었구나.
이런 옷들이 한 방 가득
하지만 구경하러 들어갔더니 웬 학생들이 빽빽이 앉아서 스케치 중이었던 기억이 더 강하게 남았다.
어쨌든 박물관 두 개 돌고 나니 녹초가 되어 기차 탑승. 베를린으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