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6일 일요일. 이전에 나라에 갔을 때 못가본 호류지에 가보기로 했다. 여기 한 군데만 가는 거니까 느긋하게~ 라고 생각하고 오전 늦게 집을 나섰는데. 나라역에 도착해보니 아뿔싸. 이날 오전에 마라톤대회가 있었네;
호류지 가는 버스도 늦고, 타서도 밀리고. 정확함을 좋아하다 못해 때로는 융통성이 없기까지 한 일본에서는 처음 겪는 일이었다. 차가 밀리는 좁은 길을 졸며 깨며 가다가 3시 넘어서 겨우 도착. 그쪽은 3시 넘으면 이미 해 떨어지는 느낌이 팍팍 난다. 덕분에 입장료도 깎아주고 말이지;
참, 단정하다
덕분에 좀 급하게 보긴 했지만, 대신 한산해서 좋았다. 보다시피 이 시간에도 사람이 이 정도는 들어가고 있었으니, 일찍 갔다면 꽤 번잡했으리라.
호류지는 백제관음 하나만으로도 가볼 가치가 있다. 물론 다른 불상도 좋았고(철망 앞에 매달려서 히죽거리는 우리 둘을 흘끔거리며 경계하던 관리인 아저씨의 눈빛이라니...)
건물도 좋았고 기둥을 휘감은 용이며 기왓장에 숨은 도깨비도 좋았지만. 그래도 결국에는 백제관음. 크.
그나저나 이름은 백제관음인데 아무 설명도 안달아놓다니. 보통 일본 사람들은 이 관음상을 보고 무슨 생각을 할까?
어쨌거나 나머지 사진.
4시가 넘자 이미 해질녁...
풍경이 크다
석양을 등지고
기둥을 휘감은 용
올려놓고 보니 이거 원 시컴컴한 사진 뿐이네; 마음에 드는 것들로 골랐더니만 :)
어쨌거나 외진 곳에서 해가 뉘엿뉘엿 떨어지니 마음이 급해져서 얼른 다시 버스->전철->전철 밟아 돌아가니 하늘은 깜깜. 정작 또 깜깜해지면 해질녘처럼 마음이 조급하지 않단 말이지. 해서 가마쿠라 파스타를 맛있게 먹고 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