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3] 교토 산책

12월 5일 토요일. 우지에서 재난인류학 필드 중인 ㄱㅇ 옵과 나고야에서 교육학 공부 중인 GJ와 3인 회합. 비가 제법 내려서 걱정했는데 셋이 만나서 이동하기 시작하자 딱 그치고 날이 개었다.

교토는 오사카보다 따뜻한데, 단풍이 한창이었다. 단풍잎은 평소 보던 것보다 잘고, 은행잎은 크다. 바닥에 떨어진 은행잎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이거 좀... 크지 않나?" 했더니 GJ가 자기도 그 생각을 했는데 말할 사람이 없었다고 반가워하더라. (참고로 그녀는 오키나와 출신에, 일본 본토에서도 남부에서만 학교를 다녔기 때문에 단풍을 한국에서 처음 보았더랬다)

헤이안 신사. 예전에는 정작 신사는 홱 지나치고 정원만 봤던 기억이.

헤이안 신사 앞에 내린 김에 들여다보긴 했지만, 목표는 교토 대학. 학교에 들어서자마자 제일 먼저 눈에 띈 게 5층 건물 바로 옆에 똑같은 높이로 줄지어선 나무들이었는데... 내가 감탄하자 ㄱㅇ 옵이 말하길 "여긴 뭐든지 각이 져 있더라"... 설마 건물 지붕에서 나무를 다듬은 걸까;;;

아무튼 빙 돌아서 뒷산 쪽으로. 점심거리를 찾다가 가게를 못찾고 도시락을 사서...

여기에서 잠시 의사소통 문제 발생. GJ가 '요시다 신사'를 보고 싶다고 했는데, 교토대 정문으로 가면 금방이었을 것을 ㄱㅇ 옵이 잘못 이해해서 뒤쪽으로 빙 돌아서 산을 타고 들어간 것이었다. 덕분에 차가운 도시락을 먹어야 했고. 나야 뭐 10년 전부터 여행만 가면 '뒷문으로 들어가서 앞문으로 나오기' 전문인 데다 단풍길 산책도 잘 해서 좋았지만 ㅋㅋ

요시다 신사 위쪽 가소 신사에도 잠시 들렀는데, 알고보니 '과자의 신'이셨다. 무려 1978년생! 나보다 어리잖아! 신사 주위에 온갖 과자집과 과자회사들의 명패가 즐비. 내가 알아본 이름은 모리나가 뿐...

GJ는 가는 곳마다 오미쿠지를 뽑는다. 이제까지 일본에서 신사는 들여다보기만 했는데 덕분에 좋은 구경 했다는. 요시다 신사의 오미쿠지는 달마.(신사마다 방식이 다르다)

 

(참. 위 사진 왼쪽 아래에 있는 책은 GJ가 들고온 여행책. 세밀화 그리는 사람이 그림을 곁들여서 쓴 교토 에세이집이랄까. 좋더라)

그리 크지 않지만 무려 전국 3132 신을 합동으로 모셨다는 신사 되시겠음. 후덜덜...  ㄱㅇ 옵의 센스넘치는 표현에 따르면 '전국 체인점 본사' ㅋㅋㅋ

밥도 먹었겠다, 버스 타고 기온으로 가서 GJ가 찍어둔 골목길 안쪽 과자집에서 가을 한정 과자를 사고(본가에 부칠 예정이었음), 차라도 한 잔 마시자고 찻집 찾아 헤매다가 다시 유명하다는 아이스크림집을 찾아서 들어갔다. 문제의 콩 아이스크림 :)

이어서 한적한 가와라마치 산책...

여긴 가을도 아니고 늦여름 같다...

가와라마치에 있는 동네 시장도 구경하고 나서 시죠에 있는 큰 시장을 보러 이동. 니시키 시장이라고? 일본의 상가 대부분이 그렇듯 여기도 아케이드 지붕 아래 깔끔하게 늘어서 있다. 두부 도너츠도 사먹고 굴구이도 먹고 신사에도 들러주고.

시장 풍경 한 장. 역시 재래시장이 좋다. 통로는 너무 좁았지만;

텐만구. 시장 안에 있다시피 하지만 정체는 '학문의 신'!

여기에서도 오미쿠지 뽑기를 처음 봤는데, 텐만구의 오미쿠지는 목각 사자가 입으로 물어서 꺼내준다. 신사 뒤쪽으로 돌아가면 작은 사당이 있고, 신사 옆으로 스탬프가 즐비...

도장 문구를 읽어보고 파안대소. 이 종교는 너무 솔직해서 귀엽기까지 하다니까. (일본사람들은 종교라고 생각하지 않는 듯 하지만)

이제 날도 저물고, 중간에 주워먹은 게 많다보니 가볍게(?) 하카다라멘으로 저녁을 해결하고 아무 찻집에나 들어가서 수다 떨다가 귀가. 오랜만에 타국땅에서 만나니 참으로 반갑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