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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코르] 바욘Bayon

아시아-동남/캄보디아

by askalai 2003. 8. 29.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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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욘. 앙코르 톰 내부 - 자야바르만 7세. 12-13세기. 앙코르 왓보다 100여년 후의 건축물이다. 7월 21일, 22일 두 차례에 걸쳐 방문. 첫번째는 오후였고 두번째는 오전이었다.

앙코르 왓과 함께 앙코르 유적을 대표하는 '앙코르 톰'은 하나의 사원이 아니라 왕성 혹은 왕궁이며, 바욘은 그 중심을 차지하는 사원이다. 원래 코스대로라면 앙코르 톰 전체에 대해 써야겠지만, 첫날 시간이 없어서 바욘만 먼저 둘러봤으니 일단 바욘 이야기를 쓰자.

바욘 사원은 아발로키테슈바라(관세음보살을 뜻한다)의 얼굴이 겹겹이 쌓여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 얼굴은 석양 혹은 새벽하늘을 등진 앙코르 왓의 실루엣과 함께 크메르의 상징이기도 한데, 사실 관세음보살로 추정하고는 있지만 정확히는 알 수 없다. 지은 목적도, 의미도, 용도도 알려져 있지 않고 그저 자야바르만 7세가 지은 불교사원이라는 정도가 밝혀졌을 뿐이라 이 얼굴들도 불교에 관계된 것이리라 추측할 뿐이다.

총 54개의 탑에 200개의 얼굴...그것도 찬찬히 들여다보면 모두 조금씩 표정이 다른 이 얼굴들에 둘러싸여 있으면 형언할 수 없이 묘한 기분이 든다. 웅장한 듯 하면서도 앙코르 왓에 비해 통로가 좁아서 사람이 없으면 길을 잃은 느낌도 훨씬 강하다.


바깥에서


역시 바깥, 뒤편. 텅 빈 게 좋아서 찍었지만 조금 쓸쓸해 보인다.


태양은 이글거리고, 지붕이 거의 없는 바욘엔 사람이 많지 않았다. 1층과 2층은 미로처럼 복잡하고 통로가 좁다. 내가 대충 보고 바로 3층 - 탑이 있는 곳으로 올라간 데 반해 크리스는 한참 헤매다가 올라온 듯, 나와 마주치자 안도의 미소를 지으며 길을 잃었노라고 했다. 둘 다 무척 지쳐 있었지만, 바욘은 근사했다. 태양이 서쪽으로 기울면서 수많은 탑 옆에 조금씩 그늘이 드리웠고, 바람이 불었다. 적당히 달아오른 그늘 속 돌에 앉아 바람을 맞으면 소르르 졸음이 왔다. 행복했다.


내부 회랑 부조...일 듯. 또 코끼리냐;; 바욘의 부조는 앙코르 왓보다 깊은 대신 정교함이 떨어진다는 평을 받는데, 그 대신 앙코르 왓의 부조보다 내용이 다양하다.


역시 회랑 부조. 아마도 유액의 바다가 아닐까 추정. 사실 부조는 사진이 잘 안나오기 때문에 안찍는 편인데, 이상하게 가루다나 유액의 바다나 지옥도 같은 게 나오면 한 번씩 카메라를 대본 것 같다. 하지만 자신은 없다. 그냥 전쟁 장면을 하나 찍어본 걸지도 -_-


올려다본 얼굴들


온화한 미소


얼굴들과 하늘






흐느적 흐느적 돌아보고 그늘에 앉아서 쉬는데, 한 무리의 아이들이 호기심을 보이며 접근해 왔다. 아이들이라곤 하지만, 나만 중학생이나 고등학생쯤인가보다 생각했을 뿐 듣고 보니 다들 20세 남짓한 나이다. 안내를 해주겠노라 나서거나 하는 사람들은 아니고, 구경을 온 건지 뭔지...처음엔 크리스에게만 우르르 몰려가서 뭔가 열심히 대화를 나누는데, 흘끔흘끔 나를 보면서 둘이 결혼했냐고 하는 바람에 정말... 웃겼다. 너무나 열심히 "페어"의 개념을 설명하는 크리스의 모습이라니. 그 전에 점심을 먹거나 쉴 때도 그랬지만 아이들은 주로 크리스에게 달라붙었지, 내게는 별로 접근하지 않았다. 이틀째까지는 내가 접근금지 오오라를 치고 있었기도 하지만, 그쪽이 더 상냥해 보였던 걸까, 아니면 자기들 멋대로 지레짐작해서 크리스에게 실권(?)이 있다고 생각한 걸까? 내 참. 덕분에 편하기는 했지만 ^^;;

이곳 사람들은 친절하고 순박하며, 먹고 살기 위해서겠지만 기본적인 영어 회화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크리스와 둘이 추측해본 바로는 아무래도 남자들이 영어로 말을 걸어오는 건 연습 겸, 자기들이 이 정도 용기가 있다는 걸 과시하기 위한 면도 있는 듯 했다. 하지만 교과서에 나온 기본 질문이 그런 건지, 이름이 뭐고 어디서 왔느냐 다음엔 대뜸 결혼했냐, 형제는 몇이냐 같은 질문을 던져서 사람을 곤혹스럽게 하는 경향이...(내가 사적인 질문을 좋아하지 않는 것도 이유겠지만)

아무튼 이 때 크리스는 걸작이었다. 스무살 남짓한 캄보디아 남자애들과 둘러앉아 "나 결혼 안했어. 너도 안했냐? (하이파이브 자세로) 동지!" ...이런 식이었으니 말이지. 생각해보면 크리스가 23살이었으니까 비슷한 나이 또래였던 건가! 쿨럭 -_-

이 날은 바욘이 너무 마음에 들기도 하고 지치기도 해서 계속 붙어있다가 앙코르 톰 나머지를 둘러보지 못했다.

해서 이튿날 다시 찾은 앙코르 톰. 새벽부터 일출을 보겠노라고 앙코르 왓을 다시 찾아 3시간, 앙코르 톰에 들어서면서 모터 기사 (이름이 젠이었다)에게 3, 4시간 있다 보자고 했더니 또 웃는다. 아니, 서너 시간씩 보는 게 뭐가 어쨌다는 거야? 쳇. 아무리 생각해도 이틀 계속 신경에 거슬렸을 때 기사를 바꿨어야 했는데...투덜투덜.

아무튼 이틀째엔 앙코르 톰 전체를 둘러보고 마지막에 북문 쪽으로 해서 들어갔다. (바욘 사원의 원래 출입문은 동문이고, 첫날에는 그쪽으로 들어갔다) 그러고보면 앙코르 왓이 직선과 정방형으로만 이루어진 데 반해 바욘은 아래가 방형, 3층은 원형이다. 천원지방일까 설마? 예외적인 케이스가 아닐까 싶은데...


날이 흐려서 사진도 어둡게 나왔다. 돌아다니기엔 좋은 날씨였지만. 바깥.


1층인가 2층인가. 위로 올라가는 문.


변함없는 얼굴의 압박



안쪽이라고 해야 하나, 뒤쪽이라고 해야 하나. 폐허같은 분위기가 마음에 들어서 ...



서쪽 아니면 북쪽 출입문일 것이다. 아니, 원래 출입문은 아니고 부서졌기 때문에 들어갈 수 있는 곳 ^^;;




바깥.


바욘 역시, 첫날에 더 좋았다. 앙코르 왓을 정점으로 그 전의 건축물은 정교함이 떨어지더라도 힘이 느껴지는 반면, 후기 건축물은 정교하기는 해도 힘이 떨어지는 느낌이다...하지만 세번째로 또 찾아갈 생각은 있다. 책을 들고 가서, 벽에 기대앉아 빈둥거리며 읽으면 좋겠다. 과연 언제까지 앙코르 보호위원회가 유적을 만지고 앉을 수 있게 해줄 지는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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