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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남] 6. 천룡팔부 세트장

중국/운남

by askalai 2007. 2. 4.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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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2일.

월요일, 장이 서는 날이다. S님은 시장을 보러 가고 싶어했고, 나는 천룡팔부 세트장을 꼭 보고 싶었다. 따로 갔다가 오후에 만나도 된다고 생각했지만 S님도 '아, 맞다. 천룡팔부'라며 이쪽으로 붙었다. 나야 초등학교 중학교 시절을 함께한 김용이 생각나서라지만 S님은 과연?

천룡팔부 세트장은 가이드북에 나와있지 않기 때문에, 숙소 프론트에 물어보아 가는 길을 받았다. 창산으로 향하는 서문을 빠져나가서 택시를 타고 올라가야 했다. 걸어갈 수도 있다지만 20분은 걸린다는데다가, 그래도 고도를 무시할 순 없어서 살짝만 오르막이라도 숨이 턱에 찬다.

아무튼 아침먹고 40분쯤 출발. 창산문까지 나가는데 10분은 넘게 걸렸나보다. 택시 잡기가 힘들어, 9시 5분에 도착. 안타깝게도 문을 열면서 펼치는 성문환영공연은 끄트머리밖에 보지 못했다 쳇 -_ㅜ

사용자 삽입 이미지행렬이 들어가는 끄트머리-_-

안으로 들어서면 황궁 세트장까지 큰길이 쭉 이어지고, 그 양쪽으로 조용한 가게들이 늘어서 있으며 가끔씩 고용된 알바생(?)들이 공연 비슷한 것을 펼친다. 그 공연이라는 게 좀 어설퍼서 창돌리기, 봉돌리기, 쌍절곤 돌리기... 뭐 그런 거다. 더 들어가다보면 양쪽에 표창던지기/활쏘기 놀이터도 있는데, 활을 쏘아 보았다. 옛날옛적 양궁을 당겨본 적이 있지만 활줄 한 번 당기려면 팔이 부르르 떨린다. 그래도 두세발 쏘다보니 요령이 조금 붙어서 막판에는 과녁 중간까지 들어갔다. 핫핫. 그래도 S님과 내가 중국 남자애들보다는 낫더라-_-v

사용자 삽입 이미지궁전 세트장...이랄까. 동남아와 중국풍이 섞인 것을 알 수 있다

일직선으로 일단 황궁 세트 도착. 사진에 있는 건물 양쪽으로 합성사진 찍어주는 가게-_- 같은 게 자리를 잡고 있고, 천룡팔부 영화 음악이 흘러나오는가 하면 영화 장면도 보여준다. 흠. 그리고 왕궁 안으로 들어가면! 황제나 왕비 등등 천룡팔부 2003년판 영화에 나온 복장을 빌려입고 옥좌에 앉아서 사진을 찍을 수 있게 해놨다. 물론 공짜는 아니다. 무려 10위안! 그래도 값은 하고도 남았다. 원래는 황제 복장을 해볼까 싶었지만 치사하게도 남자들한테만 빌려주는지라-_- 영화에 나온 모 배우의 복장을 입어보았는데, 찍으면서도 찍은 후에도 어찌나 웃겼던지. 이곳에서 찍은 사진을 보면 하루가 한푼쯤은 가벼워진다. 옛날옛적 모 수업에서 녹음한 사랑가-_- 를 듣거나 더 옛날옛적에 노트에 쓴 무협지-_-를 보며 얻는 즐거움과 비슷하달까(...) 얼굴 모자이크한 사진이라도 올려서 다른 분들에게도 즐거움을 드릴까 하였으나 사진 손질하기 귀찮아서 생략. 므흣.

황궁 뒤편으로도 세트장이 한참 더 펼쳐져 있다. 요나라 거리에 서하 건물, 동굴 세트(...)와 성벽 세트 등등. 길을 못찾아서 여인국 세트장은 못봤지만. 아무튼 위로 올라갔다가 옆으로 돌았다가, 세트장 바깥 길에 벗어나서 멀리 시내와 삼탑사를 내려다보고, 다시 내려가서 왕궁 앞쪽에서 펼쳐지는 무예 공연을 보고... 시간이 훌렁훌렁 잘도 간다. 문제의 공연은... 그냥 볼만한 정도였다. 한국의 차력쇼(응?)에 한참 못미친다. 기껏 공중제비나 몇 번 돌고 그릇 물고 3단 뛰기 뭐 이런 것만 하고 말이야. 다녀온 사람들 기록을 찾아보니 이것도 날마다, 때마다 다른가보다. 결혼식 재연이나 그림자 공연 같은 건 좋아보인다. 오후에 얼하이호 배를 예약해두지 않았거나, 아무튼 여기에서 시간을 더 보낼 수 있었다면 공연을 더 챙겨보았을지도 모르지만...

그러고는 김용 기념관을 돌아보았다. 다른 건 몰라도 여긴 정말 팬이 아니라면 별 재미를 못느낄 만한 작은 건물. 으하하하! 건물 밖 왼쪽에 붙은 사진을 보자마자 대략 기절...

사용자 삽입 이미지영호충님이 아니신가!

내 어린시절 소오강호 15부작을 빌려다보고 '저건 영호충이 아니야!'라며 울었던 기억이 떠오르누나(...) 아니 물론 그 시절에도 나는 주윤발을 좋아했지만, 오호 통재라, 주윤발은 당시 홍콩 배우 중에 희귀하게도 무협 연기를 못하는 인물이었나니. 다들 무협 시리즈를 여러 편씩 찍던(최고는 양조위였지) 이 시절에 주윤발만은 무협물이 이것 하나밖에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형님은 역시 쌍권총에 바바리코트가 어울려요 ㅜ_ㅜ 당시 비디오에서는 소오강호 전 8권 중 1권밖에 나오지 않았던 곡양 장로가 15편 중 3-4편을 장악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었지. 뭐 원래 소오강호는 좋아해도 주인공 영호충은 별로 좋아하지 않았지만, 그렇다해도... 곡양이 죽은 뒤 얼마 더 보지 못하고 시리즈를 때려치웠다(먼산) 요새 헐리우드에서 무협 분위기로 어필하는 주윤발을 생각하면 참 아스라한 기억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그리고 그 옆에 붙은 사진은 그 시절의 황용!

내 초등학교 4학년에 처음 접한 무협이 사조영웅전이었고, 그것도 27부작 비디오로 먼저 접하고 너무 재미있어서 책을 찾아 읽었더랬다(아, 뒤늦게 떠오른 기억으로 정정. 처음 읽은 무협은 마탑이었다;). 그 시절의 황용이다. 이 어인 추억 여행이란 말인고... 여기에서는 아니지만 대리고성 길거리에서도 그 시절 사조영웅전의 주제가가 흘러나와 가슴이 설렜더랬다. 하하. 요 옆에는 소용녀(이건 옛날 아줌마(...) 말고 최근작의 어여쁜 배우가 붙어 있었다)도 있었지만, 일단 생략.

안에 들어가면 천룡팔부 영화 촬영에 관련된 사진들, 그 외에 이 세트장을 재활용해서 찍은 차마고도 등의 영화 사진(여기에서 드라마도 꽤 많이 찍는단다. 갔을 때 드라마 촬영이라도 하고 있다면 더 재밌을 텐데), 그리고 이런저런 소품도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어디 나온 칼이라더라...

그리고! 한쪽 벽에는 "피터 잭슨 천룡팔부 세트장 오다" 기록판도 있었다. 아하하. 처음엔 저게 누군가 했지 뭔가;; 피터 잭슨이 황제 옷 입고 찍은 사진이 제일 웃겼다. 후후.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나는 추웠는데, 곳곳에 벌써 매화와 목련이 피고 있더라...

더 돌아보고 한가롭게 빈둥거렸어도 좋았으련만. 얼하이호 배를 12시쯤으로 예약해두었기에 2시간 반 정도 돌아보고 하산. 이 배를 타기 전에 또 한 판 삽질을 했으나... 그 이야기는 다음편으로 넘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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