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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여행] 첫째날. 차와 비행기로 점철된 하루.

일본/본섬 동쪽-간토, 주부

by askalai 2002. 10. 24.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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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2일.

짐은 언제나 그렇듯 가벼웠다. 물론 가볍다고는 해도 남들보다 가벼웠다는 얘기지, 내 어깨에는 무거웠지만...여하튼 큼지막한 학교가방 하나에 옷과 이런저런 물건을 넣고, 평소에 돌아다닐 때 멜 작은 가방 하나를 멘 게 다였다. 10일 여행인데다가 여름이라서 옷도 가볍게 가볍게. 평소에는 입지도 않는 끈나시와 반바지 일색으로 꾸렸다. (사진을 많이 올리지 못하는 이유는 이것일지도...)

하지만 공항에 도착해서 언니 부탁과 가족들 선물 때문에 면세점에서 산 물건을 집어넣으니 꽤 무거운 데다가 부피도 만만찮아지고 말았다. 이런 건 정말 취향이 아닌데. 하지만 어쩌리, 나 말고는 토산품 선물을 반기는 가족이 아무도 없는걸. 이번에는 조금씩이나마 여행 경비에 보탬도 있었고 하니. (결국 선물비로 다 나갔지만^^;;)

여하튼 비행기가 오후 6시 20분 발이니 오후까지 짐싸고, 들고 나가서 환전하고, 간사이에서 사용할 쓰룻토 패스 3일권을 사고, 신촌으로 가서 K군을 만나 가방을 들린 다음 (약자를 왜 내 마음대로 쓰냐고는 묻지 마시길. 내 마음이다) 공항버스를 타고 영종도 공항으로 향했다. 이래저래 준비에 늦장을 부린 덕에 정신없는 하루였다. 공항에 도착해서는 보딩패스 끊고, 짐은 부칠 생각도 없고 하니 그냥 들려서 공항 라운지에 앉아......

졸았다.

흠. 여하튼 조금 후에 K군의 배웅을 받으며 (^^ ) 안으로 들어가서 면세점에서 샀던 물건을 찾고, 언니가 사다 달라던 나이트 크림을 찾아 둘레둘레하다보니 예전 김포공항에 비해 면세점이 너무 넓지 않은가! 아는 사람은 다 알다시피 나는 길치다. 엉뚱한 방향으로 갔다가 시간 다 잡아먹고, 결국 크림을 포기하고 비행기를 타러 갔다. 비행기 뜨기 직전에 친구 E양에서 메시지를 날려 내일 올 때 그 크림을 사다달라고 부탁하고. ^^;;

비행기는 원래 출발시간을 10분도 더 넘겨서 지상을 떴다.

전일본공수ANA 항공. 역시 싼맛이라 저녁밥을 괴상하게 주더군. 초밥 두 덩이에 샐러드, 샌드위치, 엄청나게 달달한 초코케익 한 조각. --;; 아 초코케익 안에는 딸기쨈까지 들어있었다.

먹고, 비행기 앞좌석에 붙은 작은 스크린으로 '반지의 제왕'을 잠시 보다가 졸다가, 창밖을 내다보니 구름의 바다가 펼쳐져 있었다. 멀찍이 보이는 날개 끝에 붉은 원이 그려져 있는 모습. 여행 떠나기 전에 번역하던 책의 한대목이 생각나는 장면이었다.

출발은 늦었으나 도착은 정시 8시 35분.

나리따는 도쿄 시내에서 1시간 가량 떨어져 있는 관계로, 가능한 싸면서 빠르게 시내로 들어가야 했다. 혼자 왔으니만큼 정신을 바짝 차리고 비행기에서 내려, 둘레둘레 나리따 공항에서 이어져 있는 게이세이선을 찾아갔다. 가는 방법을 열심히 적어갔으니 헤메거나 하는 일은 없었지만 전철이 30분이나 기다려서 왔다. 다행히 특급이라 닛뽀리 역까지 60분. 거기서 다시 JR선으로 바꿔타는데, 이어져 있는데도 표를 바꿔야 한다는 사실에 약간 당황했다. 이럴까봐 일부러 오오츠카까지로 표를 끊었는데도 이런 식이라니. 과연 일본의 지하철은 복잡하다. 여행하면서 두고두고 새긴 거지만 우리나라 지하철은 정말 싸고 편하고 빠른 교통수단이다 --;;

그래서, 이럭저럭 2시간 가까이 전철을 타고 또 타고 가서 숙소인 백악관 민박이 있다는 오오츠카역에 도착하니 11시였다.

한국 민박이라고는 하지만 유럽에서 경험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방식으로 운영하는 숙박업이었다. 아파트를 여러 채 세내어, 손님을 따로따로 넣어주는 방식. (아파트 주인은 모르게 하는 듯 했다;;) 덕분에 다른 한국 사람들과 마주칠 거라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이 날 밤은 아르바이트로 청소하고 안내하는 일을 하는 여자애와 나, 둘만 작은 아파트 하나를 차지하고 잠을 청할 수 있었다. 아담하고 깨끗한 데다가 역시 혼숙이 아니라 마음이 편해서 좋다.

그러고보니 그 여자애 사진을 찍어놓은 게 없군...활기차고 곰살맞고, 애교 만점이었는데. 처음 마주치자마자 나에게 순박하고 약해보인다는 평+배낭여행같은 거 할 사람같지 않다는 평을 들려주어 나를 경악시켰지만 --;;

새벽 1시경, 일기를 적고 잠을 청할 때까지도 창밖에는 차소리가 꽤나 시끄러웠다. 첫날이면 늘 그렇듯 잠이 잘 오지 않았다.

덧. 혼자 차만 죽어라 타면 심심하지 싶어서 페이퍼백으로 소설을 하나 가지고 갔는데, 이 날과 오사카로 가던 날을 빼고는 읽을 기회가 별로 없었다. 이후에는 죽어라 돌아다니느라 차만 타면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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