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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어의 요일

아시아-동남/인도네시아

by askalai 2016. 3. 10.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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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와 있는 곳은 인도네시아 자바섬 중앙의 족자카르타. 






여행을 떠나기 전에 인도네시아어를 좀 들여다봤다. 아무리 공용어로 만들어져서 구조가 단순하다고 해도 이런 짧은 기간 공부해서 써먹기는 무리지만, 언어는 사회 문화를 이해하는 데 늘 도움이 되니까. 


인도네시아 어는 말레이시아 어와도 70퍼센트 가까이 겹치는, 사실상 서로 방언 정도 되는 같은 언어다. 둘 다 원래 다양한 민족이 다양한 언어를 쓰는 국가이기 때문에 당연히 공용어가 필요했고, (인도네시아에는 700여개의 언어가 존재한다고 본다) 이 공용어도 몇백년 간 써왔다. 


아무튼 그래서, 요일을 봤다.


일요일 - hari Minggu / 또는 hari Ahad

월요일 - hari Senin

화요일 - hari Selasa

수요일 - hari Rabu / 또는 hari Rebo

목요일 - hari Kamis 

금요일 - hari Jumat / 또는 hari Jemuwah 

토요일 - hari Sabtu / 또는 hari Setu


바로 짐작이 가겠지만 hari는 '날'을 뜻한다. 적어놓고, 각 요일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면 좀 더 외워질까 싶어서 단어를 따로 찾아봤다. 


이 단어들에는 다른 의미가 없다. 오직 요일만 가리킨다. 


그건 좀 이상한 일이다. 한국어에서 월화수목금토일은 오행과 천문을 내포한다. 영어의 요일 이름은 역시 천문과 로마신화를 의미한다. 그런데 아무 의미가 없다니?


어원을 검색해보았다. 한국어 검색으로는 나오는 게 없어서 영어로 추적.


알고보니 이 단어는 모두 이슬람 요일명에서 따와서 만든 말이었다. 아랍어의 발음만 가지고 로마자로 새로 표기한 거다. 


그렇다면 아랍어로 요일명은 무슨 의미인가? 다시 찾아봤다. 


아랍어의 요일명은 매우 단순하다. 일요일이 알 아하드 - '첫째 날', 월요일은 알 이스나인- '둘째 날', 화요일은 알 술라싸- '셋째 날'... 아하. 천지창조인가. 이슬람의 바탕에 실로 충실한 작명법이로다.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양국 모두 이슬람이 다수종교인 나라이니 (인도네시아는 세계에서 가장 이슬람 인구수가 많은 나라이기도 하다) 수긍이 간다. 아참, 그냥 묶어서 말해버렸는데 말레이시아어는 표기가 또 다르다. 하지만 아래 보다시피 어원이 같다는 점은 금방 알 수 있고, 표기만 조금 다를 뿐 발음도 같다. 


일요일 - ahad, 월요일 - isnin, 화요일 - Selesa, 수요일 - Rabu, 목요일 - Khamis, 금요일 - Jumaat, 토요일 - Sabtu 


*


예외가 있다면 맨 위에 나온 일요일의 다른 이름 Minggu일 텐데, 이 단어만큼은 이슬람과 관계가 없다. 포르투갈어의 일요일 Domingo에서 왔다고 한다. 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 일대에 처음 들어간 유럽 상인들이 포르투갈이었고, 이후 몇백년간 이 지역에서는 포르투갈과 네덜란드의 분쟁이 있었다는 역사의 반영. 


*


물론 자바섬의 주 언어인 자바어의 요일명은 공용어와는 또 전혀 다르다. 자바섬의 원래 문화는 과거의 한국과 마찬가지로 양음력을 사용하고, 7개 요일이 아니라 5개 요일을 썼다고 한다. 


각 요일은 Legi, Pahing, Pon, Wage, Kliwon인데 각각 백색-동쪽, 적색-남쪽, 황색-서쪽, 흑색-북쪽, 모호한 색깔-중앙을 의미한다고 하니, 화수목금토만 아니다 뿐이지 오행의 나머지 이치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친숙하다. 이건 아시아 전반의 공통된 사고방식이었을까. 


별로 쓸 데는 없는 지식이지만, 인도네시아를 이해하는 데에는 도움이 될 지도 모르지. 혼자 재미있어하다가 적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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