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 오른쪽-동쪽 위 해안에 트라브존이 보이고, 더 동쪽에 리제가 보인다. 우준괼 마을이 그 근처다.
다시 트라브존으로 돌아가서, 흑해 연안을 따라 돌아갈까 생각하고 훑어보다가 가보고 싶었던 곳은 뜬금없지만 시노프Sinop라는 도시였다.
그런데 k와 w는 아마시아에 가잔다. 잠시 고민했지만, 어차피 시노프도 바로 갈 수 있는 곳이 아니고 아마시아도 혼자 가기 번거로운 곳이기에 함께 하기로 했다.
아마시아는 시놉에서 남쪽에 있는 산간도시. 시놉이나, 아마시아나 트라브존에서 버스를 타고 삼순Samsun으로 가서 갈아타야 갈 수 있다.
그리하여 트라브존에서 야간버스를 타고 13일 새벽 일찍 삼순에 도착.
정신도 없고 사람도 없는 새벽에 버스에서 내려, 기차역을 찾아갔다.
삼순은 흑해 연안에서 제일 큰 대도시 겸 상업 중심지로, 관광지로는 유명하지 않다...
라지만 꼭두새벽에 보아서 그런지, 조용하고 고즈넉한 도시라는 인상만 남았고.
(인구 30만이라니 그 인상이 틀리지만은 않았으려나...)
겨우 찾은 기차역은 사람이라곤 없이 을씨년스러운데, 아직 문을 열 시간이 아니되어 그렇단다.
한 명은 짐과 함께 주저앉고, 둘은 다시 나가서 아침거리를 사냥하고...
그 과정에서 뭔가 또 웃긴 일이 있었던 것 같기는 한데, 너무 오랜만이라 기억이 가물가물하네-_-;
아무튼. 삼순 기차역에서 일출을 보고, 사람 없는 기차에 앉아 신나게 졸면서 아마시아로 향한다.
한 세 시간쯤은 걸렸지 싶다.
졸다가 문득 깨어보니 차창 밖이 기울어져 있고,
또 졸다가 깨어보니 해바라기밭이 펼쳐졌다. 이상한 나라로 들어가는 기분이랄까.
*
긴 여정끝에 도착한 아마시아는 이런 도시였다.
무려 기원전 폰투스 왕국의 수도가 남긴 바위유적 아래 오스만 제국 시대의 목조가옥들이 보존된 곳
...멈춰서서 입벌리고 구경하기도 잠시. 일단 이동하고 나면 숙소를 찾는 게 급선무다.
이번에는 3인실을 잡고, 일단 퍼질러 누웠다가 천천히 일어나서 동네 한 바퀴-
이 날 대체 뭘 먹었더라... 죽어라 기억을 쥐어짜보니, 어쩐지 삼순에서 빵과 과일을 잔뜩 사서 그걸 그대로 먹었던 것 같다.
아마시아에서도 또 과일을 샀는데, 수박이 영 시원찮았던 기억 딱 하나만 선명하군...
트라브존에서의 기억 때문에 이번에도 자미(모스크)에서 라마단 끝의 저녁을 얻어먹을 수 있지 않을까 했는데,
여기는 그런 식으로 돌아가지 않는 모양이더라. 어쨌든 터키에선 가는 곳마다 터주대감이니, 안에도 들어가보고
자미에 들어가기 전, 발을 씻는 사람들
조금만 걸으면 강가가 나온다. 예실 강- 녹색 강이라는 이름이라나 뭐라나
바위산에는 기원 전의 고대 유적지요, 강가에는 오스만 제국시기의 목조건물. 기막힌 풍경이다.
이 목조건물은 이전에 들렀던 산간마을 사프란볼루와 같은 양식이기도 하다 :)
최대한 가까이까지 걸어가봤지만, 해가 졌으니 올라가는 건 다음날로 미루기로 했다
그리고 이 강가를 따라 불을 켠다기에 오오 아름답겠구나 하고 두근두근하면서 야경을 기다렸는데...
기다렸는데...
충격과 공포...
이 알록달록한 불빛은 무어란 말이냐! 심지어 색깔이 바뀌면서 깜박거린다!
셋이 다 입을 다물지 못하고 경악하며 이게 무슨 촌스러운 감각이냐고 맹렬히 분노하고 한탄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허허-_-
어째 지금 사진을 보니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은데 싶지만 그것은 착각! 실제로 봤을 때는 정말 촌스럽기가 관악구청이 밤에 켜던 카바레스러운 불빛에 비견할 만 했으니...
터키가 형제의 나라라지만 높으신 분들의 미적 감각마저 우리네와 비슷하단 말인가!!
고개를 저으며 자러 들어갔다
이 야경에는 또 반전이 기다리고 있지만... 그건 다음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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