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터키여행을 가는 한국인 대부분이 집어넣는 코스가 있다면 이스탄불, 카파도키아, 파묵칼레일 것이다. 짧은 일정이라면 특히나 이 세 군데만 찍는 투어 프로그램이 대부분. 파묵칼레는 그 정도로 유명한 관광지인데, 정작 지도에서 찾아보면 그냥 '파묵칼레'가 나오지는 않는다.
희라가 조사해둔 대로 셀축에서 기차를 타고 데니즐리까지 가서, 다시 데니즐리에서 미니버스를 타고 파묵칼레로 향했다. 버스가 없어서는 아니고, 기차를 탈 기회가 많지 않은데 마침 차편이 있으니 타보자는 생각.
(터키는 수많은 사립회사의 버스가 전국을 누비고, 국립인 기차편은 선로가 많이 깔려있지 않다. 가격 대비 시설은 괜찮은 편이다)
어쨌든 셀축에서 마찬가지로 파묵칼레로 향하는 한국남자분과 동행 아닌 동행이 되어, 관광지 근처 마을에 도착하고 보니 이미 저녁때가 다 됐다. 호텔에서 잠시 실랑이가 있었지만(...) 그럭저럭 짐풀고 씻은 후에 함께 저녁식사부터.
이 동네에서 유명하다는 무스타파 볶음밥. 그야말로 한국 입맛에 딱 맞는 볶음밥이다. 밥도 맛있고, 주인인 무스타파 아저씨가 한국을 잘 알고, 한국어도 능숙한 데다가, 유머감각이 뛰어나서 더 유명한 모양이다.
종일 먹은 게 햄버거 하나 말고는 과일 뿐이었던지라, 조금 비싼 가격이지만 기분좋게 지출. 아, 오해할까봐 적는데 이 집이 유난히 비싼 게 아니라 파묵칼레 물가가 비싸다. 이스탄불도 다른 도시보다 비싼 편인데 여기는... 역시 유명 관광지... 어쩌겠나 흐흐.
밥을 먹고 잠시 산책을 해보니 어두워진 파묵칼레에 조명을 켜두었다. 입장은 불가.
일출 때 파묵칼레를 보겠다고 일찍 들어가서 쉬고 새벽같이 일어났다.
아직 해가 뜨기 전. 아직 캄캄할 때 일어나서 움직였더니 사람이 없다는 점이 제일 좋았다.
해뜨기를 기다리는 것처럼 가만히 엎드려 있던 개들... 사진에는 한마리밖에 나오지 않았지만, 조금 겁이 날 정도로 여러 마리가 돌아다녔다.
슬슬 해가 뜨면서 이제야 파묵칼레(터키어로 '목화의 성')라는 이름의 의미가 와닿는다. 신발을 벗어들고 눈부시게 하얀 석회질 바닥을 밟았다. 따뜻한 물이 발목까지 올라오는데, 미끄러우면서도 가끔 발을 찌르는 바닥에 신경을 곤두세우느라 그 느낌을 즐길 겨를은 없다.
제대로 해가 뜨자 버스가 달려와서 관광객들을 우르르 쏟아낸다. 주로 한국인, 일본인, 중국인이다. 이제 눈부신 파묵칼레의 진면목은 드러났을지 몰라도, 사람이 많고 시끄러워지는 바람에 매력을 잃었다.
안쪽에 자리한 온천 수영장을 한 바퀴 돌아보고 하산. 사진에는 잘 보이지 않지만 물 속에 쓰러진 돌기둥과 폐허가 그대로 있어 매력적이다.
내려오면서 찍으니 이렇게... 어디 가이드북에 나올 것 같은 무미건조한 풍경사진이 -_-;; 그런데 진짜 이렇게 생겼다.
신기하고 좋다는 사람도 많은 곳인데... 동트기 전 새벽에 아무도 없이 헤매던 기억을 빼고 나면 별 감흥이 없었다. 유명한 관광지란 복불복인 법. 그러고보니 아름다운 석회층이라면 이미 운남에서 보기도 했던가.
그 정도로 해두고 파묵칼레는 철수. 잠시 동행한 남자분은 북쪽으로 돌아가는 길이고, 희라와 나는 데니즐리를 거쳐 더 남쪽 바닷가, 페티예로 가는 버스를 탔다. 도대체 몇 살인지 모를 (본인은 열일곱이라고 우겼지만 그럴 리가 없지) 남자애의 능수능란한 말솜씨에 넘어가서 살짝 비싸게 표를 산 건 지금 생각하면 웃고 넘어갈 정도 일이고...
이즈미르, 2012년 7월 30일-8월 1일 (2) | 2013.11.12 |
---|---|
페티예, 2012년 7월 29일-30일 (2) | 2013.11.12 |
셀축 쉬린제 마을, 2012년 7월 28일 (0) | 2013.11.12 |
셀축 에페소 유적지, 2012년 7월 28일 (2) | 2013.11.12 |
이스탄불 6, 나머지 (0) | 2013.09.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