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4일. 공부를 팽개치고 사흘이나 가이드 노릇을 해준 B도 이제는 공부를 해야 할 때(...쿨럭). 해서 이 날부터는 혼자 돌아다녔다.
매번 비슷한 시각에 버스를 타고 시내로. 전에 흡족하게 보지 못한 주립도서관을 마저 보는 것이 1차 목표였던지라 도서관 부근에 내렸다. 이 부근에는 옛 감옥 건물도 있는데, 그 앞까지 가보니 그다지 비싼 돈 내고 보고픈 욕심이 생기지 않아서 패스.
01
건물이 마음에 들어서 보다보니 RMIT 부속 갤러리까지 들여다보게 됐다. 여긴 완전히 현대 미술, 그 중에서도 광고 미술 계통의 전시.
RMIT 갤러리는 외장도 묘하다...
그 후에 주립도서관으로. 커피와 싸들고 간 스콘을 먹고, 내부 구경.
천천히 보고 쉬고 어쩔까 하다가 왕립수목원(영국 왕실에서 인정했다는 정원이라는 거다)에 가보기로 했다. 가벼운 마음으로 갔는데 정말 상쾌한 곳이어서 행복했다. 이 수목원은 옛 애버리진 문화를 짚어보는 무료 안내도 운영한다던데, 가서 확인해보니 오전에만 있는 프로그램이었다.
그건 아쉽지만 그래도 수목원은 몹시 행복... 광릉보다는 작은 것 같지만.
딱 도시락이랑 책 싸들고 가서 빈둥거리기 좋은 곳이랄까. 한 번씩 익숙한 듯도 하면서 뭔가 다르게 생긴 새들이 기웃거리고 (호주 새들은 사람 피할 줄을 모른다;)
수목원 부근에 있는 전쟁기념관.
호주는 아무래도 도시마다 전쟁기념관이 하나씩 있는 것 같은데(최소한 멜번, 시드니, 애들레이드, 앨리스 스프링스에는 있었다) 그것도 꽤 멋있게 세워놓아서... 볼 때마다 기분이 복잡했다. 이런 생각하면 안되겠지만 호주가 무슨 거창한 전쟁을 겪었다고;; 그렇게 열심히 기념하냐는 생각이 드는 게다. 독립 전쟁도 없었거늘... 내용을 살펴보니 2차 대전, 한국전, 베트남전, 심지어 이라크전에도 참전했더라. 하기는, 오히려 전화를 겪은 적이 없는 나라라서 이런 걸 더 기념하는지도.
수목원을 돌아보고 그냥 돌아갈까 하다가, 트램 노선을 보니 수목원에서 세인트 킬다 해변(멜번에 하나뿐인 해변...)이 가깝길래 일몰을 보러 고고.
문닫은 괴기 놀이공원; 루나파크가 보이고
조금 더 걸어가면 해변이다
바람이 생각보다 심했다.
잔교 끝에 가로등 하나
돌아가는 길, 해질녁의 트램선
세인트 킬다에서 해질녁 혼자 바람을 맞으면서는 '이게 무슨 청승인가' 싶기도 했지만 사진을 다시 보니 좋기만 하구나.